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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헤딘 여단"이라 자칭한 이라크 무장조직이 8일 일본인 3명을 인질로 잡고 일본군이 3일내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공개되었다.
'무자헤딘 여단"이라 자칭한 이라크 무장조직이 8일 일본인 3명을 인질로 잡고 일본군이 3일내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공개되었다. ⓒ AP=연합뉴스
미국의 이라크 침공 1년이 지나면서, 이라크의 상황이 안정화되기는커녕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후세인 정권 치하에 오랜 앙숙 관계였던 시아파와 수니파의 반미 무장투쟁 연합전선이 태동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단호한 칼'이라는 작전명으로 저항세력의 분쇄에 나섰다.

특히 최근 며칠 사이에 개전 이후 최대의 인명 피해를 입은 미국은 정규전을 방불케 하는 화력을 동원해 이라크 전역에 걸쳐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고, 병력 증파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인의 사상자 수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저항세력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수니 삼각지대'에서는 이라크 무장세력과 미군 사이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양측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고, 시아파 거주 지역은 중남부에서도 유혈사태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이라크에서 앙숙관계였던 시아파와 수니파가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공동의 적'으로 미국을 삼고 있기 때문이다. '반미' 앞에 종교 갈등이 일시 봉합된 것이다. 이는 이라크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의 지지를 얻어 친미국가를 세우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대(對) 이라크 정책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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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인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

최근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이 무차별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부터 미국에 동조하는 나라와 이라크인 부역자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경고해 온 이라크 저항세력과 알-카에다는 이라크 내에서의 반격은 물론이고 미국의 침공에 동조한 나라들에 대한 테러 경고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스페인의 열차 테러는 이를 알리는 전조이기도 했다.

특히 이라크 내에서는 미국의 핵심적인 동조 국가들에 대한 납치와 테러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 한국인 목사 7명이 저항세력에 억류됐다 풀려났으며, 일본인 3명, 영국인 1명 등이 억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또한 바스라와 나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군과 이탈리아군에 대한 공격도 빈번해지고 있고, 사마와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 자위대에 7일과 8일, 연속해서 박격포 공격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는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볼 때, 미국 동조세력에 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표적' 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이 일본인 3명을 억류한 채, 이라크 주둔 자위대가 철수하지 않을 경우 사흘내 이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는, 저항세력이 '연성 목표물'인 민간인을 '인질'로 삼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추가파병이 이뤄지기도 전에...

어제(8일) 한국인 목사 7명이 저항세력에 납치된 것은 한국도 저항세력의 공격 대상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한국의 추가파병이 결정되었던 작년 말부터 한국에 대한 공격 경고는 잇따라 나왔고, 11월 30일 발생한 오무전기 소속 직원들 살해 사건은 이러한 경고가 현실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요르단 암만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차량 두 대로 이라크로 향하던 한국인 목사 7명이 현지시간으로 7일 오후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됐다 풀려났다.
요르단 암만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차량 두 대로 이라크로 향하던 한국인 목사 7명이 현지시간으로 7일 오후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됐다 풀려났다. ⓒ 연합뉴스
또 지난 5일에는 나시리야에서 지구촌나눔운동의 한재광 사업부장과 이라크 주둔 미군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직원인 박모씨가 민병대원들에 의해 억류됐다가 14시간 여만에 석방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한국인 피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는 안전 대책과 테러방지책을 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파병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아직 추가파병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 수준의 위험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세계 3위 규모의 파병이 강행되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지옥의 문'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아랍연맹의 사무총장인 아무르 모우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지옥의 문을 여는 것이 될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의 말은 차츰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이제 한국도 부시 행정부가 열어버린 '지옥의 문' 앞에 와 있다.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없는 파병을 강행함으로써 국민들을 지옥으로 떠밀어버릴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파병 결정을 철회하고 군대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라크를 돕는 길을 찾을 것인지,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대한 시기에 한국의 위정자들은 국민들과 세계 평화를 위해 선택을 할 용기도 지혜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장이 잠시 내린 참여정부호'는 "파병 방침에는 변함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정신적 여당'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은 4월 7일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파병 예정지인 이라크 북부지역은 비교적 안정된 지역이라는 국방부의 설명이 있었고, 파병시기를 더 늦춰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정신나간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한미동맹만이 살 길"인 것처럼, 무조건 파병론을 주장해온 한나라당은 역시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생사의 기로에 선 민주당은 뒤늦게 "17대 국회에서 파병을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 과반수가 반대한 파병을 결정한 참여정부, '전투병 파병 반대'라는 국민과의 약속은 닫아버리고 노무현 정부의 파병 결정에는 '열린' 우리당, 딴나라의 국익과 자국의 국익도 구분 못하는 한나라당, '파병 반대'라는 호재를 놓치고 '탄핵'을 선택해 침몰을 자초한 민주당... 이러한 우매한 정치인들 앞에서 국민들의 안전이 총체적인 위험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어제(8일)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이 발표한 "이라크 파병 찬성 국회의원에 대한 2004총선 유권자 심판을 위한 기자회견문"은 아래와 같은 호소로 끝맺었다.

"우리 국민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놀라운 힘으로 역사를 바로 잡고 정의를 세운 위대한 국민입니다.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국민운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망국적인 파병결정에 참여한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준엄한 심판을 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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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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