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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몸짱 신드롬’에서도 드러나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은, 무언가를 획득하기 위해 자기희생적인 노력을 감수했던 이전 세대의 그것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다. 좀더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좀더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것이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관의 한 단면이다.

요즘 들어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된 ‘웰빙’은 이러한 현대인들의 성향을 반영한다. 속칭 ‘웰빙족’들은 좀더 비싸더라도 몸에 좋은 유기농 음식을 사먹고 건강을 위해 스포츠 여가 활동을 즐기며, 고급의 가전제품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그러한 노력은 인간사회를 진보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웰빙’이 추구하는 가치들은 ‘웰빙상품’들을 소비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웰빙신드롬’을 바라보며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영어 'well-being'은 ‘더 나은 삶’, ‘잘 사는 것’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에 ‘웰빙’의 의미에 대해 논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웰빙’이 사회적 의미로 한정될 때 그 의미는 명확해진다. ‘사회 안의 모든 구성원들이 잘 사는 것’이 사회적 맥락에서 ‘웰빙’의 의미인 것이다. 이는 잘사는 사람보다는 못사는 사람을 도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복지’의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적 의미로서의 ‘웰빙’, 즉 ‘복지’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부의 재분배를 바탕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 맥락에서의 ‘웰빙’과 요즘 유행하는 소비문화로서의 ‘웰빙’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매스컴과 광고 카피에서 강조하고 있는 ‘웰빙’은 ‘물질에 얽매이지 말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즐기고 싶은 것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사고 싶은 것을 맘껏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행복이다.

‘웰빙상품’들을 맘껏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웰빙’은 전혀 다른 세계의 것이며,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때로는 사회적 이슈로도 다뤄지고 있는 ‘웰빙문화’는 사실은 부유한 소수만의 문화인 것이다.

소비를 즐길 수 있는 소수들의 문화인 ‘웰빙’은 부유한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그 ‘부’를 사용하길 부추긴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의 ‘복지’에 역행한다. 부의 재분배가 사회적 시스템으로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웰빙’은 잘사는 사람들이 더욱 잘 살기만을 독려하며, ‘나눔’의 미덕을 상실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의미의 ‘웰빙’은 잘사는 사람들을 더 잘 살도록 독려하는 것보다는, 잘사는 사람들의 부를 나누어 못사는 사람들까지도 함께 잘 살도록 하는 것이다. 부유한 사람일수록 사회에서 얻은 부에 합당한 사회적 역할을 자각해야 한다. 이것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숭고한 의무인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 떠돌고 있는 ‘웰빙’은 잘사는 사람들만의 ‘웰빙’이며, 이는 사회적 의미에서는 오히려 ‘일빙(ill-being)’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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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기쁨을 느끼고자 합니다. 오마이 뉴스를 통해 사회에 대한 시각을 형성해 왔다고 믿는데 이제는 저의 작은 의견을 개시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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