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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자로 김당 <오마이뉴스> 기자는 자신의 기명칼럼인 [정치 톺아보기] 51회째로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과 이분법'이라는 제하의 글을 실었습니다. 김 기자는 이 글을 통해 최근 탄핵정국 속에서 보인 이른바 '노빠'들의 일부 행태에 대해 비판한 바 있습니다. 김 기자의 글에 대해 '노빠'의 일원임을 자처하는 배우 명계남씨가 25일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전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두 한국영화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매우 긴 지면을 할애해가며 나름의 영화평을 선 보인데 대해서는 별다른 할 말이 없다. 영화를 보고 느낌을 말하는 것쯤이야 소위 언론인이라 불리는 기자선생이든지 일반인이든지 얼마든 책임과 무관하게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당 기자 본인도 인정했듯이 현실과는 다분한 괴리가 존재하는 영화 속에서의 상황을 빗대어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대의 절박함을 어떻게든 비비꼬아 보려는 시도는 별로 순수하지도 신선하지도 않은 일이라는 것을 말해두어야 할 것 같다.
기자란 모름지기 발로 뛰는 기민함과 성실성을 무기로 승부를 거는 직업인 것이다. 그 쪽 세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역사상 위대한 저널리스트로 남았던 대개의 인물들은 취재원이 던져주는 보도자료나 인터넷 기사 따위에 집착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도전과 발굴을 통해 남이 하지 못한 일을 일구어 낸 것으로 안다.
그런 면에서 <조선닷컴>이 보도한 소위 '노사모 집회에서의 욕설발언' 운운하는 기사를 오롯한 사실로 전제하고 기자 본인의 아무런 확인노력도 없이 그토록 유려한 글을 써내려 갈 수 있는 대담함에 대해서는 일단 경의를 표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노빠'의 한 사람으로써 당시의 상황을 간략하게나마 알려드릴까 한다. 종이신문이건 인터넷신문이건 이 나라의 모든 기자와 논객들이 탄핵의 실현 불가능성을 역설하고 있던 그 때, 탄핵은 현 야당의 정치적 수준과 행보를 종합해보았을 때 결코 엄포용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절절한 시위에 돌입한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김당 기자가 가당찮게 보는 '노빠'들이 그들이었다.(집회에 참석한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다.그 집회는 나중에 들은 바로 '국민을 협박하지말라'라는 인터넷까페 식구들이 선창 잡았다 한다. 어쨌든 님을 위해 편의상 '노빠'로 칭하기로 하자.)
그건 순전히 노무현 한 사람에 대한 광기 어린 애정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싶다면 상관은 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정확하게 사태의 본질을 예감하고 현실적으로 대처했는가 하는 문제니까… 적어도 노빠들은 그 당시 야당이 하려는 짓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저널리스트에게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분석과 예측의 능력이라고 한다면, 당시 김당 기자의 예측과 분석이 무엇이었는지 심히 궁금해지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닐 것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가 미쳤다고, 탄핵을 막아야 한다고 외쳐대면서도 노빠들 중에 어떤 이들은 손톱 만한 희망을 품고 있는 듯 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일말의 신뢰가 남아있는 추미애나 기타 몇 안 되는 야당정치인들이 이 사태를 똑같이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당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 있던 사람들은 나름의 방법을 통해 국회 안에서의 상황을 전해 듣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침내… 부지런히 연락을 취하고 있던 한 사람에게서 추미애를 포함한 반대파들마저 입장을 돌이켜 가결에 합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한 백여명이나 되었을까… 수백명의 전·의경에게 둘러싸여 오도 가도 못하고 거리 한복판에 갇혀 버린 사람들 속에서는 순간 길고 긴 탄식과 흐느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추미애 너마저', '추미애 XXX' 등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잠시동안 공황상태가 지속되었고 이내 냉정을 찾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 도에 지나친 발언들이 제지된 것은 불과 1~2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당 기자는 당시 상황을 직접 보기라도 했는가. 김 기자가 <조선닷컴>을 통해 접한 내용과 여기 기술되고 있는 내용 사이에 정황상의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혹 김당 기자는 평생에 단 한 번도 'XXX'이라는 욕을 입에 담아 본적이 없었나? 만일 그런 적이 있었다면 그 욕을 입에 담을 때의 상황과 심정은 어떤 것이었는가. 스스로의 양심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김당 기자에게 권하노니 우리는 모두 비슷한 상식의 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볼일이다. 멀쩡한 사람들의 입에서 그 같은 극단의 언어가 분출되었을 때는 그만한 상황 역시 함께 존재하는 법이다. 행여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런 욕은 입밖에 내서는 안 된다는, 도덕군자 흉내는 자제해 줄 것으로 믿는다.
탄핵이 가결된 후 '촐랑이' 김영삼씨는 재빠르게 사필귀정이라는 말을 쏟아냈고 저기 동교동 어르신은 '매우 심각한 사태'라는 불명료한 말로 사태를 피해 갔다. 어떻게 보면 '동교동 슨상님'이야말로 여전한 정치감각(?)을 자랑하는 분 같기도 같지만 우리 노빠들에게는 그런 모습이 썩 좋아 뵈지 않는다. 탄핵사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국민이 어디 있을 것인가. 그런 것은 순수한 입장의 표명이 아니다.
당신이 말하는 노빠들… 다분히 즉자적인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동교동 슨상님'처럼 점잖음의 극단을 달리는 해석난해한 정치적 언사는 그들의 몫이 아니라는 말이다.
'XXX'이라는 욕설은 안 나왔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건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노빠가 아니어도 그 자리를 직접 지켜 본 사람이었다면 김당 기자처럼 그 일 하나를 놓고 동시대인들의 인격을 함부로 재단하려드는 터무니없는 시도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기자간담회에서의 수동적인 답변을 문제삼아 대통령을 자르겠다고 덤비는 백해무익한 국회의원들과 철저한 거두절미의 원칙 아래 아무 글이나 쓰고 보는 김당 기자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내가 잘 못 보았는가?
어쩌면, 역시 노빠들은 단순하고 생각이 짧아서 약이 되는 쓴소리를 귀담아 듣지 못한다고 혼자 잘난 척을 할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조선닷컴> 기사는 문제삼지 않으면서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생각을 혹시라도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역설적일지라도 이렇게 이해하기 바란다. 추미애에 대한 욕이 튀어나온 것이 그녀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무너진 데서 비롯한 것처럼 <오마이뉴스>의 정치담당 시니어인 김당 기자에게 역시 노빠들은 어느 만큼의 기대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조선닷컴> 따위야 원래 그러려니 하는 것이 우리들의 정서이고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김당 기자에 대한 기대는 소위 우리편이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은 아니다. 다만 보다 성실하게 상황을 파악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기자는 방안에 앉아 입을 놀리거나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직업이다.
기자는 발로 뛰는 직업이다. 그러므로 현장과 동떨어진 기사작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기 위해서 직접 극장을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랬던 것처럼 당시 여의도 현장에 잠시라도 들렀었다면 이런 식의 글이 나왔을까… 모쪼록 기자는 발로 뛰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망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추미애에 대한 이야기 하나 더 할까 한다. 정치인은 자신의 행위에 따라 평가받는 사람일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과거에 무엇을 했건 간에 현재 그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정동영과 추미애가 대선에 얼마나 큰공을 세웠는가. 아마도 김당 기자는 이들의 공이 지대하다고 착각하는 듯 하다.
미안하지만, 그리고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으나 대선의 일등공신은 국민이고, 노빠들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자신의 가정과 생업이 흔들리는 것을 감내해 가며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려 했던 그 노빠들 말이다. 그것도 아무런 대가 없이. 실상 그에 비하면 정치인들의 공이란 그야말로 미미한 것이었다고 말 할 수밖에 없다.
노빠들은 왜 그랬던 것일까? 노무현이 장동건이 아닌 이상 연예인을 흠모하는 그런 마음은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시대의 진보를 담보 할 수 있는 상대적 우위에 서 있는 후보… 노빠들이 보기에는 그것이 노무현이었다.
노무현의 코드정치를 비판하는 말들이 많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노무현은 노빠들의 코드였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노무현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인 바람과 역사적인 소명의식을 투사했던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원했고 그런 방식으로 정치의 주체로 서게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보다 더 중요 한 것은, 노빠들이 정치적 호불호를 표현하는 것은 그 대상이 노무현과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 하는 것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단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기준에 따라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며 받아들이기도 하고 때로 배격하기도 한다. 노무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들의 일관된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는 인물 이상 이하 아무 것도 아닌지 모른다.
노무현과 갈라섰다는 것이 추미애를 배격하는 이유가 아니다. 이 사실을 똑바로 알기 바란다. 분당 이후 추미애는 그래도 대선에 함께 뛰었던 동지라는 이유로 반갑게 다가가 인사를 청하는 노빠들을 안면몰수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더 나아가 한때 '돼지엄마'를 자청하던 그녀가 희망돼지에 담긴 민초들의 간절한 원망을 폄하하는 태도마저 보였다면 이것은 추미애의 잘못인가 아니면 노빠들의 잘못인가? 그 사람과 함께 지근거리에서 희망돼지를 몰고 다녔던 글쓰는 이의 평가나, 당혹감은 굳이 언급하지 않으련다.
김당 기자에게 말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협소한 사실과 평가의 기준을 언론의 이름으로 함부로 강요할 때 그것은 폭력이 된다. 그것도 매우 오만한 폭력 말이다.
정동영이건 누구건… 노빠들은 비판해야 할 때는 비판 해왔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노빠들 모두가 '무뇌아'였다면 지금쯤 십만 노사모는 모두 열린우리당의 당원이 되었을 것이고 열린우리당은 노사모당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노사모 회원을 당원 가입시키는 일이 한나라당 지지자를 돌이키는 것만큼 어렵다고 말한다. 심지어 당에 가담해 열심히 뛰고 있는 노빠들 조차도 몸은 주되 마음은 아직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열린우리당이 얼마나 똑바로 개혁과제들을 풀어 나가는가 지켜보겠다는 말이다.
'독수리 오형제'나 김원웅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노빠들이 그들을 무조건 받아들인 것 같은가? 여기에도 상당한 진통과 갈등이 있으며 그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그들은 소위 노빠라 불리운 국민들이 원했던 정치개혁의 모델을 완성시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이 분당도 되기 전 한나라당을 선도 탈당한 독수리들의 행태가 당신 눈에는 한 순간의 배팅으로만 보였는가? 한나라당 안에서 보여 온 그들의 모습이 전혀 그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게 할만큼 악랄한 것이었던가?
한나라당 안에서 지속적으로 외롭게 딴 소리를 내다가 의원 한 명 없는 개혁당에 뛰어 든 김원웅이 당신 눈에는 김문수, 이재오와 동급으로 보이는가? 공화당 전력이 문제라면 그 공화당을 만든 군사반란 지도자 박정희의 딸이 거대야당의 대표로 등극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응당 그 문제부터 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본연 아니던가?
만일 노빠들이 독수리 오형제를 받아 들였다면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말하는 친노, 반노의 편리한 이분법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이분법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이부영을 어떻게 받아들인다는 말인가?
김당 기자여… 당신이 알고있듯이 노빠들도 그들의 과거 전력을 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당신 이상으로 비판적이다. 그러나 다만 지금의 그들은 달라지려 하고 있으며,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디 잘난 척은 그만하고 사태를 바로 보기 바란다.
김당 기자, 당신이 노빠를 아는가?
당신은 노빠들을 '태극기…' 의 진태마냥 오로지 한가지 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무뇌아들인 것처럼 비아냥댔다. 그러면서 '태극기…' 의 편리한 이분법을 들먹였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비겁하리만큼 편리한 것은 당신의 그 오만한 냉소주의다. 공평무사한 듯, 아무 입장도 아닌 듯이 스스로를 위장하면서 실제로는 남들의 판단을 폄하하고 자신의 유전자에 각인된 질 낮은 시기심을 끼워 넣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새삼스레 추미애를 감싸고도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정의 소리와는 조금 다르게 말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언론인의 알량한 콤플렉스인가? 아니면 혹 추미애말고는 내놓을 인재가 없어 뵈는 민주당에 대한 향수는 아닌가? 요즘 추미애의 수상스런 행보를 바라보면서 그녀가 만일 민주당을 제 2의 분당으로 몰아간다면 그 때 가서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 틀렸다. 당신이 단순히 형제애라 지칭한 것은 지독한 가족 이데올로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 영화는 사회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가족 이데올로기 중 어느 것이 더 맹목적이고 뿌리깊을 수 있는가를 보여준 영화다. 나는 당신의 골수에 뿌리 박힌 것이 과연 무엇인지 대단히 궁금하다. 출생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당신을 지배해 온 것들에 혹 발목 잡혀 있지는 않은 것인지 감히 묻고 싶다는 말이다.
당신은 매우 시니컬하게 말했다. 여론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고 해서 '절대선'은 아니라고…. 그럼 그보다 나은 '선'은 무엇인가? 저 삽질하는 민주당인가?
김당 기자여… 스스로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은 거두는 것이 좋다. 그건 언론인답지 못한 질투심의 표출이거나 기사쓰기 언론권력을 이용한 딴지걸기 분풀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04. 3. 25
노빠라 불리움이 자랑스런
공화국시민 명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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