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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광주에서 3일째 3보1배를 하고 있는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이 5.18국립묘지에 이르러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광주에서 3일째 3보1배를 하고 있는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이 5.18국립묘지에 이르러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얼마 전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눈물을 보이더니, 이번에는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이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 아픈 것은 못보는 우리네 정서에서, 다른 사람이 흘리는 눈물을 가지고 시비를 걸면 영락없이 모질다는 소리를 듣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소리를 듣더라도, 선거전 한복판에서 쏟아지고 있는 그 눈물의 의미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기에, 여기 몇 자 적어보기로 한다.

추미애 위원장은 3보1배 행진을 마쳤다. 얼마 전 과로 때문에 몸져누웠던 추 위원장에게 3보1배 행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다. 광주 한복판에서 있었던 고통의 행진은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일시적인 동정의 시선인지 아니면 지지의 회복인지 여부에 상관 없이, 지금 민주당 입장에서는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색할 일이었을 것이다.

추 위원장은 지금도 휠체어에 타고 링거주사를 꽂은 채로 호남지역 유세를 계속하고 있다. 연설 도중 울먹이거나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종종 화면에 나오고 있다. 길거리에서는 "불쌍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7대 총선 선거 전 한복판에, 어째서 3보1배 행진같은 광경을 지켜보아야 하는 것인지, 눈물의 연설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는 좀처럼 설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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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1배의 의미는 '참회와 사죄'에 있는 것으로 전달되었다. 추 위원장은 3보 1배에 앞서, "피땀을 흘린 민주 자존심에 큰 상처를 드리고 민주당을 지키지 못한 점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추 위원장의 말에는 정작 무엇을 참회하고 무엇을 사죄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들이 빠져 있었다. 탄핵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태도 표명은 피한 채, 막연히 '상처를 드려 반성한다'는 식의 설명이다. 그리고 참회를 하고 사죄를 하니,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에 대한 입장표명 역시 누락되어 있다.

도대체 원내 제2당의 선대위원장이 선거 기간에 3보1배를 하게 할 정도로 '잘못한 일'의 실체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회피하는 상태에서는 문제의 본질이 덮여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본질은 덮어둔 채 , 그저 고통받고 눈물흘리는 모습만 보여준다고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민주당이 국민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이 그 흔한 말로 '환골탈태'하면 되는 일이요, 추 위원장은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 해결되는 일을 가지고, 3보1배를 하고 눈물흘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민심을 잃었을 때 정치인이 해야 하는 것은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는 것이지, 국민들에게 자신의 고통과 눈물을 보이는 일이 아니다. 국민의 분노와 실망을 위로해야 할 정치지도자가, 거꾸로 지나가는 시민들로부터 불쌍하다고 위로받는 모습이 되었다면,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정치지도자가 자기 혼자 다 울어버리고 나면, 정말로 상처받은 국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잘못은 자기들이 저질러놓고 왜 울기는 자기들이 울고 있는 것인가.

물론 추 위원장이 지금 흘리고 있는 눈물에는 나름의 진정성이 담겨져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면서 계속 눈물흘린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 눈물이 가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지도자로서 정치적 해법은 내놓지 않고, 자신의 고통과 눈물을 보이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같은 감성에 호소하는 정치는, 한때 '추다르크'라는 이름이 붙었던 추 위원장의 기개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급해도 정치지도자가 정도를 포기하면 안된다.

하필이면 광주에서 3보1배가 있었던 것도, 어제부터 추 위원장의 입에서 김대중 전대통령 이름이 계속 나오는 것도 개운치가 않다. 아무리 다급해도 지역주의를 다시 불러일으킨다는 논란만은 피해가기를 바란다. 추 위원장이 이번 총선 하나로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근래 들어 정치인들의 눈물을 많이 보게 된다. 임종석의 눈물, 박근혜의 눈물, 추미애의 눈물…. 유권자들은 이 각각의 눈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눈물을 심사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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