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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우 전 국무총리 인터뷰가 실린 <조선일보> 31일자.
남덕우 전 국무총리 인터뷰가 실린 <조선일보> 31일자. ⓒ 조선일보 PDF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단순한 우연인가.

<조선일보>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시국인터뷰를 비중있게 실어 구설에 올랐다.

조선일보는 31일자 2면에서 「"나라 전체가 법 무시‥민주주의 위기」라는 제목의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의 인터뷰를 2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이 기사는 하루전인 30일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에 이미 실린 바 있다.

특히 이 인터뷰 기사는 헌법재판소의 한 헌법연구관이 쓴 보고서에 근거한 조선일보 1면 「노 대통령 측근비리·경제파탄 "탄핵소추 사유된다"」 제하의 머릿기사와 맞물려 <조선>이 특정 정파에 유리한 보도를 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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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전 총리, 지난해 초부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후원회장 맡아

박정희정권 대표 관료
남덕우 전 총리는 누구인가

남덕우 전 총리는 1924년 서울 출생으로 국민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민대 교수(54∼64년)와 서강대 교수(64∼69년)를 거쳐 박정희 정부 시절인 69년 10월 제24대 재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이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대통령 경제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잠시 관계를 떠났다가 전두환씨가 정권을 잡은 5공화국 시절인 1980년 9월 제14대 국무총리로 다시 돌아와 82년 초까지 재직했다. 지난해 초부터 박근혜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조선일보의 이날 남 전 총리 인터뷰는 전직 국무총리 13명이 지난 29일 최근 탄핵정국과 관련, 각계의 성숙한 대응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4.15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굳이 특정 정당 대표의 후원회장을 인터뷰해야 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시국과 관련한 원로들의 입장 표명이 자칫 보도의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남 전 총리는 '각계가 합심해서 현 비상사태를 우리 민주주의를 더 높은 경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자'고 한 전직 국무총리 13명의 대국민 호소문 요지를 비껴나 개인적인 주장을 인터뷰에서 강하게 펼쳐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남 전 총리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어느 누구도 법과 절차를 따르려 하지 않고 있는 법치주의의 위기 상태"라며 "나라 전체가 법을 지키지 않고 각자 이익만 주장하면서 이념갈등까지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또 남 전 총리는 "중앙선관위가 내린 결정이 대통령에게는 휴지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고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도 덧붙였다. '이중공문' 사건 등을 두고 중앙선관위의 태도에 대해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촛불시위와 맞불시위가 위법이라고 했는데도 양측이 데모를 강행했고, 오히려 법을 집행하려는 정부를 가리켜 '반민주'라고 성토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인터뷰 서두에서 "이대로 가면 법치주의와 의회주의라는 우리 민주주의의 기둥이 무너진다"고 우려한 남 전 총리는 위기의 원인으로 "무엇보다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조선> 기자 "남 전 총리 약력은 인터뷰 주제와 별개"

이와 관련, 인터뷰 기사를 쓴 박두식 <조선일보> 기자는 "박근혜 대표 후원회장이라는 남 전 총리의 약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인터뷰 주제와 별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여러 전직 총리 가운데 남 전 총리를 지목해 인터뷰한 배경을 두고 박 기자는 "대국민 호소문을 낸 13명 전직 국무총리 중 가장 연장자인 현승종 전 총리를 인터뷰하려 했으나 건강상 이유와 남 전 총리가 여러 모로 역할이 컸다며 사양했다"고 밝혔다.

현 전 총리는 본인 대신 "호소문 발표를 직접 낭독하고 기자들의 질문까지 맡았던 남 전 총리를 인터뷰 대상자로 추천했다"고 박 기자는 전했다. 또 '박근혜 대표 후원회장'임을 기사에 명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대국민 호소문 발표를 바탕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그렇게 되면 13명 전직 총리들의 이미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남덕우 전 총리가 지난 1월 2일 박근혜 대표 홈페이지에 실은 '내가 본 박근혜'라는 제목의 인사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박근혜 후원회 회장을 맞고 있는 남덕우입니다.

박근혜 의원의 후원회장이 된 것은 대략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그 내용이 신문에 보도가 되니까 각 신문사 기자들은 물론 저의 친구들이 모두 전화를 걸어서 '네가 앞으로 정치를 할 생각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 후원회장은 정치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했습니다. 저는 정치하고는 원래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회 의정에서 명예롭게 일하는 박근혜 의원에 대해 몇 자 얘기해 볼까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미중의 혼돈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혼돈상태를 어떻게든 수습을 하고 이 나라 국민에게 앞으로 갈 길을 밝혀줄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얼른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도자 혹은 리더십에는 개인적인 리더십도 있고 개인이 조직화된 정당의 리더십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지도자는 이와 같이 엉클어진 우리나라의 난맥상을 정돈을 하고 국가의 갈 길을 밝혀주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막연하게나마 이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 중에서 젊은 세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젊은 세대의 국가관 혹은 세계관이 앞으로 미래의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의원은 이 나라의 보기 드문 젊은 여성 정치인입니다. 이 정치계에 나온 지 오래 되지는 않습니다만 그 동안 의정 단상에서 매우 역동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저는 지금의 이 혼란상태를 세 가지의 커다란 변화, 즉 정보화·세계화·민주화에 적응하기 위한 진통의 계속이라고 파악해 왔습니다만, 현재 그러한 진통이 아물기는커녕 최근에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때에 모두가 알고 있듯이 박근혜 의원은 서강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따라서 정보화시대의 명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박근혜 의원은 틈이 있을 때마다 외국에 나가서 견문을 넓혀 왔습니다. 최근에는 독일을 다녀왔습니다. 독일 정부의 초청으로 특히 이 나라의 통일에 관해서 여러가지 귀중한 참고자료와 견문을 넓히고 왔습니다. 또 평양에도 갔다 왔습니다. 이에 대해서 비판의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넓은 세계를 바라보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지도자만이 앞으로 세계화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음에 민주화에 있어서 가장 시급하고도 어려운 문제는 이 나라의 정당정치의 현대화라고 생각합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박근혜 의원은 작년에 당내에서 당내 민주화를 위해서 여러 투쟁을 했습니다. 일시 좌절한 일도 있습니다만, 그의 주장이 당에서 대부분 받아들여졌고 지금도 당의 민주화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세 가지 변화가 물결치는 이 시기에 이 나라를 지도할 수 있는, 이 나라의 국민을 이끌어갈 수 있는 보기 드문 여성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의원에게 거는 저의 기대는 대단히 큽니다.

그런데 박근혜 의원의 혼자의 힘만으로는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헤쳐 나갈 수가 없습니다. 지역구민들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 모두가 이 난관을 헤쳐가기 위해 박근혜 의원을 함께 도우면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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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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