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오전 11시 부산 롯데백화점 앞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차별 철폐에 관한 기자회견과 장애인 버스타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21개의 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날 부산공동실천단(이하 부산공동실천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콜택시를 추진하고 이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장애인 콜택시 협의회 설치 추진 ▲중증장애인에게 자립생활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부산생활센터 설치 및 지원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현실성 있게 보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3대요구안을 부산광역시에 요구했다.
또한 부산공동실천단은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낳고 있는가에 주목하지 않는다"면서 "장애인은 일상적인 차별뿐만 아니라 교육, 이동, 노동할 수 있는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도 인간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부산공동실천단과 장애인들은 롯데백화점에서부터 서면 도서관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장애인도 인간이다"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한 그들을 장애인과 함께 버스 타기 체험을 하기 위해 버스 정류소 앞에 멈췄다.
여기서 문제가 드러났다. 중증장애인들은 휠체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부산에는 아직 중증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턱이 낮고 출입구가 넓으며 경사가 진 버스)가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힘들게 휠체어를 들어서 버스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서 만나게 된 장애인재활센터 한울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 김인경(20)씨.
그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뇌출혈이 와 몇 개월간 혼수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아버지의 필사적인 간호 덕분에 깨어났지만 소아마비가 오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왼쪽팔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올해 한울에 들어가서야 제대로 된 공부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는 김인경씨는 지금까지 힘든 적이 많았다. 여상에 진학했을 때 '팔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심한 왕따를 당했다. 그때 그는 "장애인은 이렇게 차별받은 존재구나"라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고 한다.
김인경씨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장애인증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저를 벌레 쳐다보듯 하면서 표를 던져준답니다. 사람들 옆에 서서 갈 때면 '이게 뭐냐'며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매번 느끼는데 정말 화가 나고 가슴이 답답해져요"라고 털어놓았다.
현재 그녀는 한울에서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컴퓨터 프로그램 공부를 하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 작은 회사에서 경리를 하고 싶어요"라고 희망을 밝혔다. 그리곤 "장애인도 같은 사람이에요. 작은 동정심과 배려보다는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에게도 배울 권리를
부산시청에 도착한 부산공동실천단과 장애인들은 약식으로 항의 집회를 가졌다.
집회에서는 자신들의 3대 요구안이 관철되었으면 하는 바람들이 넘쳐났다. 집회에 참석한 부산대 특수교육학과 김병수(시각장애1급)씨는 "장애인들의 교육권 확대가 시급하다"며 "교육을 원하고 능력이 있었도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권을 박탈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상화자립센타의 박정엽(30)씨도 "턱이 낮은 버스를 도입해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또한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고용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