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의 여심(女心)을 관통하는 최대 사건은 탄핵이었다. 여성들은 "정치적인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야기한 결과가 탄핵사태"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성우 안소연씨는 "탄핵 정국을 주도한 정당을 찍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투표한다"고 밝혔다. 소설가 정이현씨는 "탄핵 정국 등을 겪으면서 투표권 행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을 야기한 보수 정당에 대한 비판이 우세한 가운데, 여성들은 1인2표제 선거 방식을 반겼다. 정당과 인물,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구 후보를 뽑은 뒤 정당명부 투표는 육아, 복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당을 찍겠다는 여성이 많았다. 경희사이버대학 NGO학과 박의영씨는 "분배의 가치를 드높이는 17대 국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보자가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찍겠다는 여성은 없었다. 남녀와 세대를 떠나 양성평등 의식이 확고하고 여성 친화적인 인물과 정당을 선택하겠다는 것. 페미니스트 가수 안혜경씨는 "그 후보의 성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성 정책을 지향하는 바가 올바른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여성들은 정치 신인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허수경 매치코리아 대표는 "도전과 패기로 낡은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젊은 후보가 좋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견이 많은 이유는 기존 정치권에 절망한 여성 유권자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은 4·15총선에 어떤 자세로 임했을까.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의 표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정확한 원칙과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선거를 마치고 당락이 결정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바로 그 시점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다. 일반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담긴 희망과 바람에 귀기울이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발로 뛰는 정치인들이 비로소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그려 넣을 수 있을 것이다. 4·15총선의 여심, 그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자.
"봉사정신 투철한 정치인 좋아"
강재은 서울디지털대학 홍보팀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선거는 정책과 공약보다는 정당의 이미지를 우선하는 것 같아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단순히 좋고 싫음의 감정만으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다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 국민에게 꼭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세운 정치인, 영국의 국회의원처럼 국민을 위한 봉사정신이 투철한 정치인이 당선되었으면 한다."
“민의 반영해줄 정당에 투표할 것”
김경희 숙명여대 홍보실
"인물과 정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지만, 이번 선거는 정당 중심의 투표가 될 것 같다. 아무리 청렴하고 대의명분을 갖고 시작하는 정치인이라도 대부분 그 소속당의 전체주의적 행동에서 자신의 소신을 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현 정치 현실에서의 대안은 그나마 나은 정치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게다가 민의 전달의 의미가 큰 이번 총선에서는 더욱이 정당에 대한 투표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성 취업문제 근본적 대안 마련을”
김옥 만화가
"이번 4·15총선이 정치인과 유권자가 함께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호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산적해 있는 문제가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계속된 불경기로 인한 여성 인력들의 고충이 많아 참 안타깝다. 여성의 취업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이 깊은 후보자와 정당에 투표할 생각이다. 더 나아가 육아 정책 등 복지 문제에도 근본적인 밑받침이 마련되는 17대 국회를 기대한다."
탄핵 이후‘정치 무관심’반성
김인숙 독립영화 감독
"투표는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선택을 못했다. 당을 보고 찍으려고 했는데,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다 고만고만해 보인다. 보수적인 정당은 상대적으로 더 싫다. 평소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었는데, 탄핵 이후 관심이 높아졌다. 나의 무관심 때문에 거대한 정파가 횡포를 부린 것은 아닌지 반성했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중이다. 생각보다 정치가 재미있다. 특히 보수적인 정당의 정치인들이 재미있다. 거의 코미디다."
“부패 정치인 쳐다도 안볼 것”
김여원 차이나TV 신규사업본부
"첫번째 부패하지 않은 사람을 뽑을 것이다. 정치 거물이라는 후보나 부패한 정당에서 재선, 삼선을 한 의원이라면 쳐다보지도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가장 큰 원칙은 부패하지 않은 사람이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심판받을 것이다. 두번째로 보육, 환경에 신경 쓰는 후보를 뽑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력만 봐도 가시밭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걸어온 사람을 뽑을 것이다."
“미래로 가는 선거됐으면”
박의영 경희사이버대학 NGO학과
"여성주의도 복지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분배’의 문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적 힘의 균형을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개혁과 여성정치인 몇 명이 더 의회에 진출하는가의 문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한 경제난을 강조하는 것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사적 영역에만 치우쳤던 과거에서 공적 영역을 고루 생각하는 미래로 가는 선거였으면 좋겠다."
기득권의 꼭두각시 정치인‘아웃’
사미숙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
"이번 선거는 구도가 확실하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혹은 이 당이나 저 당이나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의 논리가 통하지 않을 만한 커다란 사건이 있었고, 시민은 한층 성숙했다. 누군가 정치의 목적은 ‘강제적인 배분’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욕망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나 또한 동의한다. 단, 누구의 편에 서서 누구를 ‘강제’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많이 가진 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는 정치인은 이제 ‘아웃’이다."
“열심히 일한 후보에 표 주겠다”
안소연 성우
"우선, 탄핵 정국을 주도한 당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탄핵 정국을 주도하지 않은 당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다. 그 당의 수뇌부 구성이나 조직적인 색깔 등에는 문제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깨끗하기 때문에 지지한다.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한, 그 정당 소속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 그리고 정당명부 투표는 또 다른 당을 찍을 생각이다. 내가 지지하는 당을 견제할 수 있는 새롭고 깨끗한 정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된 여성 정책 세울 후보 뽑을것”
안혜경 페미니스트가수
"후보자의 여성 정책을 기준으로 투표할 생각이다. 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을 떠나 여성 정책을 지향하는 바가 올바른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 또 하나, 탄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이란 사건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역사적으로 누적된 것이 본질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는 ‘진정한 다수’의 생각을 전하는 당의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
“정치쇼라도 일상정치 엿보여 다행”
이명랑 소설가
"당은 정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그 당의 인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의 정책부터 고려할 것인지, 후보자의 개인적인 능력에 중심을 둘 것인지 아직 고민 중이다. 선거일까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인 듯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최근 정치가 흥미로워졌다. 당사를 시장으로 옮기고 천막으로 가기도 한다. 정치적인 쇼라는 말도 많지만 정치인들이 거리로 나와 일상 정치가 조금씩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당보단 인물보고 선택”
이안 가수
"정치를 잘 모른다. 그래도 나의 소신을 말한다면, 정당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투표할 생각이다. 이런 저런 목적으로 모였다 헤어지는 정당을 믿을 수 없다. 그 대신 후보자의 이력을 꼼꼼하게 살피고 투표할 생각이다. 특히 학생 운동 경력이 있는 후보자를 선택할 생각이다. 어떤 일이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달려들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도 잘할 거라고 믿는다."
“소신있는 정치신인 국회 갔으면”
이연희 팍시러브 대표
"이념이나 신념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시켜 보다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가 정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치인의 말들이 100%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국회 정치 경력은 그 사람이 국회 안에서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고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을 팔아먹는 국회의원을 뽑느니, 소신 있는 정치 신인에게 표를 행사하겠다."
“행복 세상 만들 黨·후보에 한표”
이현주 홀트아동복지회 홍보실
"직업의 특성상 사회 곳곳의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를 많이 접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해체되는 가정, 그리고 그 속에서 가난을 대물림하는 자녀들. 아직까지 잘리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고, 다행히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없어 재산이 거덜나지 않았지만, 요즘 세상에 이 생활이 언제까지 보장받을 수 있을까? 마음 편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번 총선에서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후보와 정당에게 아낌없이 두 표를 던지겠다."
“몽상가 보다 실천하는 후보 선택”
양유경 공인중개사
"이번 선거에서 나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연설가보다는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의 목표와 방향을 정확히 알고서 한 걸음씩 걸어가는 실천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싶다. 권위의 상징인 딱딱한 의석에서 벗어나 거칠고 땀내 나는 민의에 스스로 다가와 손잡아 줄 수 있는 후보였으면 좋겠다. 모두를 위하는 것처럼 포장한 멋진 공약만 일삼는 사람이 아닌 후보 말이다. 이제 더 이상 궁민(窮民)이기 싫다."
“국민의 편에선 후보 지지할 것”
장하나 멤버스트 강사·방송인
"지금처럼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조장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서는 안 된다. 민심의 대변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해 준 국민들의 생활은 안중에도 없고, 이 눈치 저 눈치 봐가며 사리사욕만 채우는 데 급급해 국민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가장 편한 이웃 아저씨처럼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보기 만해도 편안하고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신사같은 정치인 나와줬으면”
정은영 문화방송 시사전문리포터
"이번 총선에서는 후보 모두들 나름대로의 전략을 야심차게 내세우며 잘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국민들의 신임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네거티브 전략보다는 각 후보들의 포지티브 전략을 비교해서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후보자,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아는 정치인을 뽑고 싶다. 그런 정치인이라면 우리에게 뭔가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주권행사로 의사표현 반드시 할터”
정이현 소설가
"기본적으로 현실 정치에 무관심했다. 냉소주의자에 가까웠다. 선거 때마다 꼬박꼬박 투표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투표하지 않는 것도 내 의사 표현의 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꼭 투표를 할 생각이다. 자칫 뒤에서 투덜대며 군소리나 하는 냉소주의가 비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투표하지도 않고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는 의사 표현을 반드시 하려고 한다."
국회의원 자리 탐내는 후보‘사양’
채수정 국악인
"현실감이 있는 사람을 찍겠다. 그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을 성실하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정책적으로는 다 옳은 것 같다. 각 당이 전부 고민해서 내놓은 건데 그게 그거 같다. 정치 신인이든 기존 정치인이든 국회의원 신분을 ‘누리려고 하는’ 사람은 절대 찍지 않겠다. 아울러 말하고 싶은 것은 국악처럼 흥겨운 유세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즐거운 축제를 즐기는 정치’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파병결정 철회시킬 후보 원해”
최선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사무처장
"무모하고 어리석은 파병 결정, 이를 철회하는 후보를 원한다. 4월 8일, 파병 찬성을 결정한 국회의원들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국민의 70%가 반대한 무모하고 어리석은 파병을 결정한 국회의원들이 이제 유권자인 국민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인 바람인 평화의 가치를 여지없이 뭉개버린 결정이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파병 결정을 철회하는 용기 있는 국회의원 후보를 만나고 싶다."
“정책경쟁 펼칠 진보정당에 한표”
허수경 결혼정보회사 매치코리아 대표
"정책으로 경쟁할 수 있는 성숙한 국회를 위해 진보정당에 한 표를 던지겠다고 마음먹고 있지만, 지지하는 정당이라고 해도 출마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기에 함량 미달이라면 표를 던지지 않을 예정이다. 실천하는 행동가는 아닐지라도 자신의 직업과 위치에서 공공의 선을 고민하며 살아왔는지, 혹 그럴싸한 직위와 명함 뒤에 불법과 탈법을 일삼은 흔적은 없는지 조목조목 따져볼 요량이다."
“복지사회 실현시킬 후보 뽑을 것”
홍원희 NHN㈜ 사원
"이번 총선에서 어떤 당과 어떤 후보를 뽑을 것인가는 현재의 내 사회경제적 존재 여건에서 출발한다.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한국사회에서 20대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여성이며, 무주택세대주인 나의 미래 또한 불안하기만 하다. 여성이 불평등하게 차별받지 않고,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이런 평등한 복지사회를 실현시킬 정당과 후보에게 소중한 선거권을 행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