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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호랑이에게 물린 듯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바리는 한참 후에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눈을 뜬 바리가 처음 본 것은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였습니다. 그 옆에는 커다란 과일나무가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리는 알록달록한 옷을 곱게 차려입은 아리따운 언니의 무릎을 베고 있었습니다. 바리는 놀라 고개를 들려고 하자, 그 언니가 말렸습니다.
“ 좀 누워 있어. 그리고 이것 좀 먹어보렴.”
그 언니는 바리에게 복숭아 한 개를 주었습니다. 복숭아를 한입 깨물자 향긋한 맛이 입안 가득히 퍼졌습니다. 두 입 깨물자 머리가 맑아지고, 세 입 깨물자 몸에 힘이 솟았습니다. 며칠을 굶은 아이처럼 복숭아를 와구와구 깨물어 먹었지만, 그 복숭아 살은 정말 부드러워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 고마워요, 언니. 그런데 언니는 누구세요?”
언니는 대답 대신 바리는 일으키고는 앞에 서계신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게 했습니다.
할아버지 옆으로는 바리를 물고 달아난 그 호랑이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고, 그 할아버지는 마치 고양이인 양 그 호랑이를 귀엽게 어루만져 주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자기를 문 호랑이 같은데, 바리는 전혀 겁이 나지가 않았습니다. 이상한 마음으로 그 호랑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 바리는 이 호랑이를 아는가?
“ 예?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 나는 이 세상 어린이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단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정말 인자하게 들렸습니다.
“ 이 호랑이는 내 옆에서 나를 지켜주는 정말 충실한 호랑이지. 옛날에는 호랑이들이 전부 이 놈처럼 착했었는데. 그냥 우리 같은 산신들의 심부름을 해주고, 산의 악령들을 막아주는 착한 녀석들이었는데."
“ 산신이라구요?”
바리는 어디에선가 그 말을 들어본 기억이 났습니다. 그렇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떠올리기가 힘들었습니다.
뒤에 있는 언니가 바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습니다.
“ 저 할아버지는 백두산의 산신 할아버지셔. 널 만나기 위해서 이곳에 특별히 오셨단다.”
바리는 가만히 눈만 굴리면서 앉아 있었습니다.
“ 산신이 뭐하는 분인지 알지? 저 분은 백두산에 사시면서 산을 지켜주시고, 산에 올라오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지켜주시고, 그것뿐이 아니라 너 바리랑 바리의 가족들, 친구들 모두 도시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보호해 주시는 분이지.”
안전? 바리의 머리 속에 이 단어가 깊게 꽂혔습니다. 그리고는 그 할아버지를 향해서 따지듯 말했습니다.
“안전이요? 안전한 게 뭔데요? 이 세상은 전혀 안전하지 못해요. 그렇담 산신할아버지는 지금까지 백두산에서 저 호랑이하고 장기만 두고 계셨군요. 이 세상이 뭐가 안전해요. 우리 엄마 아빠도 나쁜 호랑이들에게 잡혀가고, 혜리도 잡혀가고, 보육원 친구들도 다 잡혀가고…. 그리고 요즘에 얼마나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내 주위엔 아무도 안 남았는데 .”
갑자기 기가 막힌 바리는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뒤에 앉은 언니는 울고 있는 바리의 어깨에 가지런히 손을 얹었습니다.
“ 바리 부모님은 아직 이 세상에 계시단다. 단지 네가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지금 어딘가에 살아서 바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셔.”
그 말을 들은 바리가 고개를 들자, 그 언니가 입고 있는 옷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언니는 바리가 한번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가게에서 파는 그러한 옷이 아니었습니다. 실자국도 하나 보이지 않았고, 얇은 유리로 만든 것처럼 맑고 투명했지만, 속은 비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바람결에도 팔랑팔랑 날리는 것이 아주 예뻤습니다.
“ 언니는…… 선녀인가요?”
“ 선녀? “
그 언니는 그냥 가물가물 웃기만 하다가, 산신 할아버지를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 그건 잘 모르겠는데, 세상사람들이 우리를 선녀라고 부르더구나. 내 이름은 진달래야”
“와……. ."
바리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 줄을 몰랐습니다 정말로 선녀가 있다니, 그 선녀가 내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아주고 있다니,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동화에 나오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었습니다. 울다말고 아직도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선녀옷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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