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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나주시지부(지부장 나상문)가 올 초 정기인사에 이어 또다시 지도직 영입과 계약직 임용을 결사 반대하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위에 들어갔다.

25일 나상문 지부장 삭발을 시작으로 1인 시위에 나선 노조는 이달 말까지 지도직 영입과 관광기획팀장 임용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천막농성 등 강경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출범 당시는 물론 민선 3기 시작과 더불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우대 받는 인사제도 확립을 요구해 왔으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인사제도 확립을 위해 노조는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며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시행된 주요 인사에 있어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일관성 없는 인사로 공무원들의 기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어이없는 인사를 단행하려 한다"고 시위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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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재

노조가 인사문제와 관련해 올 초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또 다시 주위의 따가운 논총을 받아가며 집행부를 상대로 시위에 나선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배 전문가 영입이라는 명분아래 전남도 지도사를 영입하려 하고 있지만 실제 지도관 승진을 조건으로 지도사를 영입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

둘째 관광기획팀장 자리를 3개월 동안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계약직을 채용하려는 것은 신 시장이 제시한 현안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노조측의 판단 때문이다.

셋째 전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이 지도사 영입과 계약직 전문직 채용을 반대하고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7, 8급 조합원들이 만들어 낸 조직개편안
'인사문제보다 처우개선과 복지에 신경 써 달라'


나상문 노조 지부장이 삭발까지 강행하며 시를 압박하고 있지만 나주시청 내 공무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5일 노조 집행부는 나 지부장 삭발 시위에 참여해 달라며 청내 방송을 통해 조합원들의 참여를 유도했지만 정작 삭발식에는 노조 지도부를 제외한 조합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노조가 인사문제에 너무 깊숙이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까지 하고 있다.

공무원 K씨는 "조합원들을 위해 노조 지도부가 머리띠를 동여매고 나선 것은 이해가 되지만 최근 들어 인사권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인사문제보다는 공무원들의 처우개선문제와 복지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처럼 청내 조합원들이 동조하기보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는 노조에서 요구한 주장 가운데 일부는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 지도사 영입계획에 문제점을 지적한데는 설득력이 있지만 청내 지도직들 사이에도 지도사 영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 조합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계약직 관광기획팀장 채용 공고를 지난 20일 낸 마당에 이를 철회하라는 노조측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해 기대했던 만큼의 조합원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직 관광기획팀장 채용은 지난해 이미 시의회를 통과해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백지화 해달라는 노조측의 주장은 시 행정을 역행하라는 얘기와 같은 맥락이다.

ⓒ 신광재

지난해 각 실·과·소 7, 8급 공무원들, 즉 조합원들이 주축이 돼 마련한 조직개편안에 계약직 채용 계획이 담겨져 있다. 따라서 각 실·과·소와 하위직 조합원들을 대표해 만들어 낸 조직개편안이기 때문에 계약직 공무원 채용을 반대하고 나선다는 것은 조합원들의 의견과 다르다는 얘기다.

계약직 채용 철회 현실적으로 불가능

계약직 채용 철회 주장은 시기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애초에 노조가 계약직 채용을 반대할 의지가 있었다면 조직개편안에 참여한 조합원들로 하여금 백지화 시켜야 했다. 또 조직개편안이 갑작스럽게 나오기보다는 수면 위에 떠올라 여러 차례 진통을 겪고 수정을 거친 뒤 최종 결정됐기 때문에 당시 노조가 이에 대한 관심이 조금만 있었다면 사전에 이를 막을 수도 있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조직개편안이 시의회를 통과돼야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노조가 이 문제에 대해 약간의 관심만 가졌다면 계약직 채용은 무산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를 철회하라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지난 20일 나주시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적으로 채용 공고한 상황에서 이를 철회하라고 시를 압박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노조측의 주장에도 문제가 있지만 3개월 동안 채용공고를 차일피일 미룬 나주시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나주시는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한 뒤 3개월 동안 관광기획 팀장자리를 공석으로 비워 놓은 뒤 지난 20일에서야 부랴부랴 채용공고를 냈다.

ⓒ 신광재

아무런 이유 없이 3개월 동안 팀장 자리가 비워 있는 관계로 업무 차질은 물론 여기저기서 계약직 인사와 관련해 무성한 잡음이 끓이지 않았다. 이처럼 시가 계약직 팀장자리와 배 원예과장을 3개월 동안 공석으로 비워 둔 게 노조와 집행부간의 갈등을 유발시킨 계기가 됐다.

양측 한 걸음씩 양보하면 손쉽게 해결

노조에서 지난 17-18일 양일 간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양측의 갈등을 해소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공무원들의 일부 의견에 따르면 도 지도직 인사 영입문제와 관련, 배 전문가의 경우 어느 선까지 배 전문가로 보아야 하는지 근거가 불명확하며 현지 실정을 잘 아는 공무원이 열의를 갖고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다른 의견은 시 내부적으로 2회에 걸쳐 다면 평가를 실시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결과 없이 소문만 무성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승진인사를 실시하는 한편, 나주의 특성을 고려해서 영입인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조직이 탄력을 받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를 위해서는 다른 조직에서 경력을 쌓은 능력 있는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설문조사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지도직 영입과 관련해 전문성을 갖춘 지도사 영입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지도관 승진은 영입 지도사가 아닌 내부 승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관광기획팀장 채용과 관련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라면 계약직으로 채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우리시는 조직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느낌이 들며 전문가를 영입하여 업무가 효율적이고 전문화될 수 있다면 전문가 영입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등 일반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계약직 채용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양측이 한 발짝씩만 양보한다면 이번 인사와 관련된 갈등을 손쉽게 풀릴 것으로 내다보인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라 신 시장이 내부에서 지도직 인사를 승진시킨 뒤 도 지도사를 영입한다면 이번 사태는 손쉽게 해결될 것으로 예측된다. 노조 또한 관광기획팀장 계약과 관련, 많은 조합원들이 전문성을 갖춘 계약직 채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 걸음 양보한다면 천막농성까지 이어지는 불상사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간의 갈등을 지켜보고 있는 공무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 노조와 신 시장이 한 걸음씩만 양보한다면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며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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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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