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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김희수
<우먼타임스>는 ‘위기에는 왜 여성인가’라는 주제로 이장희 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김경애 동덕여대 여성학과 교수, 조현옥 총선여성연대 대표를 초청, 지난 27일 오후 3시 우먼타임스 회의실에서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박근혜, 추미애씨 등 야당 리더들이 구시대적 이미지를 벗고 여성의식을 반영, 새로운 정치인으로 거듭난다면 여성정치사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긴급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밝힌 뒤“부패정치를 청산할 수 있는 주체로 여성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해 정치개혁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들은 “여성이 당의 리더가 되었다고 해서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탄핵정국 속에서 위기에 처한 야당이 깨끗함과 부드러운 이미지로 여성을 앞세워 감성정치를 주도하려고 한다면 여성 정치참여의 본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김경애 동덕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박근혜, 추미애 의원 등이 과거 세력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혁적 정책을 추진할 때만이 여성정치계의 리더로 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 뒤 “두 사람 모두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질서에서 배출된 예외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정치등용, 위기 무마 위한 탈출 전략”

우먼타임스(이하 우타) :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서 혼란스런 정국이 초래됐다. 총선을 앞두고 위기의식을 느낀 야당들이 꺼낸 카드가 여성이다. 위기 때마다 왜 여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를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가자."

김혜숙: "탄핵정국이 결국 야당의 위기를 초래했다. 이때 새로운 대안이라고 생각한 것이 부드럽고 화합적인 여성의 이미지다. 위기상황에서 여성성을 이용해 국민의 마음을 달래줄 것이라고 여긴 것 같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차떼기당이라는 이미지를 순수하고 깨끗한 어머니상으로 메워보려는 전략인 듯 하다."

조현옥 : "타락, 부패정치의 이미지와 탄핵정국에서 보여준 폭력적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여성이라는 대안을 일회적으로 이용하자는 전략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전략의 기저에는 여성정치인들이 깨끗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김경애 동덕여대 여성학과 교수
김경애 동덕여대 여성학과 교수 ⓒ 우먼타임스 김희수
김경애 : "부패이미지를 돌파하고자 부드럽고 깨끗한 이미지로 내민 카드가 박근혜 대표였다. 그러나 이 카드에는 모순이 있다. 박근혜씨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사실 정치권의 부패는 3공 때부터 시작됐다. 부패의 근원을 품고 있는 사람을 대표로 내세우면서 부드러운 여성성으로 국민의 분노를 무마하려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장희 : "여성이라고 무조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시대 상황과 맞아야 한다. 부패정치 청산이라는 판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노무현 정부가 자기 동지까지 감옥으로 보내면서 정치판을 투명하게 바꾸려고 하는데, 그 앞에서 딴소리를 하면 안 된다.

탄핵카드를 쓰고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는데, 과연 박 대표가 청렴성과 개혁성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한 인물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이 박 대표를 위기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회피용으로 삼았다면, 이는 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우타: "대체로 위기를 무마하기 위한 탈출용으로 여성이 등장했다고 말씀하시지만 박근혜 대표는 경선을 거쳐 당대표가 됐고, 추미애 선대위원장도 여러 차례의 투쟁을 거쳐 선대위원장이 되었다. 과거처럼 ‘얼굴마담’이 아니라 이번 경우는 리더십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

“박근혜, 추미애 의원 모두 예외적인 존재”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우먼타임스 김희수
김혜숙 : "박근혜씨가 경선으로 당대표가 된 것은 여성의 리더십이 확실히 발휘됐다고 볼 수 있다. 추미애씨도 여느 남성보다 강한 배팅으로 권력 투쟁을 하면서 리더로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성 리더들이 성공적으로 일을 수행했을 때, '여성은 따뜻하지만 무능력하다'라는 일반적 고정관념이 바뀔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심리학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한두 명의 여성리더가 성공적 성과를 거두었다 하더라도 그 리더는 '예외'로 평가받는다. 남성적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추 위원장처럼 여성성을 부인하면서 남성적인 리더의 모습을 보일 때는 더욱 그렇다. 박 대표와 추 위원장이 여성의식을 갖고 여성이라는 인식을 부각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여성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김경애: "박근혜, 추미애 의원 모두 예외적인 존재다. 결코 여성의식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박 의원은 독재자 아버지의 딸이고, 추 의원의 아버지는 김대중이라고 할 수 있다. 추 의원이 왜 광진구에서 출마하는가. 호남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은퇴한 정치권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하니 투쟁적이 될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아버지의 후광으로 국회의원도 됐고, 당대표도 됐다. 대변인들도 마찬가지다. 남성들이 이제는 하기 싫은 일을 여성의 입을 빌려 하고 있다. 동화 속 마녀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화 속에서 언제나 악역은 여자다. 여자들끼리 붙여서 지금 싸우게 하고 있다. 남성들이 선택하는 여성, 자신들을 대신해 싸워줄 여성으로 쓰여지고 있을 뿐이다."

"여성의 정치세력화, 시작이 중요하다"

이장희 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이장희 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 우먼타임스 김희수
이장희: 한나라당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해 당의 체질개선을 하려고 한다면 구시대적 인물을 청산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표가 되고 나서도 여성의 부드러움만 그대로 빌렸을 뿐, 근본적인 수술은 하지 못 하고 있다. 여성을 당대표로 내세워 감성정치로 몰고가서는 안 된다. 시장에 가서 아주머니 만나고, 천막 당사를 만드는 것보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것이 무엇인지 읽어내야 한다. 민심이 리더십 창출의 시작이다."

조현옥: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로 나서는 여성 후보는 전체의 5% 수준이다. 정당 공천자도 50명 수준이다. 정당의 여성공천 비율이 이렇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여성이 한 당의 대표가 됐다고 해서 여성의 정치참여가 다 된 것처럼 유포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다가 폭력적인 말이 오가는 대변인 자리를 여성으로 채우면서 여성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여성정치인이 부각된다면 여성은 욕을 먹게 돼 있다. 여성 정치세력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초를 치는 셈이다."

우타: "박 대표와 추 위원장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과제가 많은 것 같다. 이제는 여성이 당대표가 되고 선대위원장이 되는 등 권력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더 이상 낯설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각 당의 지역구에서도 여성 후보들이 약진(16대와 비교)하고 있어 올해를 ‘여성 정치 원년’으로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데…. "

이장희: 여성을 ‘얼굴마담’으로 쓰면 여성 정치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문제는 여성이 정치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법을 고쳐야 한다. 정당의 여성정책, 여성관련 입법을 공약만으로 내뱉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정당이 그 부분에서 잘하고 있는지 여성계가 신랄하게 평가해야 한다. 여성정책을 비교해서 평가도 하고, 여성의원들이 정국을 잘 이끌어 가는 지도 모니터링 해야 한다."

여성이 곧 민주정치 ‘환상’

조현옥 총선여성연대 대표
조현옥 총선여성연대 대표 ⓒ 우먼타임스 김희수
조현옥: 특별한 여성이 정치권에 등장했다고 여성 정치 원년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밑바닥에서부터 여성 정치세력화가 이뤄져야 한다. 가부장적 제도 아래 여성 정치인으로 커 가는 지금의 모습은 좋지 않다."

김경애 : "과거에도 선거운동원의 대부분이 여성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여성들의 정치참여율은 무척 높았다. 그러나 그것이 부패 남성정치문화의 첨병역할을 하는 것에 그쳤지 때문에 문제가 됐던 것이다.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면 민주정치가 된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이제는 '어떤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가 논의돼야 한다. 여성계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보낸 여성이 과연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는가. 남성정치에 묻혀 자신의 소신도 펴지 못하고 탄핵에 찬성한 여성의원들이 과연 여성계가 바라는 인물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조현옥: "사실은 김희선 의원을 제외한 모든 여성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했을 때 많은 회의가 일었다. 지금까지는 여성계가 여성들의 국회진출에 힘써왔는데, 이제는 여성계의 힘을 빌려 정계에 진출한 여성의원이 여성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다."

김혜숙: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문재인 전 청와대 수석의 만남을 놓고 ‘불륜’으로 표현한 것은 성희롱이나 마찬가지다. 여성정치인 스스로가 여성비하적 발언을 하는 치욕스런 정치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우타: 여성의식을 제대로 갖춘 인재들이 정치권에 진출해서 양성평등의 사회를 일구는 데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올해는 여성들의 정계진출이 확대될 것은 틀림없다. 박근혜, 추미애씨의 출발은 남성 의존적이었지만, 지금 그들이 정치계 리더로서 성장한 것은 분명히 여성의 리더십이 발휘됐다고 볼 수 있다.

일단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런 상황을 징검다리로 이용해 여성의 진정한 정치세력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여성계의 몫이고 유권자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귀한 말씀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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