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공명선거 정착을 위해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내가 올바른 결정을 했는지 회의가 느껴질 때도 있다."
지난 1월 9일부터 아산에서 선거부정감시단 운영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순기씨(47·아산시 온양2동).
그는 불법선거 감시활동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돈선거’, ‘불·탈법선거’를 힘닿는 데까지 막아 깨끗한 선거문화를 만드는데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생각에서 선거부정감시단 운영요원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윤씨가 하는 일은 부정선거 예방·계도 및 감시 활동을 비롯해 선거관리위원회 업무 지원·협조 등. 현재 아산에서는 35명이 현장 활동을 하고 있다.
윤씨의 활동 시간은 보통 새벽 6시부터 밤 10시 정도까지. 폭주하는 고발전화로 정신없이 바쁜 날이 대부분이다. 그 좋아하던 술도 요즘에 거의 입에 안대고 있다.
"강화된 선거법으로 돈 선거가 많이 줄어드는 등 과거보다 선거가 깨끗해졌다. 그러나 폐해도 생겼다. 거액의 포상금으로 고발건수가 많아진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이 확인이 안 되거나, 확인하기 힘든 고발건이 많다는 것이다. 허위제보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윤씨에 따르면 포상금을 타기 위한 욕심이 앞세워진 무분별한 신고가 무척 많다고.
"'카파라치'에 이어 '선파라치'라는 것이 생겼다. 포상금을 타기 위해 전문적으로 후보자들을 쫓아다니는 선거감시자들이다. 이들은 공명선거보다는 포상금을 타기 위한 욕심으로 무분별한 고발을 하는 등 올바른 선거분위기 정착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도 하다.”
불법선거를 고발한 사람들이 상당수 내부고발자라고 말하는 윤씨는 일부러 고발을 목적으로 후보진영에 잠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한다. 윤씨는 선파라치도 문제지만 후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인력난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선거운동은 조직운동이었는데 이번 선거는 달라진 선거법 등으로 자원봉사자에게만 의지해야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당 지급이 안 되다보니 자원봉사자를 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또 한가지 윤씨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지지자들간의 반목과 질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지지자들의 열성적운동이 지역질서를 무너뜨릴 우려까지 있다고 윤씨는 보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운동원들의 복마전도 상당하다. 지역 선·후배도 없을 정도다. 살벌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서로 볼지 걱정이 될 때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후보자들과 이질감이 생성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지역에서 서로 잘 아는 선·후배 사이인데 내가 맡고 있는 업무로 서로 반갑게 맞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고 그 사람들과 관계개선이 될 지도 자신 못하겠다."
지난 1년여간 국회의원이 없이 지낸 아산시민들은 이번 선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윤씨는 말한다. 그 역시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 당선돼 시민들의 피해의식을 해소해주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