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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김희수

인구가 520만명에 불과하고 자연조건도 척박한 핀란드의 국가경쟁력은 여성의 힘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미국 여성들은 활발한 네트워킹과 기금 후원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호주는 비즈니스맨(businessman)을 비즈니스 피플(business people)로, 체어맨(chairman)을 체어(chair)로, 맨파워(manpower)를 휴먼 리소스(human resources)로, 하우스와이프(housewife)는 홈 메이커(home-maker)로 바꾸어 쓸 정도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반면 한국은 UN이 매년 발표하는 여성권한척도(GEM)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대변하듯 많은 여성들의 힘이 아직도 잠재력으로 남아있다. 여성권한척도는 여성의원·행정관리직·전문기술직 비율 등 고위직에서의 남녀평등정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한국은 2003년 발표에서 여성의원 비율 5.9%, 행정관리직 5%, 여성전문기술직 34%, 남녀소득비율 46%로 비교대상이 된 70개 국가 중 63위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교육수준이나 문자해독률 등을 기초로 한 여성관련개발지수(GDI)가 144개국 중 30위로 비교적 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여성권한척도가 낮은 것은 여성들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우먼타임스는 지난 10일 낮 12시 플라자호텔에서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와 공동으로 창간 3주년 특별좌담회를 마련하고 2003년 여성권한척도 5위인 핀란드, 10위인 미국, 11위인 호주의 주한 외교사절들을 초빙해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사회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4·15 총선을 앞두고 마련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여성과 남성을 더 이상 구별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한국의 4·15 총선이 여성들의 국회 진출을 통해 한국정치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핀란드, "척박한 환경탓 여권 발달...세계 첫 국방장관 배출”

우타-한국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성 국회의원 비율 5.9%, 여성행정관리직 5%가 보여지듯 정책 결정을 하는 고위직에 진출한 여성들의 숫자는 터무니없이 낮다.

오는 4월 15일 한국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다. 많은 여성들이 총선이 있는 올해를 한국여성정치의 원년으로 규정하며 더 많은 여성들이 국회로 진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각 나라들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위해 어떤 노력을 전개했으며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

얀네 요끼넨, 주한핀란드대사관 이등서기관
얀네 요끼넨, 주한핀란드대사관 이등서기관 ⓒ 우먼타임스
얀네 요끼넨(핀란드)- 핀란드의 성 평등 전통은 오래됐다. 적은 인구와 척박한 자연여건이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06년 핀란드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선거권과 공직 진출을 인정받았다. 1990년에는 엘리자베스 렌(Elisabeth Rehn)이 세계 최초의 여성국방장관을 맡아 전투기 조종 등의 명령을 내렸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이냐” 의아해 하기도 했으나 곧 익숙해졌다. 덕분에 핀란드에서는 고위직에서의 성차별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다.

모린 코맥, 주한미국대사관 일등서기관
모린 코맥, 주한미국대사관 일등서기관 ⓒ 우먼타임스
모린 코맥(미국)-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장성 중 여성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도 여성의 활약은 낯설지 않다. 미국은 2차세계대전 때 군수품 생산에 여성들이 동원되면서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미국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은 것은 오랜 참정권 쟁취운동을 벌여서 얻어낸 결과이다. 1960∼70년대는 여성해방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동성애자, 소수민족 등이 소수자들의 평등과 권익을 보장하는 운동이 이슈화가 되면서 여성들도 여성해방운동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호주, "영국 보다 빠른 1902년 참정권 부여...사회적 지위도 높아”

메리 제인 리디코트(호주)-호주는 영국보다 16년 빠른 1902년 모든 여성들에게 남성과 동등한 조건으로 차별 없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권이 부여돼 여성의 사회진출 역사가 길고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역시 높다. 특히 최근 20년 동안 직장이나 공공 부문, 각종 위원회 등 모든 분야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강화하고 있고 정당들의 여성정치 참여 격려도 계속되고 있다.

한현숙 잡링크 대표이사
한현숙 잡링크 대표이사 ⓒ 우먼타임스
한현숙(잡링크)-핀란드가 척박한 자연을 일구는 데 참여, 경제적인 기여를 한 여성의 권리를 인정해준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여성들의 노력은 간과됐다. 이는 유교적인 가부장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핀란드, 미국, 호주의 사례들이 한국에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

우타-여성권한척도가 높은 나라들답게 여성 지위 향상에 대한 노력과 그 결과가 드러나 인상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한국은 더 많은 여성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많아지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여성 지위 향상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듣고 싶다.

얀네 요끼넨-국방부장관을 여성이 맡으면서 점심시간에 사우나를 가는 습관들이 바뀐 것은 여성의 진출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이다. “벗고 있는 모습보다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좋다”는 부드러운 충고가 국방부 공무원 사회에 만연된 낡은 습관을 바꾸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과 관련, 핀란드에서 해결해야 할 일은 많다. 여성들의 급여가 남성의 70% 수준인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미국, 여성이 여성후원 ....정치 경제 등 각분야 도움

모린 코맥-미국은 여성이 여성을 후원할 수 있는 네트워킹이 잘돼 있다. 정치권이나 기업체 모두 멘토와 상의할 수 있는 멘토링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에밀레 펀드’처럼 기금도 다양해 선거기간 동안 필요한 목적에 따라 기부하는 것도 힘을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멜리사 란 주한미국대사관 경제과 삼등서기관
멜리사 란 주한미국대사관 경제과 삼등서기관 ⓒ 우먼타임스
멜리사 란(미국)-여성들이 정계와 고위직에 많이 진출해야 정치와 행정이 투명해진다는 ‘투명성’은 초보적인 변화이다. 중요한 것은 여성과 남성을 특별히 가리지 않는 시각이다. 미국 미시간주는 주지사가 여성이지만 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을 둘뿐 여성주지사라는 데에는 특별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메리 제인 리디코트-주한 호주대사관에 나와 있는 20명의 인력 중 9명이 여성이다. 호주에는 해외주재 여성대사가 86명중 13명으로 1991년 3명, 1996년 6명과 비교할 때 큰 폭으로 늘어났다. 호주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일의 결과’에 포커스를 두는 등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우호적인 정책들을 통해 여성들의 사회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신숙희 우먼타임스 발행인
신숙희 우먼타임스 발행인 ⓒ 우먼타임스

“한국, 잠재능력 끌어내 경제성장 동력 삼아야”

한현숙-한국에서의 여성은 아직도 잠재상태이며 잠재능력에 가치를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여성 없이는 한국의 경제성장도 없다. 한국사회가 여성의 힘을 활용하려면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고위직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야 한다.

우타-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국회의원을 비롯해 행정관리직 등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여성이 많이 진출한다면 한국의 정치는 물론 사회도 많이 바뀌리라고 기대한다. 여성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성과를 얻은 국가들의 노력은 한국사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참석해준 외교사절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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