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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당선자는 대답이 없고 독자들의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당초 꼭 김 당선자의 대답을 듣기보다는 공론화를 의도했기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높은 관심으로 많은 의견을 남긴 독자들에게 감사합니다. 그 의견의 대부분은 필자에 대한 성토였습니다. 흐뭇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광야에서 외치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성토하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두 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언론지형이 바뀌었다는 데 대해 설명을 요구했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었지요. 김 당선자의 대답을 보고 차근차근 설명을 하려 했는데 마치 대안 없는 딴지 걸기로 받아들인 모양입니다. 설명을 하겠습니다.

먼저 언론개혁에 대해 생각해보지요. 언론개혁은 60% 정도는 달성이 되었다고 봅니다. <조선일보>가 보도하면 그게 곧 여론이 되던 시절이 있었지요. <조선일보>가 아주 도발적이고 선정적으로 의제를 던지는 식으로 초판을 찍어내면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모든 신문들이 이것을 보고 지면 배치와 논조를 바꿨습니다.

그리고 방송은 이 의제들을 중심으로 저녁뉴스를 준비했습니다. 다른 모든 매체들은 오로지 <조선일보>의 확성기에 불과한 꼴이었지요. <조선일보>의 파워는 이 구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구조를 깨기 위해 언론운동단체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개혁을 추진했고, 족벌사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지요. 방송법 개정운동과 정간법 개정운동이 그것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방송은 독립을 향해 순항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조선일보>의 확성기 노릇을 접은 지 오래입니다. 뿐만 아니라 적대적이 되었습니다.

신문도 김대중 정부 출현과 IMF를 계기로 경향, 서울, 문화, 한국 등이 <조선일보> 대열에서 이탈했습니다. 중앙도 뚜렷하게 이탈하고 있습니다. 홍석현 회장이 자사 기자들에게 "<조선일보> 보지 말고 신문을 만들라”고 주문했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조선을 변함없이 추종하고 있는 매체는 동아 뿐입니다. 이 상황에서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매체들은 조선에게는 거의 재앙입니다. 옛날의 조선이 아닙니다. 조중동도 마찬가지고요. 언론지형의 변화란 이런 것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대안입니다. 김 당선자는 시장점유율이 15%를 넘으면 소유지분을 15~20%로 규제하겠다고 했습니다. 15%는 150만부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법을 만드는데 드는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

2002년 1월~12월 1년 동안 조중동의 발행부수 공사결과를 보겠습니다. 동아가 발행부수 205만 1594부에 유가부수가 163만 3,556부였습니다. 그리고 조선이 237만 7707부에 184만 5911부, 중앙이 205만 1558부에 168만 8759부였습니다.

무가지가 각각 42만부, 53만부, 37만부가 되지요. 합하여 무려 132만부입니다. 이거 불법입니다. 그리고 불공정거래입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공짜로 뿌려대는데 작은 신문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지요. 이 무가지의 거품만 걷어내도 다양성이 회복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겁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유가부수도 고가의 경품으로 독자들을 붙잡아둔 결과입니다. 신문고시를 개정하여 경품을 전면 금지하고 철저하게 단속하면 지각변동이 올 겁니다. 신문개혁이란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경품을 금지하고 무가지를 5% 이내로 규제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고시를 철저하게 적용하여 경품과 무가지를 추방해야 합니다. 경품과 무가지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법처럼 누구나 신고할 수 있게 하고, 주는 쪽이나 받는 사람이나 상금과 벌금을 크게 책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15% 규제라는 게 의미가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이와 더불어 신문유통공사(가칭)를 설립하여 전국 어디서나 누구든지 보고 싶은 신문을 구독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신문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지 않겠습니까?

조중동이 막강한 권력을 구축하고 있던 때에 운동의 역량을 집중했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은 미련한 일입니다. 조중동의 유가부수가 각기 1백만 부 이하로 떨어질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또 있습니다. <조선일보> 거부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이제 후반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미 승기를 잡았으므로 확실하게 제압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후반전이 어떻게 진행될지 곧 알게 될 겁니다.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개혁이 신문개혁이나 조중동이 전부가 아닙니다. 신문개혁이란, 조중동을 개혁하자는 것보다는 제 몫만큼만 누리게 하는 겁니다. 그들이 족벌체제를 유지하며 극우의 길을 가거나 왜곡보도를 하면 독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풍토를 조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미완의 방송개혁도 완성해야 하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반영하는 방송통신법 제정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에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했다면 방송이 어땠을 것 같습니까? 이렇게 취약합니다. 정치권의 변동과 관계없이 독립된 위상을 갖도록 해주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인터넷언론에 대한 법적 뒷받침도 해야겠지요.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사회가 각각 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정부는 신문고시를 개정하여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뿌리뽑아야 하고, 국회는 신문유통공사법(혹은 신문법에 포함)과 방송통신법 등의 입법에 힘을 쏟고, 시민사회는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입니다.

언론개혁은 이제 미래지향적 운동, 포지티브 운동이 돼야 합니다. 네거티브 운동은 <조선일보> 거부운동이 감당할 겁니다. 부정적인 유산을 청산하면서 바른 언론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입니다. 김재홍 당선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궂은 일은 시민단체가 맡을 테니 산뜻하고 생산적인 입법 활동을 보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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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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