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컨셉은 '교육축제'였지만, 진행은 상업성 짙은 '관광축제'였다. 지난해까지 42년간 온양문화제로 치러져 오던 이순신 축제는 올해 이순신 축제로 명칭을 바꾸고 처음 국가축제를 대표하는 정부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치러졌다.
행사기간도 3일에서 5일로 늘어났으며, 신정호에서 개최되던 장소도 축제 이미지에 맞게 현충사에서 열려 교육적 효과를 높였다.
예산도 지난해 국비 2000만원, 도비 2000만원, 시비 4억6000만원 등 총 5억원에서 국비 5500만원, 도비 5500만원, 시비 6억5000만원 등 총 7억6000만원으로 늘어났다.
행사의 컨셉은 이순신 장군을 테마로 한 인물 중심의 스토리전개형 교육문화축제. 이에 따라 올 축제는 취지에 맞게 이순신 장군의 충효정신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집중해서 구성, 배치했다.
41회, 42회 2년간 예비축제로 치러지는 동안 내실을 기하며 새로운 형식의 모범적인 지역축제 모델을 제시하며 준비 기간도 가졌다. 하지만 개최 결과는 기대를 저버리며 교육문화축제라는 행사 컨셉을 무색케 했다.
관광객 유치에 무게를 두고 교육적 성과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행사장 동선도 교육 프로그램을 담고 있는 테마관에 무게를 두고 배치한 것이 아닌 관광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관람형 행사에 무게를 두는 등 행사 성격을 퇴색시켰다.
행사장 입구부터 주제관인 거북선관, 전통거리, 군영체험장, 임진왜란 퍼포먼스, 무관전시의장 등 교육·체험 테마관은 관광객의 시야에서 묻히도록 분리 배치돼 스토리 전개를 단절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물론, 즐기기성 관람형 행사가 주를 이루는 주무대만 눈에 띄게 배치해 동선 혼란을 가중시키는 등 성공적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소년, 청년, 명장, 성웅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전개형 교육축제로 치르겠다는 당초 계획은 무너진 동선으로 인해 실종됐고, 마치 옴니버스 형식의 컬트영화를 연상케 했다. 연계 효과는 사라지고 따로 떨어진 소재의 스토리를 관광객들이 꿰매어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로 인해 전통에 뿌리를 둔 교육문화축제라는 이순신 축제의 성격이 최근 남발되고 있는 상업적 성격의 축제 인상을 풍기며 성격 자체가 모호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진행도 수준 이하 빈축
행사 진행을 맡은 이벤트사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도 이순신 축제의 성공도를 떨어뜨리는데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이어지는 행사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 다음 행사가 열리는 시간까지 잦은 공백이 생기는 등 관람객들에게 지루함을 심어주며 다음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소멸시켰다.
상당수의 관람객들이 행사 진행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보이는 것은 물론, 북적대는 인파 속에 갈팡질팡하는 관광객들의 인솔에도 실패, 힐책을 받았다.이같은 평가는 관람객뿐만 아니라 축제에 참여한 다수의 관계자들도 같은 의견을 갖고 있었다.
급기야 전야제날에는 사전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계획하게 행사를 배치, 진행하려다 마라톤 행사에 밀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현충사에서 개최하려던 4개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되는 사고가 터지는 등 관광객들의 비난을 샀다.
서울에서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는 김성태(45·서울시 송파구)씨는 “처음 행사장을 들어섰을 때 어디로 발길을 돌려야 할 지 몰랐다. 자연적으로 눈에 띄는 주무대 쪽으로 발길이 옮겨졌으며, 이후 한참을 두리번거린 후에야 이 곳(전통거리)에 와 아이들과 장승 깎기에 참여하고 있다”며 “다음은 어느 곳으로 발길을 돌려야할 지 갈피를 못 잡겠다. 행사장에 프로그램 안내판이라도 세워 놓았으면 행사장을 돌아보는 데 불편을 덜 느낄텐데 아쉽다. 프로그램 진행 시간도 대부분이 안 맞는다. 이렇게 큰 행사를 치르며 기본적인 행사 진행 및 행사장 운영 계획도 세우지 않은 것 같다”고 진행과 행사장의 무질서를 꼬집었다.
모 축제 관계자도 “미흡한 점이 눈에 너무 띈다”며 “많은 축제를 진행했던 팀으로 알고 있는데 진행을 이 정도밖에 못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무성의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배움' 없는 교육축제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축제라는 행사 취지에 맞게 관람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야 함에도 이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다. 축제의 정체성을 흔들며 축제명을 안 바꾼 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
인물에 대한 탐구와 힘써야 할 교육적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부족해 수박 겉 핥기 식의 행사로 전락할 우려도 크다는 지적이다. 주제관인 거북관을 비롯해 임진왜란 퍼포먼스, 이순신 마당극 등 테마 프로그램은 지난해보다 교육적 요소를 강화, 자연스럽게 배움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혔다.
3개 부문으로 나눠 운영된 주제관의 경우 올해에는 다소 평면적 운영에서 향상시켜 입체적인 교육관으로 진화시켰다. 1관인 해전전시관의 경우 지난해 단순히 전시물을 관람하는 형태에서 해설을 곁들여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을 보였다.
또 2관은 세계 3대 명장 및 4대 해전 탐구관으로 구성했다. 세계 3대 명장에서는 나폴레옹을 격파한 영국 해군 영웅인 호레이쇼 넬슨, 러일전쟁의 영웅인 일본의 도고 헤이하치로 해군 대장을 소개하며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업적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4대 해전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라팔가 해전, 한산도 대첩, 칼레 해전, 살라미스 해전 등을 소개, 역사적 의의와 당시 전략의 이해를 통해 이순신 장군의 전략이 얼마나 우수하고, 성과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3관 모형함선관에서는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과 일본의 함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세계의 유명 함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 전시관마다 당시 시대적 복장을 한 도우미들을 배치, 시각적 효과까지 극대화해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같이 보완, 강화된 프로그램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어지러운 행사장 배치로 오히려 이를 반감시키며 관람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이다.
또한 축제의 교육 가치 기준에 대한 시의 판단 및 이해 부족으로 미흡한 지원을 통해 행사가 오락성으로 비쳐지는 등 교육축제로서의 완성도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각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행사장에 안내문구 및 표지판 미비로 무슨 행사와 내용인지를 모르고 관람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지난해 주제관인 거북선관을 거쳐 나오면 자연스럽게 다음 테마관으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 이해도 빨랐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혼란을 가중시키며 즐기기성 행사로 전락한 느낌을 줄 정도였다.
정강환 배재대 이벤트연구소장은 “축제의 기본 틀은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스토리가 있는 이순신 축제는 테마 중심으로 행사가 치러져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인물 중심 교육축제’로서 정체성을 갖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순신 축제는 단순히 즐기는 축제, 관람형 축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서는 기본이 무너진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축제가 전반적으로 산만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축제의 남발을 막고 정체성 확립을 통한 지역문화 발전 및 계승을 위해서는 알맹이 없는 축제를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문화관련 단체 및 관계자들이 목소리가 높아지고,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봤을 때 이순신 축제는 낙마 우려가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시-관광객, 어긋난 기대… 만족도 떨어져
올 행사의 전반적인 실패는 축제에 대한 잘못된 개념에서 기인하다.시와 관광객이 동상이몽을 갖고 행사에 접근한 것이다. 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을 들였고, 관광객들은 국내 유일의 교육축제에 대한 기대를 갖고 행사장을 찾았다. 결국 이순신 장군을 테마로 한 축제라는 출발점은 같았으나 종착역은 달랐다. 이로 인해 행사 주체인 시와 소비 주체인 관광객의 만족도 달랐다. 이같은 결과는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사전 의식 조사 및 의견 수렴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
관광객들의 기대에 대한 실망은 행사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없었고, 결국 불만족에 대한 성토가 이번 행사를 덮는 단초를 제공하는 시행착오를 낳았다. 행사 기획 및 추진 과정에서 실행에 앞서 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심의를 거칠 수 있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아울러 행사가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전문 기능을 제고할 수 있는 전담팀 구성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또한 관주도의 한계성을 극복하려면 민간주도로 축제 주체를 전향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이순신 축제위원회 천경석 집행위원은 “오히려 지난해보다도 교육적인 면이 많이 떨어졌다”며 “기획력 등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을 축제위원회에 참여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며 개인보다는 단체 관계자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무 담당자 및 진행을 맡는 이벤트사의 잦은 변동으로 축제 역량이 쌓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속성을 갖는 시스템 구축이 안 되다 보니 계속 시행착오만 겪고 있다”며 축제 업무만 전문적으로 맡을 수 있도록 전담팀 구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축제 주최자도 민간으로 이양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모니터링단의 권오성씨는 “현재 관주도로 추진되는 행사의 경우 시장의 임기가 끝나거나 담당 공무원의 인사 이동으로 생기는 차질을 최소화하고 노하우를 축적하려면 시는 지원 역할만 맡고 축제 주체는 민간에게 이양해 운영·관리토록 해야 지속성과 연속성을 갖출 수 있으며 기술도 축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대란 알면서도 대처 못해
행사장 외적인 요소로 가장 큰 실패를 보며 관광객과 시민들의 원성을 산 것이 교통문제였다.특히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충분치 못한 계획과 추진으로 교통대란을 불러온 것에 대한 관광객과 시민들의 비판은 성토를 넘어서 분노에까지 이르렀다.
시 홈페이지 게시판은 연일 네티즌들의 성토 글이 도배를 했고, 행사장에서는 운전자간의 싸움이 비일비재했다. 시발점은 마라톤 대회. 가뜩이나 비좁은 도로 사정으로 인해 교통체증이 우려됐는데도 불구하고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주말을 이용해 행사 일정을 잡은 것도 그렇고, 주행사장을 마라톤 코스로 잡아 극심한 교통체증을 유발시킨 것은 물론, 일부 전야행사까지 취소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도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했다.
마라톤 대회로 인해 시내권을 비롯한 연결 국도들이 3시간여 이상 극심한 교통 정체를 빚는 등 아산을 교통지옥으로 만들어 이용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대형 주차장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준비한 장소가 먹거리장터 상인들의 불법 점거로 기능을 상실하며 교통대란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민 및 관광객들은 이같은 사태는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의 매끄럽지 못한 행사진행과 미흡한 사전분석, 대안·대처 마련 부재가 불러온 혼란이라고 성토를 쏟아냈다.
| | 무책임한 음식업중앙회 | | | 축제 돕지는 못하고 오히려 방해 ‘비난’ | | | | 음식업중앙회 아산시지부(지부장 김준배·음식업중앙회)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지역 단체로서 국가지정 축제로 처음 열리는 이순신 축제를 돕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방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음식업중앙회가 특히 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지부장이 잘못된 행정 감시·견제를 통해 아산시의 안녕과 시민들의 이익을 대변·수행하는 일을 맡고 있는 아산시의회의 부의장이라는 점이다.시는 지난 14일(수) 올 축제기간동안 먹거리장터 위탁 운영업체로 음식업중앙회를 선정하고 일체의 운영권을 위임했다. 시는 지도·감독권만 행사키로 했다.
음식업중앙회는 이에 따라 아산시지부는 먹거리장터 공개입찰을 실시했고, 신모씨가 주축이 된 외지 업자 측에 낙찰됐다. 그러나 음식업중앙회의 부실한 운영·관리로 인해 말썽이 빚어졌다.
지난 21일(수) 오전 입점 상인들이 현충사 진입로변 임시 주차장으로 불시에 자리를 옮겨 점거하는가 하면, 당초 먹거리장터가 들어서기로 했던 장소에 계획에도 없던 할인 의류매장이 들어선 것.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은 시 직원 3백여명과 충돌·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경찰병력까지 투입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이를 두고 주위에서는 음식업중앙회가 이익을 위해 뒷거래를 하고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는 음식업중앙회에 문제를 제기했고 음식업중앙회는 위탁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인 점을 악용, 시의 문책에 항의하는 역현상이 빚어졌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지난 14일(수) 위탁 계약서 작성을 위해 음식업중앙회의 내방을 요청했으나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음식업중앙회가 당초 타 상인들을 불법 입점 시킬 계획으로 계약서 작성을 고의적으로 회피한 것이라는 의혹을 짙게 풍겼다.
상당수의 시 공무원 및 상인 등은 먹거리장터 위탁 운영업체 선정 방식을 바꿔야 이같은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인 김모(먹거리장터 입점 상인)씨는 “음식업중앙회의 독단을 막고 먹거리장터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가 직접 입점을 희망하는 상인들의 신청서를 받아 업체를 선정하고, 선정된 상인들이 연합회를 형성하는 식으로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투명하지 못한 먹거리장터 운영이 낳은 또 하나의 병폐는 위탁 관리 업체에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입점한 상인들이 투자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음식을 고가로 판매하는 등 바가지 요금이 극성을 부리는 것”이라며 분명히 제고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 박성규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