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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오전 11시 46분 대통령탄핵안이 국회의원 193명 찬성으로 통과된 이후 우리는 정말 긴 몇 주를 보냈습니다. 3월 13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요구했고 국민 의사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국회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이 유령처럼 여기저기를 떠돌았습니다.

“탄핵을 가결한 국회가 선거 시기를 미룰 것”이라든가 “즉시 개헌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 속에 “혹시 선거를 치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습니다. 최소한 ‘중립내각을 요구하고 구성한 뒤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고 ‘다음 차례는 강금실 장관’이라는 말이 야당의원들 입에 공공연하게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불안과 울분을 삭이면서 하나, 둘 촛불을 들기 시작했고 ‘백오십만개의 촛불’이 상황을 일시에 반전시켜버렸습니다. “하야하라”고 대통령을 압박했던 최병렬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직을 내놓아야 했으며, 지난 12월 31일 조갑제씨가 “노무현을 탄핵하고 조순형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주장한 후 ‘탄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하던 조순형 민주당 대표도 초라하게 몰락해버렸습니다. 민주당 어느 의원의 말처럼 “전체가 뭐에 홀린 듯” 주도한 탄핵으로 민주당은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순진하고 착한 백성들이 눈앞의 ‘불의’에 저항하는 뜻으로 든 촛불은 일부 수구세력의 ‘음모’를 완전히 깨부수었습니다. 애초 탄핵을 가결한 뒤 국민동의를 구하고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수구세력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내부에서 ‘탄핵철회안’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양당은 내분에 휩싸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로 ‘긍정적인 변화의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요동쳤고 광주전남에서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한국사회가 바뀔 것 같다’는 희망이 가슴 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십만개의 촛불과 함께 ‘순백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이제 쟁점이 불분명했던 17대총선은 ‘탄핵심판론’이 급부상하면서 민주대 반민주, 수구대 개혁, 조금 좁혀 바라보면 부패대 반부패의 전선으로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4.15선거에서 최소한 ‘차떼기’로 상징되는 수구부패세력을 일소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속에서 시민들은 잠시 촛불을 내렸습니다.

정치개혁을 사망선고로 받아들인 사람들

그러나 백오십만 촛불이 일구어낸 희망적 징후를 기쁨이 아닌 ‘위기’로 받아들이는 집단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수구세력에게 정치개혁의 징후는 너무나 큰 불상사로 다가왔을 것이며, 지역감정이 붕괴되는 조짐은 ‘자신에 대한 사망선고’로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조갑제씨에 이어 일부 지식인과 우익집단은 ‘수구세력의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로 쿠데타를 선동하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에서 초기 촛불집회를 친노집회로 규정하고 폄하하다가 촛불집회참석인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몰았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 ‘반개혁적 흐름’에 동참하고 나섰습니다.

수구세력과 그 이데올로그로서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굶주린 승냥이처럼 ‘호시탐탐’ 반전의 ‘빌미’를 찾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로 당선되자 그들은 박근혜 대표 띄우기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박근혜의 눈물’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사그러져가던 지역감정의 ‘망령’을 되살려내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1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대표의 ‘실언’이 국민일보에 보도되었습니다. 다음날 미디어다음은 문성근 본부장의 ‘장기적 분당론’을 기사화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발언은 이 시점에서 결코 적절하지도 못했고 올바른 것은 더 더욱 아니었습니다.

정동영 의장의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더 이상 시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배병수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의도를 가지고 한 발언도 아니고 실수로 한 말을 가지고 몰아붙인 데 대해 창피하게 생각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근혜 대표의 차분한 대응은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동영 의장은 잘못된 발언에 대해 각고의 심정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도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동영 의장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언론보도를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언론이 정말 이 정도밖에 안되나 싶은 자괴감을 좀처럼 지우지 못합니다. 오늘(4월 3일)로 3일째 언론은 정동영 의장의 실언 관련 기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등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정동영 실언’을 문제삼고, 이를 선거쟁점화하고 나섰습니다. 오늘 문화일보는 1면에서 ‘정대표실언과 분당론’등 돌발변수가 선거쟁점화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장기적 분당론’이 ‘총선후 분당론’으로 바뀌고

문성근씨의 ‘장기적 분당론’도 다음인터뷰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면 ‘원론적인 이야기’임을 곧 알 수 있습니다. 중간제목도 “장기적으로 분당해야”로 뽑아져 있습니다.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이를 “총선후 분당론” “우리당 내 친노대 반노 암투조짐”등으로 침소봉대해 열린우리당을 곤경에 빠드리는 호재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당사자가 후속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열린우리당이 단결해야할 때”임을 분명히 하고 “정치개혁 등이 이루어지고 난 뒤 10년 내지 20년 뒤 이념적 성향에 따라 분당해야 한다는 원론적 이야기”라고 해명한 뒤에도 일부 언론은 “문씨의 총선후 분당론이 논란을 빚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느 곳에서 문씨의 분당론이 논란을 빚고 있단 말입니까. 언론은 답해야 합니다. 이를 정쟁화하여 이득을 챙기려는 한나라당과 일부 수구언론지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 다시 말해 수구세력 사이에서 어떻게 악용할까 논의되고 있는 사안을 국민적 논란거리인 듯 보도하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수구언론의 영향력을 생각하게 됩니다. 과거 조선일보가 쓰면 중앙, 동아가 쫒아가고, 그 뒤를 방송이 쫒아가던 시절이 다시 떠오릅니다.

어쩌면 우리 언론은 집단적으로 ‘선정주의의 고질병’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슬퍼지기까지 합니다. 발언의 진의나 전체맥락과 상관없이 일부 단어만 뽑아 짜깁기해 독자나 시청자를 헷갈리게 하는 행태가 체질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입니다.

언론지면을 보면 갑자기 총선구도가 ‘부패정치청산’구도에서 세대간 대결구도로 재편되는 듯 보입니다. 일부 언론이 계속해서 ‘노풍(老風)’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정동영 의장이 큰 실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정동영 의장의 실언이 “차떼기”로 천억 가까이의 돈을 챙기고,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대통령을 탄핵만 것만큼 잘못한 것입니까. 정동영 의장의 실언이 ‘탄핵심판론’을 뒤덮어 버릴 만큼 큰 사안입니까.

촛불시위현장에서 수많은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3월 12일에는 지난 12월 대선세대가 나왔습니다. 3월 13일 촛불시위때는 6월항쟁세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3월 14일 집회때는 5월광주세대가 나왔고 3월 20일 집회에는 4.19세대가 나오셨습니다. 그렇게 촛불집회는 완성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3월27일 우리는 세대와 나이를 초월하여 민주수호의 함성으로 하나였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자신의 운명을 수구세력의 운명과 동일시하며 자신들이 보기에 조금이라도 ‘개혁적 성향이’ 있다고 보이는 집단들에 대해 무자비하게 메스를 들이댑니다. 민주노동당은 말할 것도 없고, 개혁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많이 부족한 열린우리당정도의 성향도 그들은 ‘좌파’로 규정하고 흔듭니다.

우리는 선거판을 일시에 ‘세대간 대결’로 뒤엎어 수구세력을 이롭게 하려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여론조작에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촛불소망’으로 유린된 민주주의를 일부 지켜냈습니다. 앞으로 수구세력을 등에 업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어떤 여론조작으로 ‘촛불소망’을 꺼뜨리려 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촛불시위를 ‘친노 홍위병’로 몰아붙였던 수구언론, 20만 촛불을 ‘일부의 무질서’ ‘국민적 환각상태’로 매도하는 그들의 여론조작을 이겨내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비록 함께 모여 촛불을 들지는 못할지라도 4.15총선이 끝날 때까지 우리 가슴 속 촛불마저 꺼버려서는 안됩니다. 가슴 속 촛불을 ‘횃불’로 활활 불태워야 합니다. 수구언론이 편파왜곡보도로 우리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이간질로 상처를 주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며 보듬고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4월 15일 이후에는 국민의 국회를 세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한번 해보는 겁니다. 만신창이가 된 친일진상규명법부터 원상복귀시켜 언론, 문화 부문의 친일잔재부터 청산해 가는 겁니다.

친일청산, 친독재청산, 지역감정 청산, 부패정치 청산을 위해 다시 촛불을 들 때까지 4.19세대, 5.18세대, 6월항쟁세대, 그리고 2002년 12월 대선세대가 똘똘 뭉쳐 수구부패세력의 저항에 맞설 것을 제안합니다.

'세대간 차이’가 아니라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하나될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수구언론의 세대간 갈등조장을 극복해내면서 3.1정신과 4.19의 이름으로, 5월영령들을 가슴에 품고 6월항쟁을 되새기며 함께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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