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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지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대체 왜 저렇게 ‘사쿠라’를 잔뜩 심어놓은 겁니까?”
기사 아저씨의 말을 듣고 보니 국회 주변에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어있었다. 아저씨의 말인즉,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벚꽃’을 왜 ‘한국의 국회’에 심어 놓았냐는 것이었다. 나는 어디선가 들은 벚꽃의 원산지가 일본이 아니라 한국(제주도)이며, 한국에서 수출되어 일본의 국화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드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국회 주변에는 무궁화를 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벚꽃 축제다, 뭐다 하면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도 좀 우스워요. 물론 봄나들이도 하고, 그거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대체 왜 ‘무궁화 축제’는 없는 겁니까?”
사실 벚꽃은 한국 역사에서 그다지 좋은 이미지의 꽃은 아니다. 일제히 피었다가, 일제히 지는 벚꽃의 특성이 일본인의 단결력을 상징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일제의 징병을 권하는 그 수많은 친일, 매국의 문장 속에서 벚꽃은 늘 ‘조선학도의 장렬한 산화(散花)’를 미화하는 비유의 소재가 되곤 했다.
그러고 보니 국회 주변에 심어진 벚꽃은 단순한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훌륭한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역사 속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풍경’이었다. 급기야 기사 아저씨는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국회 안에 순 사쿠라들만 모아 놔서 사쿠라를 심은 건가?”
아저씨의 재담에 나는 웃음을 머금었지만,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벚꽃이 만발한 여의도 거리를 걸었다. 그저 가볍게 툭, 툭 던지시는 말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급소를 찌르며 다가오든지…. 한동안 그 시니컬한 말들이 내 맘에 잔영을 남겼다.
이제 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국회의 사쿠라들’을 쓸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세치 혀로 국민을 기만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궤변을 늘어놓는 자들, 역사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자들, 노동자의 삶에 무관심하며, 구체적이지 않은 말의 잔치를 하는 자들… ‘그 사쿠라들’에게 이제 시민이 ‘준엄한 레드카드’를 선사할 타이밍인 것이다.
봄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봄 햇살이 아무리 따스해도, 봄 바람이 아무리 산들거리며 불어와도 투표를 꼭 하자.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국회를 욕할 자격이 없다는 걸 기억하자. 데이트가 있어도, 야유회가 있어도, 아무리 바쁜 업무가 있다 해도 이번엔 꼭 투표를 하자.
그래서 ‘그 사쿠라들’을 모두 ‘무궁화’로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