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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0일 '대통령 탄핵발의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긴급기자회견'에서 법률적 측면에서 탄핵안 발의의 부적절함을 설명하는 김선수 민변 사무총장.
지난 3월10일 '대통령 탄핵발의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긴급기자회견'에서 법률적 측면에서 탄핵안 발의의 부적절함을 설명하는 김선수 민변 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처럼 법조인들이 정계에 많이 도전하고 또 진출에 성공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일단은 우리 사회전반에 깔려 있는 법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에서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변호사라는 직업은 전문자유업이기 때문에 평소에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고 홍보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변호사들의 광고선전이 제한된 상황에서 변호사들은 출마 그 자체로 홍보·선전효과가 있기 때문에 설령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다른 직종에 견주어 '밑져야 본전'인 측면이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총선의 예비경선에서는 상향식 공천이 제도화됨에 따라 변호사 강세 현상이 더 심화되는 측면이 있다. 즉 정당 공천으로 출마하려는 후보자는 공직을 사퇴하거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나와 예비경선부터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공천을 바라보고 멀쩡한 직장에 사표를 내기란 쉽지 않은 반면에 변호사는 사표 쓸 필요가 없는 직종이기 때문에 정치권으로의 '직업 이동성'이 비교적 쉽게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법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배경에는 법을 잘 알기 때문에 부정부패에 쉽게 현혹되지 않을 거라는 일반 국민의 막연한 믿음이 깔려 있다.

그러나 부장판사 출신의 서정우 변호사와 서울지검 3차장 청와대 민정·사정수석을 지낸 김영일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차 떼기'에 연루된 것을 보면, 법을 잘 알기 때문에 부정부패에 쉽게 현혹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은 별로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주시해야 할 인재 풀은 이른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최병모 회장) 출신 변호사들이다. 노무현 대통령부터가 1988년 민변 창립 때부터 회원이었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몇 차례의 인사를 통해 민변은 이미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재 풀임이 입증됐다.

민변과 회원 변호사들, 헌재의 탄핵심판에 직간접 '노무현 구하기' 참여

민변 부회장 출신의 강금실 법무장관을 필두로, 민변 초대 회장을 지낸 고영구 국정원장, 역시 민변 회장 출신의 송두환 전 대북송금 특별검사, 민변 부산·경남지부장을 맡았던 문재인 전 민정수석과 이석태 전 공직기강비서관 및 이용철 법률비서관, 그리고 민변 창립 멤버인 박주현 참여혁신수석과 최은순 민원제안비서관 등이 민변 출신이다.

또 민변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계기로 지난 3월29일 헌법재판소의 1차 변론기일에 맞춰 "국회의 탄핵소추는 정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국민주권 배신행위이므로 각하 또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탄핵무효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고도 현명한 심판을 해줄 것을 촉구하는 등 노 대통령의 '법률적 수호자'임을 자임했다.

또 민변 변호사들의 경우 유현석 민변 고문과 문재인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재판의 노 대통령특 법률대리인단의 대표와 간사로 각각 참여하는 등 회원들이 개별적으로도 '노무현 구하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특히 민변 일부 변호사들은 지난해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11월9일 집단적으로 열린우리당 참여를 선언하며 정치 활동 참여를 선언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적 참여에 머무르고 있다.

88년 창립 이후 변호사들의 의무가입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변호사들이 모인 영향력 있는 민간인권단체인 민변은 현재 서울의 본부와 부산·경남지부, 대전·충청지부, 광주·전남지부를 포함해 한국 전체 변호사의 약 8%를 차지하는 4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그러나 민변 사무국에 물어보면 "이번 총선의 출마자통계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아 몇 명이 출마하는지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올 만큼 민변은 '비정치적이면서 정치적'이다.

17대 총선에 재도전하는 이원영·임종인 민변 부회장

일단 회장단에서는 이원영(경기 광명 갑)·임종인(경기 안산 상록을) 부회장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원영 민변 부회장(경기 광명갑, 열린우리당)
이원영 민변 부회장(경기 광명갑, 열린우리당)
이원영(50) 후보는 경기고·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25회)에 합격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등을 맡아 이름이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일찌감치 통합민주당 금천 지구당위원장을 맡아 정치에 뜻을 두었으나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1기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장준하 선생·최종길 교수 의문사 사건을 처리했으며 열린우리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 후보는 지난 3월29일 KBS-MR 조사에서 46.9%를 얻어 정성운 한나라당 후보(15%)와 방호현 민주당 후보(8.3%)를 크게 앞질렀다.

임종인 민변 부회장(경기 안산 상록을, 열린우리당)
임종인 민변 부회장(경기 안산 상록을, 열린우리당)
임종인(48) 후보도 일찌감치 정치에 뜻을 두고 출마한 케이스. 전북 고창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 '해마루' 합동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임 후보는 서울 성동에서 출마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현재 법무법인으로 바뀐 해마루는 우스갯소리로 '정치 변호사의 소굴'이라고 부를 만큼 노 대통령과 천정배(경기 안산 단원갑·열린우리당) 의원 등 간판급 정치인들을 배출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치 지향적 변호사들이 함께 모인 합동 사무실이다. 천정배 의원의 목포고·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인 유선호(전남 영암·장흥) 후보도 해마루 출신이다.

현재 안산 해마루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서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및 양성평등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인 후보는 3월29일 KBS-MR 조사에서 53%를 얻어 이영해(12.6%) 한나라당 후보와 최인호(4%)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성동구청 고문변호사 출신의 최재천 후보는 주목할 정치신인

이밖에 주목할 정치신인은 민변 교육위원장 출신의 최재천(서울 성동갑·열린우리당) 후보 와 이상경(서울 강동을·열린우리당) 후보다.

최재천 전 민변 교육위원장(서울 성동갑, 열린우리당)
최재천 전 민변 교육위원장(서울 성동갑, 열린우리당)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전남대 법대·대학원(법학 박사)를 졸업한 최재천(40) 후보는 사법시험(29회)에서 최상위권에 합격했음에도 판·검사 대신에 변호사의 길을 걸어 일찌감치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법무법인 한강'을 창립해 그 대표변호사로서 경영에도 성공한 몇 안되는 케이스.

최 후보는 이밖에도 민변 회원으로서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 공익변론(99년) ▲문익환 목사 등 24인 5·18 사건 관련 재심 청구 무료변론(99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재심청구 소송 수행(2003년) 등을 통해 시국사건 관련 소송에서도 변호사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 변호사는 특히 KBS와 <오마이뉴스>, <시사저널>, <한겨레> 등 각종 매체에 명쾌한 법률해석과 칼럼을 선보여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얼굴이다. 최 변호사가 이처럼 각종 매체에 칼럼을 쓰게 된 것은 97년부터 맺은 '성동구청 고문변호사'로서의 7년간의 인연과 무관하지 않다.

최 변호사도 "돌이켜보면 97년 성동구청 고문변호사로 첫 인연을 맺은 이래, 수많은 무료법률 상담과 크고 작은 분쟁의 해결에 앞장서며 성동의 주민 한 분 한 분과 애환을 같이해 온 지난 몇 년의 시간들은 국내 최고 로펌의 경영자로서 평범한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저를 소신과 의지를 가진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변모시켜 준 단련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최 후보는 지난 3월30일 KBS-MR 조사에서 31.9%를 얻어 김태기(14.2%) 한나라당 후보와 이세기(6.1%) 무소속 후보, 그리고 나종문(4.4%)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박승환 민변 부산·경남 지부장은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눈길

이상경 민변 변호사(서울 강동을, 열린우리당)
이상경 민변 변호사(서울 강동을, 열린우리당)
광주 출신으로 광주일고·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32회)과 행정고시(34회) 양과에 합격한 이상경(40) 후보는 처음에 변호사로 출발했으나 98년부터 올해까지 전주·인천지방법원 판사 등으로 근무하다가 정치 입문을 위해 법복을 벗은 케이스.

이 후보는 민변 활동 말고도 경실련 중앙위원, 시민공정거래위원회 위원, 환경운동연합 법률자문위원 등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꾸준히 해온 것이 강점이다.

강동을의 경우, 당초 심재권 민주당 의원에게 도전한 정치신인인 윤석용 한나라당 후보와 이상경 후보의 치열한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이상경 후보는 3월30일 <조선>-갤럽 조사에서 30.9%로 윤석용(15.7%) 후보와 심재권(15.3%) 후보를 앞질렀으며 4월1일 MBC-KR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34.1%를 얻어 윤석용(17.4%) 후보와 심재권(9.1%)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박승환 민변 부산경남 지부장(부산 금정, 한나라당)
박승환 민변 부산경남 지부장(부산 금정, 한나라당)
이밖에 지역에서는 민변 부산·경남지부 회장을 지낸 박승환(부산 금정구) 한나라당 후보와 김종률(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열린우리당 후보가 주목을 끈다. 박승환(46) 후보는 부산대·대학원(박사 수료)를 졸업했으며 김종률(41)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가운데 부산지역이 전반적으로 한나라당 우세로 바뀌면서 박 후보도 우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김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혼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로 창립 16년째인 민변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위기'를 계기로 역대 정부 어느 때보다도 현실 정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법조계의 노사모'를 불리는 민변 출신 정치신인들이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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