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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7일자 '조폭언론과 조폭정치' 칼럼.
<한겨레> 7일자 '조폭언론과 조폭정치' 칼럼. ⓒ 오마이뉴스 신미희
"일부 언론인과 정치인들은 '조직의 논리'에 충실한 조폭을 닮았다."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장이 바라본 언론인과 정치인에 대한 소견이다. 성 부장은 <한겨레> 7일자에 '조폭언론과 조폭정치' 제하 칼럼을 통해 탄핵정국 아래 일부 정치인, 언론인 행태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성 부장은 특히 '조직의 논리'를 내세워 합리성을 상실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가령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한 정부종합청사 기자실에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외친 기자의 사례는 다소 충격적이다.

이 기자는 '조중동' 소속이라고만 언급됐다. 다른 기자들은 '아무리 ○○일보지만 너무 했다'며 기가 막혀 했다고 성부장은 전했다.

탄핵역풍이 불면서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면 정기간행물법을 개정해 신문사 소유지분을 제한할 것"이라고 드러내놓고 걱정하는 일부 '조중동' 기자들의 걱정도 언급됐다.

"사주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일치하는 기자들 현장 누비고 있다"

성 부장은 "극히 일부겠지만 사주와 자신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있는 기자들이 지금 현장을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입사 이전부터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신문사라는 '조직'에 몸담고 있다보니 그런 체질로 변했을 것"이라고 성 부장은 덧붙였다.

또 성 부장은 3년 전 자신의 저서로 다른 기자들의 취재대상이 된 경험을 털어놨다. '조중동' 가운데 한 신문의 가판에 터무니없는 내용이 들어있어 수정을 요구하자, 그 기자는 "조직에 몸담고 있어서 곤란하다"고 거절을 했다는 것이다. 성 부장은 당시 그 기자가 입에 담은 '조직'이라는 단어에 상처를 입었고, 꽤 오랫동안 아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군이나 경찰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막무가내식 분위기가 30년이 지난 지금 국회에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 부장은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와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탄핵드라이브를 걸며 의원들을 몰아세웠다"며 "처음엔 한나라당과 민주당 안에서도 신중론을 편 사람들이 제법 있었으나 오래 버티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같은 사람들로 지목된 사람은 오세훈 원희룡 남경필 의원과 민주당의 추미애 심재권 이낙연 의원 등이다.

성 부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3년여 청와대 출입기자 경험을 토대로 < DJ는 왜 지역갈등 해소에 실패했는가>(도서출판 중심)를 2001년 펴낸 바 있다. 성 부장은 이 책에서 당시 언론사 세무조사는 지역감정을 부추겨 '정권 흔들기'를 시도한 '빅3 신문' 등 '언론사 타격용'으로 진행됐다는 청와대 비서관들 발언을 언급했다.

'조중동' 등은 책이 나오자마자 대대적으로 이를 아전인수식으로 인용, 보도했고 성 부장은 "이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부분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언론탄압’ 인상을 줄 수 있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모아서 기사를 썼다”고 반박했다. 또 이같은 보도태도와 관련, 성 부장은 2001년 10월말 <동아일보>의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중재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냈다.


다음은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장이 7일자에 쓴 '조폭언론과 조폭정치' 칼럼 전문이다.

조폭언론과 조폭정치

3월12일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직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안에 있는 한 기자실에서 어느 기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외쳤다. 그는 이른바 ‘조중동’ 소속이었다. 다른 기자들은 기가 막혔다. ‘아무리 00일보지만 너무했다’는 것이다.

탄핵 역풍이 불기 시작하자 ‘조중동’의 일부 기자들은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면 정기간행물법을 개정해 신문사 소유 지분을 제한할 것”이라고 드러내 놓고 걱정을 하고 있다. 사주와 자신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극히 일부겠지만 어쨌든 이런 기자들이 지금 현장을 누비고 있다. 이들이 입사 이전부터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다니는 신문사라는 ‘조직’에 몸담고 있다 보니, 아마 그런 체질로 변했을 것이다.

나는 3년 전 책을 한 권 썼다가 다른 기자들의 취재 대상이 된 일이 있다. ‘조중동’ 가운데 한 신문의 가판에 터무니없는 내용이 들어 있어, 수정을 요구하자, 그 기자는 “조직에 몸을 담고 있어서 곤란하다”고 거절을 했다. 그 기자가 입에 담은 ‘조직’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 상처는 꽤 오랫동안 아물지 않았다. 아니 기자가 무슨 조폭인가 하긴, 나도 ‘한겨레’라는 조직에 몸을 담은 일종의 ‘조폭’이 아니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는 수많은 조직이 존재한다. 가장 막강한 조직은 지금 자기가 속한 회사나 기관일 것이다. 고교나 대학 동창회도 중요한 조직이다. 지역사회에서는 향우회가 위력을 발휘한다. 조직에 속해 있으면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조직에 충성하면 승진이 보장된다. 약간의 잘못을 저질러도 조직의 힘을 이용해 무마할 수 있다. 조직은 세상을 살아가는 자산이요, 힘이요, 지혜다.

경찰이나 관료, 군처럼 상명하복 원칙이 강한 집단에서 조직의 위력은 증폭된다. 과거 군에는 “까라면 까”라는 비속어가 있었다. 상급자나 고참의 명령이라면 그것이 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 합법이든 불법이든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군대에 다녀와야 사회 생활을 잘 한다는 말이 있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집단생활을 통해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이익과 규율을 따르는 덕목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일게다.

그렇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비합리적인 상급자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르는 요령을 배워야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과거 우리 군과 우리 사회는 둘다 그만큼 비합리적인 집단이었다.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군이나 경찰 안에서 과거와 같은 막무가내식 분위기는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민주화로 인한 탈권위주의 덕분이다. 다행이다.

그런데, 정당이란 조직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1960년대 후반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이 3선개헌을 추진할 때도 공화당 안에서 끝까지 저항했던 정구영 예춘호 같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30년이 훨씬 지난 뒤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와 민주당의 조순형 대표가 탄핵 드라이브를 걸며 의원들을 몰아 세웠다. 처음엔 한나라당과 민주당 안에도 신중론을 편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오세훈 원희룡 남경필 의원, 민주당의 추미애 심재권 이낙연 의원은 ‘가세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던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순진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아무래도 내가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분명한 사과나 탄핵철회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

정치인에게는 ‘정당’이라는 조직보다 ‘민심’과 ‘역사’가 훨씬 중요한 것이라는 평범한 명제를 그들은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분위기에 휩쓸려 판단력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것일까 이성이 마비되면 맹목적이 된다. 2004년 대한민국에서 일부 언론인과 정치인들은 ‘조직의 논리’에 너무 충실한 사람들인 것 같다. 조폭을 닮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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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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