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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팀장은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이라크 현지에서 지난해 1년동안 상하수도를 새로 만드는 등 '식수사업'을 벌여 이라크 주민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하는 일을 주도했다.
한비야 팀장은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이라크 현지에서 지난해 1년동안 상하수도를 새로 만드는 등 '식수사업'을 벌여 이라크 주민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하는 일을 주도했다.
월드비전 긴급구호팀 한비야 팀장은 지난 3월 26일 요르단에 도착해 다음날 월드비전 한국긴급구호팀의 제2사업장인 이라크 서부지역 알루빠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 팀장은 긴급구호활동을 벌일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현지 상황에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4월 7일 귀국해야만 했다.

"알루빠 지역은 국경지대에 있어 미군이 외곽에만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보병은 물론 미국 해병대까지 도시 안에 들어와 있었어요. 초긴장 상태였지요. 이라크 안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 민간단체들은 안전문제에 관한 한 미군과 협력을 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미군과 접촉을 하게 되는데, 미군을 만나러 가는 월드비전 차량에 폭탄이 장치되어 있었어요. 현지 월드비전 이라크 직원이 크게 다쳤습니다. 직원들이 묵고 있는 숙소에 폭탄까지 장치해놓은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그 폭탄이 공포탄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종의 경고였지요."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은 대형 화재가 난 현장으로 불을 끄러 가는 긴급 소방대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생명의 위협은 있지만 구호가 가능하면 언제든 달려가야 한다. 그러나 한 팀장이 4월에 이라크에 머물렀을 때는 '1시간 내에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면서 구호활동을 벌여야 하는 위기상황(code red)'이었다.

"외국인은 떠나라" 협박공세

그런데 이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면서 전 직원의 철수상황(code black)'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라크 상황은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팔루자에 있었던 의사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에 따르면 얼마 전 팔루자에 미군의 총공격이 있었는데 거의 양민 학살 수준이었답니다. 적어도 400여명이 사살되고, 부상자만 1000여명이 넘었다고 해요. 이미 올 1월부터 연합군과 저항세력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어요. 이라크 저항세력은 이제 미국만을 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외국인 전체를 적대시하고 있어요. 직접 대놓고 외국인은 떠나라고 협박합니다. 월드비전에서 활동하는 현지 이라크인들까지 목숨을 위협받고 있어요."

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 수시로 이라크를 드나들었지만 이번처럼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 적이 없었다는 한 팀장은 "이라크는 6월 과도정부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전쟁 이상의 심각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팀장은 "현재 이라크 상황에선 한국군이 파병되었을 때 구호단체들의 활동은 더욱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라크 현지인들은 한국군을 연합군(점령군)과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전했다.

한 팀장이 현지 구호활동을 벌이면서 대외적으로는 "한국군은 이라크 평화를 위해 파병되는 것"이라고 역설하면, 현지인들은 "우리가 언제 이라크 평화를 위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느냐"고 싸늘하게 반문한다는 것.

"그들이 오히려 한국군이 왜 이라크에 들어오는지를 더 잘 알고 있어 난감할 때가 많았어요. 진정으로 이라크 평화를 위한다면 한국군이 이라크에 올 이유가 없다는 거지요. 폐허가 된 전쟁터에서 굶주리고 병들어 가는 이들을 긴급하게 구호하러 달려가야 하는데, 중간에 커다란 장애물이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지난 1년 간 모슬에서 지역주민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었을 때, 한국군이 모슬에 파병될 거라는 논의가 한창이었어요.

쑥대밭지역 상하수 개축 '비지땀'

그때 월드비전 한국팀은 그동안의 신뢰 구축을 아쉬워하면서 그 지역을 철수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어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민간구호단체가 갖는 어려움이 있어요. 아무리 현지인들이 구호팀을 신뢰한다고 하더라도 한국군과 월드비전 한국구호팀을 분리할 수는 없는 거지요. 현지인들이 외국군대에 갖는 적대감은 아주 심각합니다."

월드비전 한국 긴급구호팀은 지난 1년 간 이라크 북부 리노에 지방의 모슬시에서 총 5억5천만원을 들여 식수·위생시설을 개축하는 사업을 벌였다. 전쟁으로 인해 상하수도관이 모두 파괴되어 수인성 전염병이 돌았고, 먹을 물이 없어 탈수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 긴급구호팀의 과제였다.

2차 사업지역은 이라크 서부지역인 알루빠다. 이 지역은 지난해 미군으로부터 맹공격을 받아 지도에서 사라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쑥대밭이 됐던 곳이다.

한 팀장은 "연말까지 이 지역의 상하수도 개축 사업을 비롯해 도시를 재건하는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이라크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6월 중순 즈음에 다시 현지로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병을 논의할 때 적어도 '평화와 생명'이라는 대의명분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며 한 팀장은 또 다시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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