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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규
"16.8%".

백분율로 보자면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지만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수치다.

지난 2002년 6월 치러진 전국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김석준(46·부산대 일반사회학과) 교수는 안타깝게도 낙선했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높은 지지율을 얻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의 한이헌 부산시장 후보에게 불과 3% 정도 밖에 뒤지지 않는 수치.

그로부터 만 2년이 채 안된 2004년 3월, 김석준 교수는 그 '16.8%의 힘'으로 다시 한 번 뛰고 있다. 이번에는 진보정당 최초의 원내진출을 이뤄낼 국회의원 후보자로 연고지인 부산 금정구에서 표밭을 다지는 중이다.

"탄핵 돌풍 전까지만 해도 '호감도 80%' 후보들 중 가장 앞서"

"적어도 탄핵 사태 돌풍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인지도도 (다른 후보에 비해) 가장 높고 호감도도 약 80%에 달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가장 앞서 있었다는 것이 금정구 지역 각 당 캠프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하지만 탄핵 역풍이 불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면서 그 이후 판세를 정확히 판단 못하고 있다."

김석준 후보는 부산지역에서는 진보적인 학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후보는 지난 20여년간 민교협 총무,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부산시 실업대책실무협의회 위원, 부산생활협동조합 이사, 부산민예총 자문위원 등을 거치며 지역사회 운동을 주도해 왔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뒤로는 줄곧 민주노동당 부산시지부장을 맡아 이라크파병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대학교수로서 1년간 지방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도 있어 민노당 부산지역 국회의원 후보자들 중 가장 당선이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민노당이 김석준 후보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김 후보가 선거를 통해 원내진출을 하게 된다면 이른바 '진보벨트'라고 불리는 민노당의 전략지역인 '울산-부산-창원-거제' 지역에서 가장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후보의 당선은 지역주의로 부산을 굳게 지켜온 수구정당 한나라당의 '1당 독재'를 깨뜨리고, 탄핵안 가결의 반사이익으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독주'를 막아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정구는 지역 정가의 관심이 쏠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부산 금정구에는 박원훈(열린우리당), 박승환(한나라당), 노창동(무소속) 후보가 원내진입을 위해 뛰고 있다.

다음은 김석준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

- 지난 2002년에는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지난 선거 때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나.
"부산시장 선거 때는 1월 1일부터 6월13일 사이, 지지율이 1%에서 시작해 16.83%까지로 올라갔다. 선거 운동 시작 전까지는 거의 지지 수준이 3%∼4%에 머물렀다. 그런데 선거운동 기간 17일 동안 비약적으로 지지도가 올라갔다. 이번의 경우는 인지도는 상당히 있는 것 같다.

시장 선거 때 금정구 같은 경우는 18%∼20% 정도 지지가 나왔다. 그 이후에도 시지부장 역할을 하면서 자주 매스컴에 노출됐기 때문에 조금 관심이 있는 분은 내 이름까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정치적 관심이 그렇게 높지 않은 분들도 '많이 본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명함을 주면서 소개하면 '아...' 하고 알아본다. 인지도가 상당히 갖추어진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 이전보다는 좀 수월한 측면이 있다."

- 금정구 전체에서 후보인지도나 지지도는 얼마나 느껴지나.
"적어도 탄핵 사태 돌풍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인지도도 (다른 후보에 비해) 가장 높고 호감도도 약 80%에 달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가장 앞서 있었다는 것이 금정구 지역 각 당 캠프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하지만 탄핵 역풍이 불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면서 그 이후 판세를 정확히 판단 못하고 있다."

- 무엇보다 탄핵정국이 민주노동당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다. 지역구 분위기는 어떤가.
"여러 가지 겹쳐 있어서 정확하게 구별해내기는 쉽지 않다. 정치전반에 대한 혐오와 짜증이 커서 아예 꼴도 보기 싫다는 반응이 이전보다 많이 나타난다. 예비 후보자로 명함 건네주기도 쉽지 않다. 아예 명함을 안 받으려고 한다. 정치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다르다고 해도 똑같이 치부 당한다."

-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있지만, 민주노동당은 다르게 보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민노당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분은 민노당을 찍어야 한다, 다른 놈들은 다 도둑놈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말들을 생각만큼 자주 듣기는 힘들다."

더 이상 '비판적 지지'는 없을 것... "절대적 지지 받는 우리당 견제세력 필요"

ⓒ 정민규
- 진보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은 뭔가.
"사실 우리가 이미지 선거라든지 세몰이를 하지 않고 정책 대결로 가자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선 정책간의 차별을 보이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그 다음, 끝까지 정책 차이를 가지고 얘기를 하려고 하면은 몇 단계에 걸처 설명을 해야 하는데, 유권자들이 아직 그런 설명을 들을 준비가 안 돼 있다. 앞으로 TV 토론을 하거나 홍보물을 배포하면 유권자들이 구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정책 선거를 하자라고 하면서도 실제로 그것을 할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정당연설회든 합동유세든 다 없어진 상태고 TV토론회도 민노당 같은 경우 두 번, 잘해야 세 번 밖에 안 되는데 그 시간대가 심야나 낮 시간이니까 유권자들이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선거로 전환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걸 끌어내기가 참 어렵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은 대표를 바꾼다든지, 또는 말 그대로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 선거만 하는데 언론에서는 집중적 그걸 따라가며 보도하니까 판세를 전환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 선거법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는데, 후보 이외에 다른 운동원들이 선거운동을 사실상 할 수 없는 점에 장단이 있는 것 같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미디어 선거라고 다들 얘기 하지만 방송을 통한 선전은 비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민노당으로서는 엄두를 못내고 있다. 아마 다른 당에서도 쉽게 활용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식으로 금품선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나치게 선거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들을 막아놓고 있다. 후보자만 발품 팔도록 돼 있는 것을 보완할 수 있는 미디어 선거가 폭 넓고 저렴하게, 다양한 형태로 제공돼야 하는데 역시 장벽이 높기 때문에 자칫 (유권자들의) 참여 없는 선거로 떨어질 것 같아서 걱정된다."

- 민노당으로서는 이른바 '비판적 지지론'이 큰 문제다. 우선 수구 야당부터 없애고 다음 선거에서 민노당을 밀어주자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거의 과반수에 달한 정도로 급상승하면서 '비판적 지지론'은 이제 효용이 끝난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지금은 열린우리당이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을 견제할 수 있는 더 나은 진보적 야당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더 쉽게 먹혀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다.

앞으로 정계자체를 통틀어 바꾸어야 되는데, 건전한 보수여당과 진보 야당과의 구도로 새로운 판짜기를 이제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제대로 된 지지가 있어야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다."

- 한나라당이 탄핵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 대표를 뽑았다. 부산쪽 민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나.
"(파장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박근혜씨가 독자적인 정치적 역량이나 또는 경륜을 갖고 있다기보다 아버지의 후광, 그리고 여성이라고 하는 여러 가지 부차적인 요인에 의해서 대표로 된 것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강력하게 수용되기는 좀 어렵지 않겠는가.

솔직히 카리스마가 취약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열린우리당이나 박근혜씨나 이미지 정치를 위한 소위 '스타'로 선택됐지만 시민들에게 주요하게 영향을 미칠 만큼 위력적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 열린우리당의 영입인사를 두고 비판 여론이 높다. 비리정치인이나 철새정치인들이 몰려들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보나.
"열린우리당이 열려 있기는 하되 개혁적이지 않고 보수적이라는 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런 면이 민노당과의 차별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저렇게 간다면 자기 분열이 생기면서 (일부는) 수구로 넘어가고, 그나마 개혁적 모습을 갖는 세력이 (또 다시) 재편될 것이다.

보다 큰 틀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축으로 나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정치 지형에 대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 국민들이 의석수와 관계없이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내는 모습을 본다면 다음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전혀 다른 정치 지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 그 동안 원외정당이었기 때문에 제약이 많았다. 이라크파병이나 FTA문제 등에서도 민노당은 계속 반대 입장을 표해왔는데, 17대 국회 원내진출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처리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단 숫자가 적어서 어떨지 모르고, 원내 구성이 구체적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민노당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탄핵 철회다. 만약 그때까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17대 국회에서는 일단 16대 국회가 한 최악의 결정인 탄핵을 철회하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제기를 할 것 같다.

그 다음에는 파병 철회다. 한-칠레 FTA체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현안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관련된 입법이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한다."

- 탄핵안은 현재 후폭풍을 맞고 있으니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보지만 이라크 파병 철회는 가능하다고 보나.
"국회에서 승인을 받기는 했지만 스페인 같은 경우에도 이전 국회에서 내린 파병 결정을 사회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철회했다. 17대 원 구성이 바뀌면서 (파병안 철회라는) 국민적 요구가 가시화 되고, 특히 이라크 사태가 점점 더 악화되는 등 한국군 파병과 관련된 여러 가지 조건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요구를 국회가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7대 국회서 탄핵·파병 철회시킬 것... FTA, 비정규직 문제도 재검토"

- 일반인들은 민노당이 인력풀이 약하고 전문가 집단이 부족해서 의정능력이라든지 수권능력이 부족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이번 17대 총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보나.
"당장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우리는 '싸우는 문제'가 제일 시급했기 때문에 관리하거나 운영하는 역량이 모자라는 점은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 동안 시민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사회 각 영역에서의 운동을 통해 지금까지 엘리트들이 충원되는 구조하고는 다른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또 제도권 내에 진입해 일정한 기반을 확보해 가면 기존의 전문가 집단에서 민노당으로 결합되는 부분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적자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정활동이나 앞으로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정부에 참여하거나 지방 의정활동 경험을 습득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새로운 간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정민규
- 현재 민노당 지지율이 8% 정도 된다고 하는데, 부산지역 후보들의 예상 의석수는.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부산지역 18개 선거구 중 1등을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곳은 사실 금정구 외에는 없다. 아까 말했듯이 열린우리당이 현재 전부 1등을 하고 있다. 거품이 있다하더라도, 한나라당에 대한 전통적인 지지가 와해되면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부분들이 정돈되면 양상이 달라질 것도 같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어느 지역구든지 확실히 3등은 하고 있다. 현재 언론에서 금정을 놓고 '3파전' 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만큼 당선을 목표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이번 총선에서 정당명부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텐데.
"정당명부제는 이미 지난 2000년 지방선거에서 도입돼 시민들도 알고는 있는 것 같다. 주목할 점은 지난 광역지방선거에서 전국 평균 여론조사 지지도가 5%정도였는데. 실제로 정당명부식 지지는 전국적으로 8.1%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의 지지 외에 실질적 지지도 많았다는 것이다. 탄핵 폭풍이 불기 전 부산에서 마지막 여론 조사 때 당 지지도가 8% 가까이 나왔는데, 비례대표로 정당을 찍겠다고 할 때는 12%까지 나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정당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따로 만들어서 배포할 수 있었고 구체적으로 지역별 후보를 내지 않은 지역에서도 정당을 알리는 홍보를 할 수 있도록 했었는데 이번 선거법에서는 정당 홍보물도 만들지 못하게 돼 있고, 정당을 알리는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못하게 봉쇄 해두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민노당으로서는 굉장히 갑갑한 측면이 있다.

어쨋든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1인 2표제가 도입된다는 것이 최근 유권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정도로 인식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기대를 크게 하고 있다. 특히 민노당은 15%의 정당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적어도 9명에서 10명 가까운 비례대표의원들이 국회에 진출하게 된다. 또 울산이나 창원에서 당선자를 내게되면 원내 교섭단체 수준에 육박하는 강력한 진보야당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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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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