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센 VG넷 편집장은 | | | 스스로 신문창간했다가 저널리스트 변신 | | | | 에스펠 에걸 한센 VG넷 편집장은 '신문왕국' 노르웨이의 기자답게 학생 시절 스스로 신문을 창간한 경험으로 저널리스트가 된 경우이다.
그는 82년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노르웨이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단행된 국제적인 금수조처를 어기고 남아공 물자를 수입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이같은 사실을 여러 언론사에 제보했지만 어느 곳도 실어주지 않자 아예 직접 기사로 써서 신문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한다.
정식으로 인쇄를 한 신문이 아니라 복사용 신문이었던 셈이다. 수년간 신문사를 경영하다가 그만 두고 10여년간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2000년부터 VG넷에서 일해오고 있다. 베르덴스 강(Verdens Gang·VG)은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뜻을 가진 제호이다. | | | | |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언론개혁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은 연일 언론개혁에 대한 선전포고 기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시민·언론단체 등 언론개혁진영도 이번만은 언론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동안 언론개혁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모범 사례가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보다 더 선진적인 언론개혁 모델을 구축한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의 작은 나라들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언론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한편, 언론의 공공성을 기반으로 법제도를 만들었다.
언론자유 1위의 핀란드, 신문왕국 노르웨이. 그들은 어떻게 이같은 언론환경을 만들었을까. 최근 노르웨이의 10여개 언론사 관계자들이 IT강국 한국을 배우러 서울에 왔다. 그들 중에는 노르웨이 최대 일간지 VG 편집간부도 있다. 에스펠 에걸 한센 VG넷 편집장이 그 주인공. 규모로만 보면 한국의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 편집장 정도라고 할까.
'신문왕국' 노르웨이에서 배우는 언론개혁
그는 지금의 신문왕국 노르웨이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의회와 정부의 언론자유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속국에서 독립하려는 투쟁속에서 신문은 노르웨이 국민의 정치적 여론형성과 공론을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회와 정부는 언론을 적극 지원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지키려는 정책을 펼쳤다.
현재 노르웨이 언론법의 핵심은 약 200년 전 제정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자유. 이를 바탕으로 노르웨이 언론은 자율적인 규제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또 노르웨이는 신문과 잡지 등 인쇄매체를 규제하기 위한 신문법은 없으며, 언론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의 근간인 여론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특정인이 한 언론사의 소유지분을 33%(1/3) 이상 갖지 못하도록 법률로 정해놓고 있다. 또 특정사나 미디어그룹이 언론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는 특정족벌에 의한 언론사 세습과 상위 3사가 신문시장의 75%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노르웨이 언론인들은 독자와의 신뢰를 가장 중요한 약속으로 여기고 있으며 촌지 등 어떤 부정한 행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윤리의식이 투철했다. 그들에게는 한국처럼 불법판촉용 경품이나 무가지도 없었으며 파는 만큼만 신문을 발행했다. 그리고 이를 독자들에게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또 노르웨이 정부와 국회는 일정한 자격과 조건을 갖춘 언론사가 경쟁에서 밀릴 경우 생존을 할 수 있는 여러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어떤 대가도 없이 법률로 정한 바에 따르고 있으며, 결국 다양한 언론의 생존은 건강한 사회여론을 보장하고 다시 노르웨이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뿌리가 되고 있었다.
노르웨이는 2001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신문 발행부수가 719.7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한다. 그 뒤는 일본 668.7부, 핀란드 545.2부, 스웨덴 541.1부 등이 잇고 있다.
'신문왕국' 노르웨이에서 배우는 언론개혁. 30일 밤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에스펠 에걸 한센 VG넷 편집장을 만났다.
세계에서 신문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
- 노르웨이 언론상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신문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이다. 따라서 신문시장도 굉장히 발달해 인구 규모에 비해 신문사 수가 무척 많은 편이다. 현재 노르웨이 인구는 450만명이고 일간지와 격일간지, 주간지 등을 합쳐 175여개의 신문이 발행된다.
방송의 경우 93년까지 공영방송(TV)과 라디오방송이 각각 1개만 있었는데 이후 상업방송(TV)이 1개 더 생겼고 라디오 방송도 서너 개 늘었다. 인터넷의 경우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뉴스사이트가 한 개 있었는데 모 방송사가 인수했다. 지금은 기존 오프라인 매체가 운영하는 뉴스사이트들이 대부분이다."
- VG와 VG멀티미디어를 소개한다면?
"VG는 평일 82면을 내는 타블로이드판형 일간지이다. 일요판은 주중보다 발행면수가 더 많다. 우리는 배달은 하지 않고 가판만 한다. 물론 다른 신문들은 대부분 배달을 병행한다. VG멀티미디어는 뉴미디어를 담당하는 VG 자회사이다.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VG넷'과 모바일 뉴스서비스인 'VG모바일'을 포괄하고 있다. VG는 VG멀티미디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종이신문 VG에는 200여명의 구성원이 있고, VG멀티미디어에는 30여명 정도가 있다."
- VG에서 온라인 부문으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95년 뉴스사이트를 출범시켰는데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스스로 신문시장을 깎아먹는 것 아니냐, 바보짓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서 대대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0년부터 세계적으로 닷컴 열기도 불었고, 확실하게 하자는 취지로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꿨다. 하루가 다르게 인터넷이 급변하는데 우물쭈물하다가는 뒤쳐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이신문 VG에 편집국장이 있지만 인터넷 VG넷에도 따로 편집국장을 두고 있다. VG 편집국장이 나의 역할이다."
"노르웨이에는 무가지가 없다"
- VG가 노르웨이 최대 일간지라고 했는데 발행규모는?
"하루에 36만5000부를 찍는다. 우리는 무가지가 전혀 없으므로 발행부수가 곧 구독율이 된다. 또 하루 열독율(구독을 하지는 않지만 한 신문을 돌려보는 사람 수)은 130만이다."
- 한국의 가장 큰 일간지는 약 240만을 발행하고 있다.
"그런 사실까지는 몰랐는데 한국의 인구가 노르웨이보다 10배가 넘으니까 그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발행부수를 어떻게 기록하는가.
"어떤 미디어든 투명하게 한다. 감추거나 할 수 없다. TNS-갤럽이라는 기관에서 종이신문의 발행부수나 방송사 시청률, 인터넷 뉴스사이트의 조회수를 조사해서 독립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 한국은 무가지 비율이 높다. 발행부수공사를 받는 상위 3개사 신문만 해도 무가지 비율이 30%를 훌쩍 넘는다. 노르웨이는 어떤가.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팔리는 신문만 발행한다. 무가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 신뢰가 없다면 발행부수를 왜 세고 있겠는가."
- 최근 한국에는 무료신문의 열풍이 거세다. 무료신문은 유럽에서 먼저 시작했는데 이로 인한 영향은 없는가.
"노르웨이에는 무료신문이 없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인근 나라의 도심지역에는 무료신문이 많이 배포되고 있는데, 노르웨이는 워낙 나라가 크고 마을이 뿔뿔이 떨어져 있어서 무료신문에 맞지 않는다."
"신문 중심으로 여론형성... 정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 VG의 편집방향은?
"우선 어떤 이익집단으로부터도 휘둘리지 않는 독립정신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기사든 보도가치가 있으면 터뜨린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핵심은 '독립과 진보'이다. 인터넷뉴스의 경우 정치기사 등 하드뉴스 외에 핫뉴스, 연예오락(엔터테인먼트), 스포츠에 크게 집중한다.
그렇다고 톱 스토리에 꼭 어떤 기사만 올려야 한다는 것은 없다. 뭐든 중요한 것은 자유롭게 해보고 싶다. 오락적인 내용을 다룬다고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는 한국과 차이가 있는 듯하다. 지난번 룡천 폭발사고 때는 북한 기사를 많이 실었다. 앞으로는 심각한 뉴스를 많이 다룰 듯하다. 헤드라인 톱 스토리는 하루에 10∼15회 정도 교체한다."
- 노르웨이가 세계 최고의 '신문국'이 된 특별한 배경이 있는가.
"노르웨이에서는 신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여론에 바탕해 당(黨)이 만들어졌다. 신문은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강력한 도구였던 셈이다. 19세기만 하더라도 노르웨이는 덴마크와 스웨덴의 속국처럼 돼있었다. 특히 1850년부터 1880년까지 정치독립을 위한 투쟁이 활발했는데, 당시 노르웨이 국민의 정치의견을 모으는 수단이 바로 신문이었다.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등 각 부문 운동가들의 의사소통 역시 신문을 통해 이뤄졌다. 또 땅은 넓은데 교통이 발달하지 못해 산골 단위로 마을을 이룰 수밖에 없던 지리적 여건도 한몫 했다. 멀리 떨어진 마을마다 각자 의사소통을 위한 신문이 하나씩 생기게 된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정치와 신문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 그렇다면 신문에 대한 노르웨이 국민의 신뢰가 매우 높을 듯하다.
"언론인이라는 게 세계적으로 욕먹는 직업이라서 그렇지만…(웃음). 노르웨이 신문은 독자들에게 신뢰받고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 참고로 한국신문은 한국언론재단이 2002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신뢰도 19.9%에 그쳤다.
"그런가? 그럼 다른 매체의 신뢰도는 어떤가?"
- 방송의 신뢰도는 48.4%로 전반적으로 낮은 수치이다. 한국에서 언론개혁의 모범 사례로 꼽는 곳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앞서 역사적 배경을 얘기했지만 신문의 사회적 위상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 위상만큼 그에 상응하는 질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런 듯하다. 초창기부터 그랬지만 '퀄리티 페이퍼'(고급지)가 되도록 신문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지방신문이 매우 건강하고 지역내 사회적 위상도 높다. 그만큼 사회적 담론과 공론에서 신문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노르웨이에서는 신문이 매우 중요하다."
특정인 소유지분 33% 이상 못 가져
- 노르웨이의 경우 언론사주의 소유지분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신문·방송사의 인수감독에 관한 법'(언론소유법)에 따라 특정인이 지분의 33% 이상을 차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외국자본이 참여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별도로 없다. 다만 노르웨이의 신문이기 때문에 노르웨이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매체간 교차소유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다른 매체 지분까지 합쳐 40%를 넘을 수 없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 예방 차원에서 논의 중이다. 관련법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어서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 시장점유율도 제한하는가.
"그렇다. 한 미디어 기업이 30%를 넘을 수 없다. 가령 VG의 경우 자체 시장점유율만 놓고 보는 게 아니라 모기업 쉽스테드(Schibsted)가 거느린 매체를 다 합쳐서 30%를 초과할 수 없다. 현재 2등 신문은 '아프텐포스텐(Aftenposten)'으로 28만부, 다음이 '다그블라데'(Dagbladet) 20여만부를 발행하고 있다. 이들 상위 3개사는 노르웨이 전체 일간지 발행부수의 3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VG 모기업인 쉽스테드는 몇 개 매체를 거느리고 있는가.
"쉽스테드는 노르웨이에서는 VG를 비롯해 5∼6개 지방신문과 전국 TV방송, 지역방송 등의 일정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노르웨이뿐 아니라 주변 국가에도 진출했으며 프랑스의 여러 매체 지분도 확보한 다국적 기업이다. 무료신문 <20분>을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배포하고 있기도 하다."
- 한국의 경우 상위 3개사 신문이 전체 일간지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꽤 놀라운 수치이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물론 나머지 25%의 작은 신문사의 경영에 문제가 없다면 괜찮지만¨."
- 노르웨이에서 이같은 조처가 취해진 이유는?
"노르웨이는 내각제이다. 의회에서 정치시스템을 만들면서 언론자유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있었다. 그러나 말로만 '언론자유'가 있으면 뭐 하겠는가. 매체가 있어야지. 정부가 그걸 안 것이다. 언론자유를 보장하려면 사회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게 하는게 지름길임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래서 언론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독점부터 막아야 되고, 많은 매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르웨이에서 1등 언론은 정부에게 관심 밖이다. 왜냐면 2등 신문은 보조금을 받게 돼 있다. 전국지뿐 아니라 각 지역의 2등 신문은 모두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언론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서이다."
"노르웨이에서 1등 언론은 정부에게 관심 밖"
- 언론이 정부보조금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정부의 간섭은 없는가.
"없다. 법적으로 당연히 주는 것이기 때문에 신문사가 돈 받는다고 누구한테 굽신거릴 필요도 없다. 이미 확립된 법이므로 아쉬운 소리 할 이유가 없다. 물론 자유시장 제도에서 정부가 왜 사기업에게 돈을 주느냐는 보수당의 반론이 있긴 하다. 또 최근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나 CNN 등 거대 미디어들이 득세하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토종 미디어를 키우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직 큰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 목소리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다."
- 정부보조금은 얼마나 받는가.
"거액이 아니다. 전국지 기준으로 3등 신문의 경우 1년에 50만불 수준이다. 지방신문의 경우 몇 명의 직원 급여를 더 주는 정도다.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같은 정부보조금 지급도 우파 정당에서는 빨리 없애고 자유시장으로 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폭넓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 이밖에 언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조처들은 또 무엇이 있는가.
"정부가 신문사 도와주는 일 빼고 신문사 문닫게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지금 노르웨이의 부가가치세는 24%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를 면제하는 유일한 예외가 신문이다. 신문에는 부가세를 매기지 않는다. 신문을 많이 보도록 하기 위한 조처이다. 사회적 공론 조성을 위해 언론자유를 계속 얘기했는데 신문을 싸게 만들어야 많이 볼 것 아닌가. VG는 한 부에 10크로넷(1.3달러)으로 매우 싸다."
- VG는 가정배달을 하지 않고 있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신문공동배달제가 정착된 것으로 아는데.
"우리 나라는 땅이 매우 넓고 마을도 산골마다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서 배달비가 많이 든다. 한 신문사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우리는 가정배달을 하지 않아서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전국지는 물론 지방지 등이 합심해서 협동조합 형태로 공동배달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내역은 없는 것으로 안다."
- 정부의 대언론지원 정책에 대한 기존 언론사의 반발은 없었는가.
"기분 좋을 것까지는 없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이 제정됐고, 또 필요한 일이라 큰 반발은 없었다."
-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와 장치는 어떻게 되는가.
"노르웨이 헌법은 언론자유를 국민의 기본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 이외 신문업계 자체로 합의된 규칙이 있다. 신문발행인협회와 기자협회는 '편집자 헌장'이라는데 대합의를 했다. 우선 사주나 경영자는 편집권을 침해할 수 없다. 사주가 가진 유일한 권리는 고용과 해고이다. 편집국장이 잘 하고 있는데 사주나 경영자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사주나 경영자가 편집국장과 처음 계약할 때 논조·정책 등을 자세하게 쓰고 서로 합의하면 고용하는 것이지, 나중에 논조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해고할 수 없다."
-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노르웨이 언론관련 법규들은 언론사 경영과 편집의 독립을 명시하고 있다. 언론사주들은 보통 편집국장과 사장(경영인)을 각각 뽑는다. 그리고 이들을 신뢰하고 운영을 맡긴다. 하지만 언론사주는 편집내용에 일절 간섭할 수 없다. 만약 경영진이나 편집진이 잘못 운영할 경우 절차에 따라 해고할 수는 있으나 그 업무에 관여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또 2등 신문 이하로 밀려나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경영과 편집이 분리돼 있고 편집자 헌장과 편집국 헌장을 준수해야 한다."
- 노르웨이에서 기자가 촌지를 받거나 비리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적이 있는가?
"없다. 기자라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 비슷한 것이라도 받으면 완전히 사회에서 매장 당한다. 밥값 등 어떤 형태의 편의를 받는 것도 안된다. 신문 생존의 근거는 독자의 신뢰인데 기자가 돈을 받거나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다는 것은 뿌리째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신문발행인협회와 기자협회에 합의된 '편집자 헌장'에 언론인 윤리규정도 있다. 그 규정은 어린이 보도나 자살사건 보도의 경우 특히 조심하라는 등 아주 구체적이다."
- 한국 언론은 이번 선거에서도 일부 언론이 편파, 불공정보도로 비판을 받았다. 노르웨이 상황은 어떤가.
"노르웨이 신문은 정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당연히 정치적이다. 따라서 서로 정파와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선거보도를 갖고 안 싸울 수 없다. 무수히 많이 싸우고 정치적 보도로 신문끼리 대립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많은 신문이 있는 거 아니겠는가. 싸울 것은 싸우고 입장을 밝힐 것은 밝히면 된다."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신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러나 한국은 일부 언론이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노르웨이와는 다른 문제가 있다.
"일례로 EU가입 건으로 국민투표를 할 때 정부와 신문은 EU가입에 찬성했다. 그런데 국민은 반대했다. 신문들이 자신들 입장으로 보도를 유도하니까 국민들이 열받았다. 하지만 그 열받은 기분을 말할 다른 신문이 있으니까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그 자체보다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떠들 매체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즉 오마이뉴스 보도에 문제가 있으면 조선일보가 비판하고, 조선일보 보도에 문제 있을 때는 오마이뉴스가 비판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그 신문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신문으로 갈 수 있도록 시장이 형성돼 있으면 된다. 그러나 논조에 열받았는데 다른 신문을 볼 수 없는 환경이면 심각한 문제이다. 언론환경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노르웨이 신문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가.
"물론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이야 당연하다. 요즘에는 신문들이 과거와 달리 당파지보다 신문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약간씩 변하고 있다. 신문을 보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대개 알 수 있지만 예전처럼 날카롭게 정치적 입장을 갖고 대립하지는 않는 편이다."
- 2차대전 때 노르웨이 신문들도 나치 부역혐의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가.
"2차대전 당시 독일군 점령기간 동안 노르웨이의 메이저 신문들도 나치에 협력했다. 전쟁이 끝난 뒤 강제폐간을 시키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언론이 생기면서 부역 신문사들은 독자의 외면을 받아 저절로 문을 닫았다."
- 한국도 일제 식민지 시절 친일을 한 신문사들이 있다. 하지만 그 신문사들은 한번의 공식사과도 없었고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큰 신문사로 성장했다.
"매우 불행한 일이다. 참으로 믿기 어렵다."
- 이번에 왜 한국을 방문하게 됐는가.
"뉴미디어네트워크라는 모임에서 방문단을 구성해서 왔다. 노르웨이의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 인터넷매체 등이 속해 있다. 이번 한국 방문단은 특히 인터넷에 관심있는 매체로 구성됐다. 노르웨이는 작은 나라로서 밖에서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한국에서 인터넷 사업이 활발하다고 해서 시찰하러 온 것이다."
- 오마이뉴스를 직접 돌아본 소감은?
"인터넷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기존 매체처럼 신문이 알아서 뉴스를 정하고 '독자는 들어라'고 하는 방식이 아니다. 한글을 몰라서 오마이뉴스의 많은 기사를 접할 수 없었지만 그간 설명들은 바에 의하면 매우 독특한 형태다. 신문제작이나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열려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모델인데 앞으로 언론이 나아갈 길이 아닌가 싶다.
2차대전 나치에 부역한 언론을 향한 분노에서도 보았듯이 제대로된 언론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을 것이다. 물론 오마이뉴스 앞에도 도전이 있다. 점차 큰 미디어로 성장하면서 독자들도 다양해질 것이고 그같은 독자관리에 무엇보다 힘을 쏟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