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총선 황금연휴를 만드는 방법과 함께 젊은 세대의 '자발적 권리 포기자'들이 증가한다는 사례를 부각해 '투표 포기' 조장 논란을 빚었던 <조선일보>가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연령대별 투표율을 분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조선일보는 선거일을 하루 앞둔 14일 「연령대별 투표율이 당락 가른다」제하 기사에서 이번 총선의 판세를 결정할 마지막 변수로 투표율을 들고 역대 선거 수치를 근거로 연령대별 투표율이 미칠 영향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는 가판과 배달판에서 그 기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작은 제목부터가 다르다. 가판의 작은 제목은 「20∼30대·50대 이상 지지성향 '극과 극'/젊은층 높으면 여당, 낮으면 야당 유리」이다. 하지만 배달판에서는 「20∼30대·50대 이상 지지성향 '극과 극', '세대중심' /40대 투표율·선택도 큰 변수」로 변경됐다.
20∼30대 투표율을 관건으로 전망했던 기사의 핵심이 '40대 중심론'으로 바뀐 셈이다. 이에 따라 기사 본문도 일부가 삭제되고 또 다른 내용으로 대체됐다. 결국 제목은 같지만 기사 방향이 전혀 다른 제2의 기사가 됐다. 6∼7시간도 안돼 이뤄진 일이다.
불과 수 시간도 안돼 해석이 완전히 달라져
또 투표율 반전 가능성 예측도 완전히 다르다. 가판에서는 최근 선관위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번 총선에선 반전 가능성이 일단 큰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배달판에서는"상당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각종 조사지표와는 달리 실제 투표율 감소 추세가 이번에도 반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반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근거로 내세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작 가판에서는 서로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가판은 "코리아리서치 김덕영 사장, 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 TN소프레스 이상일 차장 등은 16대 때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55%대로 전망한 반면 한국갤럽 김덕구 상무와 미디어리서치 김정훈 사장 등은 지난 선거보다 다소 높은 60% 안팎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당락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세대에 대한 해석도 판이하게 달랐다. 가판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투표율이 어느 정도 상승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며 "지난 대선 때도 50대 이상의 투표율은 총선 투표율보다 조금 높았던 반면 20대는 56.5%, 30대는 67.4%로 대폭 높아져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배달판은 "선거전문가들은 40대가 선거당일까지도 '고민'을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의 선택 및 투표율이 전체 유권자의 표심을 반영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일보가 그 근거로 "유권자 수로도 40대 유권자는 22.8%로 30대(24.9%), 20대(22.1%)와 비슷하고 50대(13.2%), 60대 이상(16.9%)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을 들었다.
중심 세대에 따라 투표율 영향 커....<조선> 기자 "정치적 고려 없었다"
조선일보가 수 시간도 안돼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에는 나름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선거당일 하루 전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투표율을 분석하는 기사인 만큼 매우 세밀한 분석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중견 여론조사기관의 담당자는 "신문사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의식이 강한 30대 이하 연령층과 70년 유신독재 개발세대인 50대 이상 연령층으로 정당별 지지가 확연히 나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40대가 캐스팅보드를 쥐는 게 주요 흐름인 것은 맞지만 어느 연령대를 강조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며 "30대 이하 젊은 세대의 투표율을 관건으로 본다면 그 연령층에 위기상황에 대한 강한 메시지 전달효과가 있어서 투표율을 올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40대 중심론의 경우 있는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20∼30대 젊은 세대층에 대한 메시지 전달효과가 없으므로 투표율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젊은 세대에게 위기의식을 주지 않음으로써 투표율을 높이지 않게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세대에 초점을 두느냐는 결국 해당 신문사의 선택이자 가치관"이라며 "대체로 진보적 색채의 언론사들은 젊은 세대에 비중을 두고 있다, 조선일보가 그같이 논조를 바꿨다면 당일 동아일보의 40대론과 맞물려 진보언론에 대한 방어기제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담당자 역시 변동 폭이 대적으로 적은 40대를 겨냥한 것은 "나름대로 정치적 의도가 배어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20·30대와 50대 이상은 지지성향이 뚜렷한 반면 40대는 여지가 많은 세대"라며 "그러한 40대를 공략한다면 아무래도 부동층 흡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기자는 "정치적인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가판 나오고 나서 대개 편집회의를 통해 기사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다"며 "가판 기사의 경우 너무 평이한 관점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고, 동아일보도 40대를 갖고서 분석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지면을 가져가느냐를 놓고 결정한 것이지 다른 배경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가판과 배달판의 다른 내용이다.
■ 기사 도입
"각 정당과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의 판세를 결정할 마지막 변수로 투표율을 들고 있다. 특히 연령대별 투표율은 1000∼2000표 안팎의 표차로 승부가 나는 초박빙 선거구에서는 당락 자체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판)
"하루 앞으로 다가온 17대 총선의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이다. 특히 노(老)·소(少)간 지지성향의 양극화를 고려할 때 연령대별 투표율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초박빙 선거구의 당락도 갈릴 전망이다. 이와 함께 노·소 가운데에 서 있는 40대의 선택 및 투표율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판)
■ 투표율 반전가능성
"중앙선관위...여론조사를 따르면 이번 총선에선 반전 가능성이 일단 큰 것으로 보인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이 16대 총선조사(46.1%) 때보다 무려 31.1% 높은 77.2%로 나타났다....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가판)
"이번 선거에서는 탄핵과 노풍(老風)이라는 대형 이슈가 판세를 크게 움직이고 있어 투표율도 다소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중앙선관위...여론조사에도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이 16대 총선조사(46.1%) 때보다 무려 31.1% 높은 77.2%로 나타났다...그러나 상당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각종 조사지표와는 달리 실제 투표율 감소 추세가 이번에도 반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투표율 60%가 정당간 유·불리를 가르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배달판)
■ 연령별 투표율 미칠 영향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투표율이 어느 정도 상승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대선 때도 50대 이상의 투표율은 총선 투표율보다 조금 높았던 반면 20대는 56.5%, 30대는 67.4%로 대폭 높아져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나라당은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이후 당사에 '어머님 아버님, 4월15일 투표장에 함께 갑시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중·장년층 이상의 투표율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인터넷과 핸드폰을 통해 젊은층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민주당·자민련은 호남 및 충청권이 장년층, 민주노동당은 20∼30대 투표율 높이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가판)
"각종 여론조사 결과 40대는 여야 어느 쪽에도 일방적으로 기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탄핵직후 열린우리당에 기울었으나 지금은 많이 빠져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균형이 선거당일 깨진다면 역시 승패를 가를 수 있다. 유권자 수로도 40대 유권자는 22.8%로 30대(24.9%), 20대(22.1%)와 비슷하고 50대(13.2%), 60대 이상(16.9%)에 비해 월등히 많다. 선거전문가들은 40대가 선거당일까지도 '고민'을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의 선택 및 투표율이 전체 유권자의 표심을 반영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