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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文化, culture)'란 무엇일까?

사전에서 찾아보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 학문을 통하여 사람들의 인지(人智)가 깨어 밝게 되는 것”으로 풀이한다.

그렇다면 문화를 외면하는 것은 결국 인지가 깨어 밝게 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또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풍요로운 삶을 위하여 사람들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것인데 그 풍요로운 삶을 추구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을 말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시민들을 위한 행정의 목표는 문화를 외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최근의 서울시의 정책시행을 보면 문화를 외면하거나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칠까?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문화정책과 관련된 일들을 더듬어보면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덕수궁 터 미 대사관 신축 허가 시도

먼저 서울시가 겨레문화에 흠집을 내는 큰일로는 덕수궁 터 미 대사관 건립을 허용할 태세를 꼽는다. 덕수궁 터가 무엇인가? 시민의 힘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궁궐을 지키고 안내하는 <우리궁궐지킴이> 누리집의 자료를 보자.

“임진왜란(1592) 이듬해 선조의 시어소(時御所: 임금이 임시로 지내던 궁)로 처음 쓰기 시작, 광해군이 즉위한 후 경운궁(慶運宮)이라 이름 지었으며, 274년간 별궁으로 사용되다가 아관파천(1896) 이후, 이듬해 고종의 환어로 다시 궁궐로 쓰였다. 1904년 큰불로 대부분의 전각이 없어지고, 1905년 중명전에서 을사조약이 강제 체결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한다.

1907년 순종의 즉위와 더불어 궁궐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덕수궁'으로 이름이 바뀐다. 1919년 고종이 함녕전에서 승하한 뒤 일제에 의해 본격적으로 분할, 매각되어 현재는 대한제국 당시의 30% 정도의 규모만 남아 있다.”


즉 덕수궁은 우리 조선의 궁궐이 분명하다. 한국의 뿌리인 것이다. 그 궁궐이 현재 30% 정도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겨우 자취만 찾아볼 만큼 안타까운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 덕수궁 터에 미 대사관을 짓는 일이라는 인식을 대다수의 국민들은 갖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미국을 위해 아부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비굴하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지난 1월 12일 서울시와 외교부측 인사들이 문화재위원회 제도분과 신년 하례회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위원들을 상대로 "정부가 미국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국가간 신뢰를 어기는 것일 뿐 아니라 국익과도 배치된다. 앞으로 미국과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 문제 때문에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면 안 된다"면서 문화재위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었고, 이후 미 대사관이 조금은 후퇴하는 듯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어느 나라 공무원들인가? 그들은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가, 아니면 미국을 위해 일하는가? 어느 나라가 자기 나라의 상징인 궁궐터에 남의 나라 대사관을 짓게 한단 말인가? 이런 행위는 분명 이들에게서 역사의식도 문화인식도 철학도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행위로 보인다.

청계천 복원공사의 몰역사성

청계천 복원공사에 대한 최근의 언론 보도를 보면 “청계천 제대로 된 역사복원 어렵다”가 주류를 이룬다.

지난 3월 3일자 <한겨레신문>을 보면 “‘청계천 유적’ 날림 공사로 망가져”란 제목으로 “청계천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유적으로 꼽혀온 옛 모전교 주변에 남아 있던 호안석축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와 올바른 청계천복원을 위한 연대회의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3일 중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청계천 오간수문(五間水門)터에 현대식 다리 놓는다”라는 제목의 지난 3월 16일 <한겨레신문> 보도를 보면 “청계천 복원에 나선 서울시가 애초부터 역사·문화적 ‘복원’을 외면한 채 ‘개발’에만 관심을 쏟은 사실이 시공업체 선정을 위한 서울시의 입찰 관련 자료에서 드러났다.

14일 <한겨레>가 확인한 ‘청계천 복원 건설공사 일괄입찰안내서’와 ‘청계천 복원공사 기본설계 적격심의 위원명단’등을 보면,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토목 및 조경 공사’만으로 취급했으며, 역사·문화적 복원 관련된 내용은 시공업체 선정과 설계 등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보인다.

그러가 하면 역시 같은 신문 3월 10일자에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공사 과정에서 발굴된 유적과 유물들에 대해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단언하는가 하면, 청계천의 역사적 복원을 촉구한 원로작가의 신문기고를 남이 써준 글일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막말을 쏟아내 시민사회단체와 당사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는 기사도 있다.

이런 보도 내용들을 봉합해 보면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행하는 서울시장과 공무원들의 역사의식은 전무해 보이는 것은 물론 오로지 민선 서울시장의 공적에 그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민은 간 데 없고, 오로지 정치인과 공무원의 명분 쌓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뿐이다.

풍납토성에 영어마을 건립

그런가 하면 “서울시가 모두 121억원을 들여 송파구 풍납동 백제 풍납토성 안의 옛 외환은행 합숙소 등 4개 건물을 개조해 ‘영어 체험마을’을 조성하려 하자, 문화재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우리는 보았다.

풍납토성이 무엇인가?

사적 11호로 지정된 풍납토성은 몽촌토성과 함께 백제 한성시대의 궁궐터로 추정되는 중요한 문화유적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유적조사연구실이 풍납토성터인 서울 송파구 풍납1동 197번지 일대(일명 미래마을 부지, 총면적 6350평)를 필두로 3월 말 풍납토성 10개년 종합학술발굴조사에 본격 착수할 정도로 소홀히 다뤄선 안 되는 중요한 유적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풍납토성 터에 영어체험마을을 조성한단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과 관련된 기관도 아니고, 세계를 손아귀에 넣는 제국주의 언어인 영어를 하필 우리의 문화유적에 지어야만 하는가? 그들의 역사의식, 문화의식에 치를 떨 뿐이다.

고구려 유적, 아차산성 훼손

그 뿐 아니다. 또 다른 보도를 보면 “북한산에 이어 아차산에도 터널이 뚫릴 모양이다. 아차산은 한강변 유일의 고구려 유적인 보루성(堡壘城·전방진지)이 남아있고, 바보 온달 장군이 전사한 곳으로 사적 지정을 앞둔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1998년 유물까지 대량 출토돼 현재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록신청도 추진되고 있다.

그런 아차산에 서울시는 중랑구 사가정길과 강동구 암사동을 연결하기 위해 아차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2008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가 아차산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아차산성 16개 보루성 중 하나인 홍련봉의 경우 고구려 왕궁과 사찰에만 사용된 기와와 유물이 다수 출토됐으며, 문화재청도 발굴유물의 내용과 역사논쟁을 고려해 사적 지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중국은 고구려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일반 시민은 물론 네티즌들도 ‘고구려를 지킬 창이 되자’며 삼지창 모양의 그리스문자 ‘Ψ(프사이)’ 달기운동까지 펴고 있을 정도로 아차산을 포함, 고구려사 지키기가 들불처럼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환경전문가들은 아차산 터널이 환경파괴란 또 다른 부작용도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이런 국민감정에 찬물을 끼얹는 일을 쉽게 저지르려 한다. 그저 편리를 내세워 중요한 문화유적과 환경을 훼손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서울시여, 아집을 버리고, 문화의식을 길러라

서울시는 지금 시청 앞에 광장 만들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데 애초에 '빛의 광장'으로 하려던 계획을 ‘잔디광장’으로 바꿈으로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광장 이용을 제한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더구나 이 잔디광장의 모양이 일장기를 닮았다 해서 또한 말썽이다.

다만 최근 수표교를 현대식 다리가 아닌 원형 그대로 복원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에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미치고 있다.

서울시는 문화와 관련되어 어느 하나 시민들의 호응을 받는 정책은 보이지 않고, 그저 자기들의 이익과 편의와 아집에 매몰된 그리고 역사의식, 문화의식이 결여된 행정에 몰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시행인가?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공무원들은 자신들을 위해 일하라고 수임받은 것이 아니다. 오로지 시민을 위해 먼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일할 것을 명령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서울시청을 떠난 뒷날 많은 시민들의 원성은 분명히 일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공무원들이여!

제발 역사와 겨레문화에 몰상식하다는 평가와 함께 시민들의 원성을 사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행정을 펴주길 바란다. 누구든지 실수는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 실수를 반성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제발 역사와 문화의식을 새롭게 깨닫고 올바른 철학으로 다시 재정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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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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