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는 <데일리 텔리그라프>가 <뉴스폴>에 의뢰해서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보면 "18-34세의 젊은층이 테러위협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필립 러독 연방법무장관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호주 국민의 전형적인 스토아 철학적인 냉정함(Stoicism)을 보여주었다"며 "호주 국민은 그런 정도의 위협에 위축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봅 카 뉴사우스웨일즈주 총리도 "호주 국민은 그런 식의 위협에 아주 상식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며 "테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테러위협에 대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았고 도시사람보다 시골사람들이 더 많이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라크에 체류 중인 호주 사람을 납치할 것"이라는 이라크 과격단체의 최근 위협과 관련하여 호주 당국은 "위험이 해소될 때까지 이라크에 입국하지 말 것"을 호주 국민에게 당부했다.
존 하워드 총리, 이라크 주둔군 철수 않기로 결정
스페인이 이라크에 파병한 병력 1300여명의 철수를 시작한 데 이어 온두라스도 병력 철수를 선언했다. 태국 또한 조건부 철군을 시사했다.
지난 18일 취임한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자신이 총선에서 공약한대로 "스페인 군이 앞으로 8주 안에 모두 철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호주의 마크 레이섬 노동당 당수도 "올해 안에 치러질 예정인 연방총선에서 승리하면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이라크 주둔군 850명 전원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레이섬 당수는 "존 하워드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호주가 테러위협을 강하게 받고 있다"며 "호주군인은 중동지역이 아닌 호주 땅에서 국방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집불통'으로 소문난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스페인의 철군결정에 호주가 영향받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호주 군인은 이라크에서의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그곳에 머물 것"라고 밝혔다.
하워드 총리는 월포위츠 미 국방차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드리드 폭탄테러에 위협감을 느껴 호주 군인이 바로 철수한다면 이라크인들 뿐 아니라 테러범과 국제사회에 나쁜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존 하워드 총리의 결단은 호주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시드니모닝해럴드>가 발표한 'ACN넬슨'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호주 국민의 61%가 이라크 주둔 호주군의 철수를 반대하고 있다. 철수에 찬성하는 여론은 25% 정도다.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호주 군대가 맡고 있는 전쟁복구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주둔을 계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 "이는 다분히 미국과의 안보조약, 외교통상 등 호주의 국익을 염두에 둔 국민의 뜻"이라고 <시드니모닝해럴드>는 분석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바 있는 미국 언론인 봅 우드워드는 4월 13일에 발간한 책 <공격 계획(Plan of attack)>에 "확실한 증거도 없이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호주가 적극 협력하는 방식의 이라크전쟁이 발발한 것이다"라고 써서 부시 대통령, 블레어 영국총리와 함께 하워드 총리의 무모함을 지적했다.
호주의 최고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ONA)' 고위직에 근무하던 앤드류 윌키는 이라크전쟁 발발과 동시에 사임했다. 그는 사임성명을 통해 "호주는 미국의 잘못된 정보를 믿고 이라크 침공의 선봉에 나섰다"고 친미외교에 목을 매는 듯한 존 하워드 총리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하워드 총리를 정치에 입문시킨 바 있는 말콤 프레이저 전 총리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하워드 총리가 도에 지나칠 정도로 미국에 추종하는 외교정책을 고집해서 호주가 많은 적대국을 갖게 됐다"고 하워드 총리를 비판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발생한 테러사건 당시, 정보기관의 정보력 부족 등으로 많은 호주국민이 희생당했다고 믿는 존 하워드 총리는 최근에 불거진 고위 정보책임자들에 의한 국가기밀 유출사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로 곤혹스런 입장에 처한 존 하워드 총리가 꿈쩍도 하지 않고 철군을 고집스럽게 반대하는 실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호주의 뿌리인 유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호주가 미국 등의 우방국가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호주가 위험에 처했을 때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다는 엄정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호주의 4월은 '현충의 달'
호주의 4월은 '현충의 달'이다. 4월 25일이 호주와 뉴질랜드의 현충일인 'ANZAC DAY'이다. 전국민이 호주를 위해서 희생한 전몰용사들을 추모하고 호주의 크고 작은 모든 도시에서 생존한 참전용사들의 시가행진이 벌어진다.
1788년, 죄수 유배지로 출발한 호주는 1899년의 보아전쟁에 참전한 것을 필두로 1,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에 참전했다. 최근에 발생한 이라크전쟁까지 모든 전쟁에 호주가 참전하는 이유는 적은 인구에 땅덩어리만 큰 나라를 우방국가들과 함께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다.
이라크전쟁이 발발했을 때, 호주 전역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 시위가 연일 격렬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파병은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미국과 영국, 호주 세 나라는 속전속결로 전쟁을 수행하여 승리를 쟁취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들고 테러의 위협은 고조되고 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호주국민 다수가 선택한 철군반대여론은 언뜻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국익이 다른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다음은 2003년 현충일에 행해진 존 하워드 총리의 연설 중 한 대목이다.
"1차 세계대전의 전쟁터에서 고귀한 피를 흘린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그 당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호주의 존재를 전세계에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