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후회할 화제의 전시, <안규철-49개의 방>전이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12개의 문이 있는 방', '그 남자의 가방' 등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 많은 이 전시는 4월 25일까지 계속된다. 다음은 전시장에서 만난 안규철 작가와의 인터뷰다.
-이번 전시의 의도는 무엇인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상상으로만 가질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이런 것들의 대비를 통해서 결핍되어있거나 결여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얘기하려 했다. '모자'나 '그 남자의 가방' 같은 작품이 그 예다. 이 작품에선 누군가가 잡아먹기도 하고 가방을 맡겨둔 이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지금의 삶이라는 게 보이는 것 위주로 되어있다. 과학이나 미디어발전을 통해서 사람들은 막연히 볼 수 없는 것은 없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건 우리사회에서 상당히 중요한 결핍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세상을 뒤집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상기시키고 이야기하고자 함이 이번 작업이 중요한 의도다."
-아이디어 채취와 그것의 구체화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시립도서관 같은 데서 아이들 책을 빌려 자기 전에 머리맡에서 읽어주곤 한다. 이런 행동을 반복했던 것이 상상력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또 하나는 일상적인 사물에 대한 관찰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일상적인 사물이라는 게 사람이 만든 물건인데, 그 물건에는 반드시 그 사람의 의도가 들어있다. 거기에 주목하면서 물건들에 대한 관찰, 분석을 한다. 본질적인 요소를 변형시키거나 배제하거나 추가하는 등 여러 변형을 가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온다. '바닥없는 방' 같은 경우 집에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바닥을 제거해버렸다. 또 '112개의 문이 있는 방'은 방의 중요한 본질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문이 너무 많아졌다. 이것은 결국 사물의 구성요소들을 가지고 거기에 뭔가 추가하거나 빼거나 다른 것을 결합시키거나 한 여러 가지 상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추가하거나 뺐을 때 그것이 어떤 새로운 의미를 갖게될 때 이건 작품이 되겠나하는 생각을 한다."
-빵 부스러기나 머리카락도 작품이 되었는데.
"나는 사라지는 과정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사람들한테 환기시키는 걸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빵 부스러기는 먹고 나서 남는 찌꺼기니까 쓸어버리게 되고 이젠 영원히 다시 빵이 되거나 밀이 되거나 할 수 없는 어떤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다. 신체에 붙어있을 땐 아무개의 일부인데 그것이 빠졌을 때는 영원히 잊혀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걸 다시 모아서 거기다 새로운 정보와 의미를 붙여 넣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소멸의 운명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일깨워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향받은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 | | 작가약력 | | | | 작가 안규철은 서울대 조소과와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사물들의 사이', '사소한 사건' 등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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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이나 마그리트 등 일상적인 삶의 질서를 교란하거나 뒤집어보거나 해서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세상을 좀더 다양하게 만드는 많은 작가들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 미술뿐 아니고 문학이나 철학도 작업에 직접적 소스가 되진 않지만 도움을 많이 받는다."
-끝으로 아이디어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있다면.
"계속해서 드로잉을 한다. 완성된 하나의 그림으로서의 드로잉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일단 꺼내놓는 수단으로서 드로잉도 하고 글도 쓴다. 이러한 과정에서 쓸만한 생각들이 나오게 된다. 그것들이 나중에 다시 결합되고 정제되어 작업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전시 안내-
전시작가 : 안규철
전시명 : 안규철_49개의 방 (Ahn Kyuchul_Forty-nine Rooms)
전시일정 : 2004년 3월 5일∼2004년 4월 25일
전시장소 : 로댕갤러리 (Tel: 2259-7781∼2 Fax: 2259-7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