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오후6시 30분. 이날의 촛불문화제는 학생들의 날이었다. 부산대학교를 비롯한 7개 대학에서 1천여명의 학생들이 부전역에 집결,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서면으로 거리행진을 하였다. 특히 이날은 부산대학교와 동아대학교가 학생 투표를 통해 동맹휴업을 한 날이기도 해 의미가 깊었다.
경찰 통제에 따라 거리행진이 이루어졌고 학생들은 행진을 하면서 '국회해산, 탄핵무효'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한 행진 선두에서는 학생들이 '근조국회'라고 적힌 '국회모형관'을 운구해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 도착한 학생들은 부산시민행동에서 여는 촛불문화제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오늘 2천여명의 촛불문화제 참석자들는 대부분 대학생이었다. 이 자리에는 거리행진을 통해서 온 학생들뿐만 아니라 수업이 끝나고 나서 뒤늦게 참석한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부산대학교 동맹휴업을 제안한 부경총련의장 전위봉(23·부산대)씨는 "촛불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과 사람들이 있으면 4월 이후에도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계속적으로 촛불문화제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역시 촛불문화제에 많은 부산 문화인들이 출연했다. 7시에 시작된 촛불문화제 첫번째 출연자는 부산대 노래패 연합이었다. 이들은 무대에서 멋진 율동과 함께 노래를 들려주었고 노래모임 고구려 또한 2곡의 노래를 불러 참석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특히 이날 문화제의 백미는 문화예술단 '일터'의 촌극 공연이었다. 3명의 배우들이 영화 <친구>를 패러디해 코믹하고 풍자적인 공연을 해 참석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또한 단골게스트인 시민가수 자유인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전에 "나도 예전에 부산대학교 출신"이라며 참석자들과 동질감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은 학생 참석자가 많아서인지 모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산시민행동 문화제 현장에서 모금통장 공개
이날 부산시민행동에서는 통장과 장부를 공개했다. 부산시민행동에서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박민성씨는 "25일 현재까지 2470만원이 모금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단일모금액수로 최고를 기록했을 때는 20일 '탄핵무효 100만인대회' 때라며 그날은 760만원이 모금되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20일에는 모금함을 옮길 수가 없어 그대로 봉인해 인근 파출소에 보관했다"며 "시민들의 성의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촛불문화제 때 한 할머니가 자신의 바지저고리 속에 소중히 보관했던 1천원을 모금함에 넣었을 때"라며 "그 순간 자원봉사자들은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그날 "내가 죽기 전에 이런 현실을 보게 되어 가슴이 아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 |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만난 여고생 | | | 촛불문화제를 촬영하고 있는 부산 영상고등학교 영상제작과 동기선(18)양 | | | |
| | ▲ 동기선양이 캠코더를 들고 촛불문화제 현장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 | 오늘 촛불문화제 현장에는 6m 캠코더를 가지고 나와 촬영을 하는 여고생이 있었다.
학교에서 학습기자재를 대여해 촬영에 나선 동기선양은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탄핵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학교 선생님들도 수업 시간에 이 문제를 빠지지 않고 집고 넘어간다"고 전했다.
그녀는 오늘 이 자리에 나온 이유에 대해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개인적으로 촛불문화제에 대한 다큐멘타리를 만들고 싶어서 나왔다"며 "앞으로 관심있게 이번 일을 지켜보겠다"라고 했다. / 정연우 | | | | |
27일 오후 5시에 열릴 부산시민한마당, 2만명의 참석자 예상
오후 10시가 되자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은 함께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는 대동놀이로 촛불문화제를 마무리 지었다.
부산시민행동측은 "4월부터 촛불문화제 개최가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며 "국민의사와 반대되는 의회결정에 따른 정당한 의사표시인 촛불문화행사를 선관위가 선거운동기간 중 금지 요청을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부산시민행동측은 "27일 오후 5시에 개최할 예정인 부산시민한마당이 마지막 하이라이트"라며 "2만명의 참석자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