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23일 대표경선결과 새 대표가 된 박근혜 대표가 대의원들의 박수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박근혜 의원을 선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화약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퇴색한 수구보수정당에 분칠을 하는 식이다. 철저한 영남당으로서 지역당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보수논객 출신의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이같이 '박근혜 불가론'을 강력하게 주창했다. 전씨는 지난달 24일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에서 「'포스트 최병렬'이 박근혜라니!」제하 칼럼을 통해 "박근혜 카드는 판에 놓아서는 안될 카드"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23일 박 의원이 새 대표로 선출됨으로써 그를 최측근에서 보좌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 16일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한 지 7일만에 자신의 공언이 무너진 셈이다.

"박 의원이 지닌 영남권의 이미지에 업혀갈 계산을 하는 한나라당이라면 여전히 '올드 한나라'일 것"이라며 "오로지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견적을 낸다면 계산착오"라고 일갈했던 전씨. 과연 '영남권 공주'로 지칭하며 박 대표의 지역주의 한계를 지목했던 전씨와 박근혜 대표의 상생은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전씨가 그토록 '박근혜 결사반대'를 외친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칼럼을 다시 되돌아보자.

"최선을 다해 박근혜 대표 모시겠다"
전여옥, 한달만에 입장 돌변 "상황 달라졌다"

▲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
ⓒ오마이뉴스 이종호
불과 한달 전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을 향해 독설에 가까운 매서운 비판을 가했던 전여옥씨는 이제 완전히 다른 입장으로 변해 있었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23일 오후 7시께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칼럼에 대해 "당에 들어오기 전의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 최선을 다해 박 대표를 열심히 모실 것"이라는 굳건한 의지를 보였다.

"박근혜 의원을 선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화약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라고까지 비판했던 전씨는 왜 '박근혜호' 에 몸을 던졌을까.

전 대변인은 "그동안 박 대표를 비판했던 이유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언급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데 오늘 대표선출 회견에서 직접, 그것도 훌륭하게 입장을 밝혔다"고 마음이 바뀐 이유를 들었다.

전 대변인은 "박 대표가 오늘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시대가 필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당시 민주인사 탄압 등에는 유감을 나타냈다"고 전한 뒤 "앞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위해 일한다는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또 전 대변인은 "이 나라를 위해 박 대표를 충실히 모실 것이며, 또 한나라당이 건강한 야당으로 존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 신미희 기자

"특정지역의 편애 속에 안주한 영남권의 공주"

전씨는 해당 칼럼에서 진짜 '뉴 한나라당'이 되기 위해서는 '포스트 최병렬'을 누구를 내세우는가가 무척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확고한 당의 얼굴과 노선, 차기 대선주자까지 죽 늘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씨는 "박근혜 카드는 판에 놓아서는 안될 카드"라며 새로운 당의 얼굴이 될 가능성조차 일축했다. 박근혜 의원이 완전히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고, 한나라당에 다시 한번 시선을 주게할 수 있지 않다는 게 전씨의 판단이었다.

또 전씨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박근혜씨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평했다. 스스로 벌고 쌓은 정치적 자산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정치적 유산'의 상속자로서 살고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이다. 전씨는 "그는 여전히 박정희의 그늘에 묻혀 있다, 박정희는 죽었지만 '정치적 왕조'로서 딸 박근혜를 통해 일종의 '유훈정치'를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전씨는 ▲영남권의 공주로서 특정지역의 편애속에 안주한 점 ▲국회의원으로 몸을 던져야 할 때 몸을 사린 점 ▲미니정당을 창당해 나갔다가 다시 한나라당에 쪼르르 돌아온 모습 등을 들면서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특히 이회창 전 총재의 지도체제에 반기를 들고 탈당했을 때 "박근혜의 모든 것이 '거품'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는 향수를 자극할 수는 있었어도,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정치인 박근혜와 정치적 동지가 될 새 시대의 인물은 없었다"고 혹평했다. 이를 "따뜻한 온실에 있던 공주는 비바람과 냉골은 견디지 못하는구나 싶다"고 묘사했다.

"아버지 박정희의 언덕을 넘어서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

전씨는 손쉬운 탈당 뒤 아무 장애없이 복당한 박근혜 의원을 놓고 "여전히 공주의 특권은 남았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전씨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스스로 '아버지 박정희의 언덕'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태생적 한계이다.

아버지 박정희를 떠나 정치인 박정희에 대한 평가와 극복이 정치인 박근혜에게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전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정치적 유산'의 포기를 뜻하는 '통과의례' 작업을 선택하지 않고, 상속녀로 남았다"며 전씨는 더 이상 자격이 없음을 선언했다.

결국 전씨는 "한나라당이 박근혜 의원을 선택한다면 화약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으로 "철저한 영남당으로서 지역당으로 전락하는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까지 동원했다. 또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견적을 낸다면 이 역시 계산착오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늙고 부패한 정당 한나라당이 '포스트 최병렬'을 누구로 내세우는가를 지켜보며 국민은 냉정한 계산을 할 것이라는 게 전씨 판단의 근거였다.


다음은 전여옥 대변인이 지난 2월 24일 <조선닷컴>에 쓴 칼럼 전문이다.

'포스트 최병렬'이 박근혜라니!

'포스트 최병렬'은 누구인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야박하고 냉정한 세상은 벌써 '포스트 최병렬'이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려 있다. 한나라당이 '뉴 한나라'가 되려고 마음먹었다면 '포스트 최병렬'을 누구를 내세우는가는 무척 중요한 일이다.

여기 저기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의원을 비롯해 몇 명의 이름이 거론된다. 그 중 지금 현재로는 박근혜 의원이 가장 유력하다는 성급한 보도도 나오고 있다. 영남 출신의 한 의원은 '박근혜 의원이라면 몸을 던져 돕겠다'는 발언도 했다. 물론 한편에서는 선거대책위 위원장이 아니라 차기 대표로서 박근혜 의원은 곤란하다는 말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가자는 의견도 있다고 들었다.

지금 한나라당은 당의 운명이 어찌될 줄 모르는 '격랑속의 쪽배'이다. 이 쪽배가 제대로 거친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확실한 당의 얼굴이자 브랜드, '포스트 최병렬'이 완제품으로 나와야 한다. 무늬만 '뉴 한나라'가 아니라 진짜 '뉴 한나라'당이 되기 위해서는 확고한 당의 얼굴과 노선 그리고 차기 대선주자까지 죽 늘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근거로 한나라당을 찍어주겠는가?

한나라당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완전히 부패한 당이다. 차떼기 정당이며 매수정당이다. 무엇보다 정치가 사양산업이 되기 전에 그 꿀과 우유로 목욕을 했던 당이다. 그 뿐인가? 정치라는 죽어가는 비즈니스의 거품이 꺼지기 전까지 누릴 것 다 누리며 호사를 한 정당이다.

이러한 한나라당을 국민이 다시 찍어준다면 홍사덕 의원의 표현대로 또 한번 '바보 국민'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은 완전히 새로운 당의 모습, 확고한 당의 방향, 그리고 당의 얼굴을 내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그 가능성 있는 카드는 박근혜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근혜 카드는 판에 놓아서는 안될 카드이다.

박근혜 의원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영남권과 수도권에 이미지가 좋은 점, 여성 정치인이라서 새 시대에 부응한다는 두 가지를 들었다. 그럴 듯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과연 박근혜 의원이 완전히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고, 한나라당에 다시 한번 시선을 주게 할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다.

물론 같은 여성으로서 나는 여성정치인 박근혜 의원이 의미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난번 한나라당 대선 경쟁은 물론 여전히 대통령직 가능성에 매우 가까이 가있는 드문 여성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와야 되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박근혜라는 여성 정치인에 대해 회의적이다. 박근혜 의원은 스스로 벌고 쌓은 정치적 자산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정치적 유산'의 상속자로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경력이나 정치활동을 볼 때 그는 여전히 박정희의 그늘에 묻혀 있다. 박정희는 죽었지만 '정치적 왕조'로서 딸 박근혜를 통해 일종의 '유훈정치'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박근혜 의원에 대해 박노자 교수처럼 단순한 '죽은 폭군의 공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차례의 인터뷰에서 매우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며 자기 억제와 절제를 지닌 강인한 성품, 무려 18년을 최고의 정치 현장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정치 실습을 한 것은 확실한 '정치적 자산'임이 분명하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의 사후 십여년이 넘는 오랜 기간을 세상과 단절된 가운데에서도 허물어지지 않은 만만치 않은 인간이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박근혜는 실망스러웠다. 그는 여전히 영남권의 공주로서, 특정지역의 편애속에서 안주했다. 국회의원으로서 몸을 던져야 할 때 몸을 사렸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스스로 미니 정당을 창당해 나갔다가 다시 한나라당에 쪼르르 돌아온 모습이었다.

그래도 이른바 이회창 총재의 일방적 지도체제에 반기를 들고 탈당을 했을 때 나는 정치인 박근혜의 '인간적 독립'도 시작되리라는 기대도 했었다. 예상대로 박근혜의 많은 것이 '거품'이었음이 드러났다.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는 향수를 자극할 수는 있었어도,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정치인 박근혜와 정치적 동지가 될 새시대의 인물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알고있던 오랜 사람들과 함께 미래연합을 창당했지만 누구나 예측했던 대로 '미니 시한부 정당'으로 끝나고 말았다. 역시 따뜻한 온실에 있던 공주는 비바람과 냉골은 견디지 못하는구나 싶다. 하지만 여전히 공주의 특권은 남았다. 탈당도 어렵지만 복당은 더더욱 어려운 다른 정치인과 달리 공주의 복당은 일사천리로, 아무런 장애없이 이뤄졌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녀 스스로 '아버지 박정희의 언덕'을 넘어서지 못한 점이다. 박근혜가 진정한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극복해야할 대상은 '대통령 박정희에 대한 평가'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대통령 박정희의 공과 과를 이야기한다. 박정희에 대한 상찬이 여전히 이 시대에 존재한다.

이것은 이 시대의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이 할 몫을 다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암울하고 숨막혔던 그리고 공포에 가득찼던 박정희 시대를 기억한다. 아버지 박정희를 떠나 정치인 박정희에 대한 평가와 극복이 정치인 박근혜에게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였다.

그러나 개방과 폐쇄라는 동전의 두 면 속에서 고민하는 김정일처럼 박근혜에게 '통과의례'작업은 정치인으로서 독립이지만 '정치적 유산'의 포기를 뜻했다. 결국 박근혜는 상속녀로 남았다. 그녀의 선택이었다.

이제 한나라당이 '포스트 최병렬'로 박근혜 의원을 선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화약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퇴색한 수구보수정당에 분칠을 하는 식이다. 철저한 영남당으로서 지역당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박근혜 의원이 지닌 영남권의 이미지에 업혀갈 계산을 하는 한나라당이라면 여전히 '올드 한나라'일 것이다. 오로지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견적을 낸다면 이 역시 계산착오일 것이다.

새로운 한나라당의 선택은 단 하나 뿐이다. 잔꾀를 부리지 말고 누구처럼 '꼼수'를 두지 말고 우직하게 나아가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어떤 유산의 상속자도 아닌 그 스스로 정치적 자산을 일구고 만든 새 인물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늙고 부패한 정당 한나라당이 '포스트 최병렬'을 누구로 내세우는가를 지켜보며 국민은 냉정한 계산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