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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적재함에 쪼그리고 앉은 노인들이 흙바람이 괴로운듯 얼굴을 가리고 있다.
트럭 적재함에 쪼그리고 앉은 노인들이 흙바람이 괴로운듯 얼굴을 가리고 있다. ⓒ 장선애
“누가 60, 70대 투표하지 말고 쉬라고 했다고들 난리더니 이거야말로 정부에서 우리 시골노인들은 투표하지 말라는 얘기지 뭐여.”

충남 예산군 대흥면 송지·대야리 주민들은 제17대 총선이 실시된 지난 15일, 투표소가 설치된 옛 대률초등학교까지 갈 방법이 없어 분통이 터졌다.

농촌마을인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어서 자가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문 데다 마을에서 8㎞ 남짓 떨어진 투표소로 가는 버스노선이 없기 때문이다.

투표장으로 가려면 예산읍내까지 나가 다시 대률리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는 방법뿐인데 두세 시간 간격으로 있는 버스시간에 맞춰 갈아타며 투표를 하고 오려니 바쁜 농사철에 하루 해가 꼬박 걸린다는 항변이다.

이 때문에 투표를 아예 포기하는 주민들이 늘자 이 마을 이장이 마을 주민들을 투표소까지 트럭에 실어 나르는 위험을 감수하기도 했다.

차량을 제공하는 것이 명백한 선거법 위반인 데다 트럭 적재함에 사람을 싣는 행위 또한 법을 어기는 일이라서 이래저래 개운치는 않지만 주민들이 선거 날만 되면 이장에게 투표하러 가는 시간을 물어오곤 해 한두 번 운행을 하게 된다고.

머리가 허연 노인들이 트럭 적재함을 붙잡고 위험스레 투표장에 가는 모습은 영낙없이 ‘목숨걸고 투표를 하러 가는’형국이다.

이런 사정은 이 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같은 투표구로 묶여있는 신속, 노동, 하탄방리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예전에 투표소가 딴산 수문 관리소에 있었는데 시골노인들 어떻게 하라고 여기다 묶어놨는지 모르겠다. 예전으로 환원하든가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모 이장은 “선거법이 바뀌기 전에는 선거후보자들이 앞다퉈 차량을 보내줬는데 문제가 있다고 그마저도 없앴으면 다른 대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산군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청양군에서 비슷한 민원이 제기돼 버스를 운행한 사례가 있는데 버스 안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돌발상황이 생겨 중단했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농촌마을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투표참여를 올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선거 당일만이라도 시내버스 노선을 조정하는 등의 최소한의 대책이 진작 마련돼야 했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한편 삽교읍 제3투표구인 역리와 신양면 제2투표구인 시왕리의 경우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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