그렇다면 그가 명예 주필로 몸담고 있는 매일신문은 그 때 어땠을까? 독재자 전두환에 맞서 민주화 투쟁이라도 했단 말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독재 정권의 나팔수였기는 매한가지란 것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1도 1지의 특혜를 받으며 골프장을 짓고 사세를 확장한 것이 매일신문 아닌가. 또 당시 매일신문 사장 전달출 신부는 국가보위입법회의 의원으로 선임되어 제5공화국 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공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우리는 1987년 4월13일 독재자 전두환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무시하고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호헌 조치를 한 날 그 때 매일신문이 어떤 보도를 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
이 신문은 1987년 4월 14일자 사설 '무리 없는 정국 운영을- 4·13담화와 앞으로의 과제' 에서 "4·13조치는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성 있는 현행 헌법 속의 정부이양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독재자 전두환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가진 매일신문의 명예 주필이 어떻게 전두환 시대를 입에 올린단 말인가! KBS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매일신문은 단 한번도 자신들의 더러운 과오에 대해 반성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KBS를 욕하는 그 용기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후안무치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김 주필이 말하는 KBS 편파보도의 3가지 근거
하지만 옛날 얘기는 이쯤하고 김정길씨가 무슨 근거로 KBS 보도에 시비를 거는 것인지 한 번 알아보자. 김정길씨는 칼럼에서 "KBS가 공정한 방송인지 친노(親盧)적 보도에 치우친 불공정 방송인지가 헷갈린다"면서 그 근거로 첫째, 야당은 편파방송이라며 항의 방문단을 보내고 둘째, 300여 시민단체 회원 3천여명은 '내란선동 사령부 KBS'란 피켓을 들고 공정하게 방송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셋째, 술자리에 가보면 'KBS 나오면 열받쳐 꺼버린다'거나 'KBS 안 본 지 오래됐다'는 비판의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는 것을 들고 있다.
우선 야당의 방송사 항의 방문부터 살펴보자.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방송사에 가서 "고 총리 특집 방송하라", "카메라 각도 조절해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10만명을 0만명으로 보이게 해라", "수신료 거부 문제와 연계돼 있다. 보도국에 지침 내려라", "수신료 분리징수 내일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는 등의 말로 방송사를 협박했다. 이는 심각한 언론자유 침해로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았다. 그렇지만 김정길씨에게는 이것도 불공정 시비의 근거가 될 뿐이다.
둘째로 시민단체의 반 KBS 시위에 대해 살펴보자. 3월 21일 광화문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집회를 보고 한 말인 것 같다. "300여 시민단체"라 정말로 대단하다. 그런데 모인 사람이 고작 3천여명이라니 이래가지고 KBS의 편파보도를 시정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김정길씨는 KBS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3천여명의 시위는 잘 보이고 3월 20일 광화문에서 탄핵 반대를 외친 20만명의 촛불시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훨씬 적은 사람들의 주장을 따를 수 있겠는가? 현실의 자의적 재단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셋째는 더 말하지 않겠다. 김정길씨 주위 분들이니 어련하겠는가?
KBS는 의연히 대처하라
그런데 지금 우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방송 3사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 토론회를 중계하기로 방침을 급선회했다는 소식이다. 김정길씨 같이 "제1야당의 경선중계 보도는 … 명백히 공익성을 지닌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환영할 일이겠지만 야당의 외압에 방송사가 굴복한 것임이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총선을 20여일 앞둔 상태에서 방송이 각 정당들의 선전장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라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뚜렷한 이유 없이 스스로 결정을 뒤집은 방송3사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방송 독립을 위해 그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라는 수십만의 촛불이 뒷받침하고 있으니 방송3사는 언론의 정도만을 걸을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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