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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가 동맹·우방국들을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끌어들이려는 외교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의 국방중기계획에는 MD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리온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3월 31일과 4월 1일, 각각 미국 하원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이와 같이 밝히고 이를 통해 한미연합방위 전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은 "미국으로부터 MD 참여를 요청받은 바도 없고, MD 참여를 결정한 바도 없다"는 노무현 정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라포트 사령관은 또한 작년 8월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을 배치함으로써 미사일방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모든 주한미군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더 향상된 MD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한반도 MD 배치가 PAC-3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SM-3를 탑재한 이지스함, 1999년에 이미 지형 숙지 훈련을 실시한 바 있는 항공기탑재레이더(ABL) 등도 포함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국방부의 국방중기계획, MD 사업 포함
우월한 동맹 지위와 주한미군을 압박카드로 이용해 이미 한미연합사에 '연합합동전역미사일작전기구(CJTMOC)'를 설치하고,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의 남한 배치를 완료한 미국은 앞으로 한국에 MD 참여 압력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문제와 납치자 문제, 그리고 일본의 우경화 바람을 활용해 일본의 '조기' MD 참여를 이끌어낸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MD 참여 여부를 동맹에 대한 의지의 시험대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과 노무현 정부의 일부 관료들의 이에 대한 편승은 '티 나지 않게' 이뤄질 전망이다. 김대중 정부의 막바지 때인 2002년 10월 '비공개 MD 회의'를 가졌던 한미 양국의 외교·국방 관계자들은 한국의 반미감정과 MD 비판 의식을 고려해, 한국에서 가급적 'MD'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한국의 MD 관련 무기체계의 도입도 '국방중기계획에 따른 군 현대화 사업'으로 포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02년 10월 8일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의 후원 하에 연세대 국제학대학원과 미 외교정책분석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비공개 회의에는 반기문 현 외교부 장관,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 배형수 해군 조업 단장 등 모두 33명이 참석했고, 미국 쪽에서는 토머스 하버드 주한 미 대사,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 한국의 MD 작전을 원격조정하는 미국 텍사스 소재 32nd 육군 방공 및 미사일방어 사령부(32nd AAMDC)의 호워드 브롬버그 작전사령관 등 28명이 참석했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2월 군 수뇌부가 참석한 군무회의를 열고 차기대공미사일(SAM-X)사업을 2005-2009년 국방중기계획에 포함시켰다. SAM-X 사업이외에도 F-15K 40대 도입에 이은 공군 차기 전투기사업(F-X 또는 F-XX)은 2008년, 육군 차기 공격용헬기(AH-X)사업은 2007년, 공중급유기는 2009년 각각 착수키로 했다.
국방부에서 마련한 국방중기계획은 당초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심의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3월 중에 확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국방중기계획에 대한 대통령의 재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로 이뤄질 전망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SM-3와 PAC-3 도입 여부
그렇다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한미간의 'MD 공조'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미국의 MD 책임기구인 미사일방어국은 한국의 MD 참여 방법으로 요격미사일 구매, MD 기지 제공, 합동 훈련, 재정 지원, 연합 작전 기구 및 교리 마련 등 '다양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 미사일방어국이 제시한 MD 참여 방식과 관련해, 한국은 이미 미국에 MD 기지를 제공하고 있고, 을지포커스 훈련 등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CJTMOC를 중심으로 한 연합작전기구 및 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미 MD에 '한발'을 걸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핵심적인 문제는 '요격미사일'의 구매 여부이다. 요격미사일까지 구매할 경우 한국은 미국 주도의 MD에 '완전히' 편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SM-3와 PAC-3의 도입 여부는 한국의 MD 정책을 가늠할 핵심 변수라고 할 수 있다.
SM-3는 이지스함에 장착되는 탄도탄 요격미사일로써, 미국은 내년부터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3단계 로켓으로 구성된 이 요격미사일은 대기권 밖에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성능을 보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최근 미국과의 MD 공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은 4척의 이지스함을 개량해 2007년까지 SM-3를 장착할 예정이다.
문제는 한국 역시 SM-3를 도입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당초 국방부는 차세대 구축함(KDX-Ⅲ)에 'SM-2 BlockⅣA'를 장착할 예정으로 미국의 이지스 전투체계와 네덜란드의 아파르(APAR) 전투체계를 후보기종으로 선정했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가 2001년 12월 과도한 개발 비용과 기술적인 결함을 이유로 'SM-2 BlockⅣA' 개발을 취소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2002년 7월 말 미국으로부터 SM-2 BlockⅣA를 대체할 다른 요격미사일 납품을 약속 받았다며,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에 차세대 구축함을 실전배치할 예정에 있음으로, 국방부는 이 구축함에 장착될 요격미사일 도입 결정을 조만간 내려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이 납품 예정이었던 SM-2 BlockⅣA 개발을 취소하면서, KDX-Ⅲ에 MD 능력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SM-3을 도입하는 것 이외의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국방부가 KDX-Ⅲ에 무리하게 MD 임무를 추가시키고, 미국에서 SM-2 BlockⅣA의 개발을 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지스 전투체계의 도입을 서둘러 결정함으로써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만약 한국이 SM-3를 도입하려고 할 경우, 이는 미국이 원하고 있는 '한-미-일 해상 MD 체제'의 태동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더구나 SM-3의 요격 대상은 중장거리 미사일이기 때문에, 스커드미사일 등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노후한 방공미사일을 대체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PAC-3 도입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PAC-3는 현재 유일하게 실전배치된 MD용 미사일로, 이 요격미사일을 도입할 경우 한국의 MD 참여는 자명해지기 때문이다.
MD 관련 무기도입 사업 전면 재검토해야
이미 MD에 한발을 걸친 상황에서 나머지 한발마저 들여놓을 경우, 한국은 헤어 나오기 힘든 '늪'에 빠져들 것이다. 무기구매비와 운영유지비를 합칠 경우 MD 관련 비용만 해도 20조원 안팎에 달해 국민경제 및 사회복지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고, '자주국방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필요한 재원도 압박을 받을 것이다.
또한 대북·대중 관계를 악화됨에 따라, 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켜 내세우고 있는 평화번영정책과 동북아 신구상도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미-일의 MD 공조에 의해 북한의 미사일 전력이 적지 않게 무력화되면, 미국의 선제공격론은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MD 늪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MD 관련 무기도입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KDX-Ⅲ의 경우, 사업 자체를 취소하는 것이 어렵다면, 불필요하고도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MD 임무'를 제외하는 것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KDX-Ⅲ 사업의 취지가 대공 방어 능력을 중심으로 대함전, 대유도탄전, 대전자전 등의 능력을 배가시키고 해군의 작전 범위를 확장시키고, 육·해·공군의 균형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이 사업에 굳이 'MD 임무'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MD 임무'를 제외시킴으로써 수천억원대의 예산을 절감하면서, 북한과 중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PAC-3 도입 사업을 승인해서도 안될 것이다. PAC-3는 성능이 입증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할 때 PAC-3로 스커드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 과정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미영 전투기 2대를 격추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작동의 가능성 또한 높은 현실이다.
참여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와 국방을 함께 고려한 포괄안보 지향, 평화번영정책, 동북아 신구상 등 거시적이고도 중장기적인 국가전략과 MD 참여는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해지고 있다.
참여정부가 일부 맹목적 친미세력이 자주국방이라는 미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MD 참여 관련 사업을 얼마나 정확히 꿰뚫어보고, 이를 선별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정부 스스로 내세우고 있는 국가전략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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