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죽음을 앞둔 말기암 등 말기질환자들을 임종까지 돌봐주면서 육체적 통증완화와 정서적 안정을 도와주는 봉사자들을 호스피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호스피스'에 대해 아는 이들은 아직 그렇게 많지 않다. 술집 접대부(호스티스)와 이름을 혼돈하는 사람들도 있고, 간병인과 동일시 하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중에도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과 봉사자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체계적 교육을 수료한 후, 실질적으로 봉사에 열중하는 수는 적다. 또 무료로 하는 순수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호스피스의 정착율도 떨어져 현재 활동중인 호스피스들의 고충은 두배에 이른다. 기자는 경기도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펴고있는 수원기독호스피스회의 협조를 받아, 수원의료원에서 활동하는 오유경 호스피스와 동행해 호스피스의 하루를 살짝 훔쳐봤다.

죽음 코앞이지만 행복해요

▲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수원의료원 호스피스 병실을 찾은 최연소 환자 유선경(35)씨와 호스피스 오유경(48 주부) 봉사자는 마치 가족처럼 닮은 모습이다.
ⓒ 심미정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수원 정자동의 수원의료원을 찾았다. 이곳 5층 복도끝 호스피스 병실에는 창가로 스며드는 5월의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노랫소리와 웃음꽃이 피어난다.

"매일 아침 환자들을 위한 예배와 찬양을 하고 있습니다." 3년째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오유경(48·주부)씨는 매일 오전 예배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환우들의 밤새 안녕에 감사하고, 새하루를 맞이하는 기도인 셈이다.

수원의료원에는 봉사자들이 돌보는 호스피스 전문병실 2개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3명의 환우가 병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모두 두달을 넘기기 힘든 말기 암환자들이다. 지난 14일 병실에 들어온 35세의 유선경씨는 수원의료원의 호스피스실을 찾은 환자 중 가장 젊은 여성이다.

"젊은 분들이 들어올 때 제일 가슴 아파요.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들어오면 정말 안타깝죠. 여성들은 자신의 몸이 아파도 늘 가족걱정이 먼저여서 더 안쓰러워요."

이곳을 환자들은 오랜 병상으로 가족과 의사도 포기한 상태여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찾는다. 아침까지 환자와 봉사자가 가족처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오후에 운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호스피스들도 환자를 1-2회 이상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참 많이 울었어요. 환자 한명 한명에 집착하다 보면 봉사를 하러온 우리가 먼저 지치기 때문에 되도록 눈물을 보이지 않도록 교육을 받죠."

봉사자 오유경씨. 3년이 지난 지금은 사람을 만나고 다시 보내는 것이 일상화 되다 보니 무력감을 느낄 때도 많다. 죽음 앞에 많이 무뎌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첫마음이 많이 변해간다는 생각에 힘들기도 하다.

"사명감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호스피스 봉사 교육을 받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인원은 20% 정도니까요."

시어머니가 2년간 시한부로 고생하셨을 당시 호스피스를 처음 알게됐다는 오씨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신앙생활의 실천방법 중 호스피스 봉사가 제격이라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했다. 실제로 호스피스들도 여유가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 오씨는 “아마도 힘들고 아픈 경험이 있는 분들이 환자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말기환자 가족애 상실, 호스피스는 '가족화해 도우미‘

▲ 환자를 위해 기도하는 호스피스
ⓒ 심미정
말기환자들은 환자 자신도 병마와의 싸움으로 힘들지만 그 가족들도 지칠대로 지쳐 있어 '가족애'라는 것을 좀처럼 찾기 힘들 정도로 황폐해져 있다. 그래서 처음 병실에 들어온 환자들은 봉사를 거부하기 일쑤다. 그러나 며칠 지내다 보면 가족들도 꺼리는 힘든 부분까지 봉사자들이 정성으로 헌신하는 모습에 마음을 열게 된다. 피를 나눈 가족보다도 호스피스 봉사자들에 더 의지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수원의료원에서 활동하는 호스피스 중 '가족화해 전문가'로 통하는 김동국 목사는 환자가족들과 적극적인 상담을 담당해 오고 있다. 오랜 병마로 인해 생긴 환자와 가족간의 오해와 상처를 보듬어 주는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김 목사는 "병마로 인해 가족으로 사랑받지 못했던 환자들이 많다. 또 상처의 골이 깊은 가족들을 상담을 통해서 환자가 의식이 있는 동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역할도 호스피스 봉사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사람은 숨이 멎어도 귀는 가장 늦게까지 열려있다. 환자의 평안한 죽음을 위해서도 가족들은 꼭 화해와 용서를 구할수 있는 가슴 속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환자를 돌보고, 가족들의 아픔까지 치료해야 하는 호스피스가 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환우들이 두손을 꼭 잡아주며 보내는 감사의 표현 한방에 피로도 도망간다.

"처음 들어올 땐 죽음에 대한 공포와 현실을 비관하는 환자들이 참 많아요. 그러나 점점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변화된 모습을 접하게 돼죠. 그때만큼 보람있을 때가 없죠"

환자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호스피스들은 봉사를 하러 이곳을 찾지만 정작 자신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간다고 입을 모은다.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육신이 끝난다고 해서 완전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가치관도 많이 변해서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지 않게 됐어요"

특히나 호스피스는 환우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인격체로서 존엄을 지켜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생명사랑 운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호스피스 들은 언제나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히들 '환자들은 인격이 없다'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는데 이것은 호스피스 봉사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모두 무보수로 100% 봉사와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수원의료원의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호스피스 병실에 있는 환자만 돌보는 것이 아니다. 일반 병실에서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도 미용과 목욕, 마사지 등 봉사도 함께 한다. 마침 취재차 찾아간 날은 미용과 목욕봉사가 겹쳐지는 날로 환자들과 봉사자들의 움직임이 바빴다.

"처음 목욕봉사를 받는 환우들이 대개 타인에게 알몸을 내놓는 수치심 때문에 울음을 터뜨리지만 익숙해지면 매우 좋아하세요."

목욕봉사는 환자 한명당 6명 정도의 봉사자가 흰 장화를 싣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병원내 환자들의 청결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호스피스들은 몸살이 나고 아파도 목욕봉사를 하고 나면 피곤이 말끔히 없어진다고들 말한다. 이들은 환우들의 몸을 씻어내면서 자신의 맘속에 더러운 때를 닦고, 죄를 닦는 기분이 들어 오히려 아팠던 몸이 회복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특히 이발과 마사지 봉사는 일반환자들도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다. 중증환자는 물론 일반 환자들에게까지 인술을 베푸는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환자들에게 있어 마지막 가족이자, 천사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 호피스들이 환자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모습
ⓒ 심미정

환자 비해 호스피스 인력 태부족 여전

그러나 매년 10만명씩 늘어나는 암환자들에 비해 전문봉사 인력은 크게 부족해 호스피스 혜택을 받는 환자들은 미미한 실정이다. 또 적극적인 지원과 후원도 제대로 뒷받침 되지 않아서 현실적으로 많은 인원을 돌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수원의료원에서 가장 오랫동안 호스피스활동을 해온 박호웅(66) 장로는 “후원문화도 '우후죽순'으로 범람해 있어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갈수록 더불어 가는 사회로 발전돼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후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수원기독호스피스회는 현재 1천여 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매년 바자회와 일일찻집으로 모금한 돈과 5천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매월 꼬박꼬박 보내는 독지가들의 후원금으로 지탱해 오고 있다.

최근 수원기독호스피스회는 후원가들의 도움으로 보다 많은 말기환자들이 평안한 생을 마감하도록 돕는 호스피스전문센터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 수원 장안구 조원동에 5층 건물을 매입, 지상 5층, 지하 1층으로 병실형태로 리모델링한 후 올 12월 경부터 말기암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센터를 개원한다. 여기에는 총 16명 정도의 환우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일주일에 보통 200여명의 호스피스들의 손길이 필요해 활동을 하지 않는 호스피스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가 주체적으로 호스피스 진료비를 신설하는 방안과 호스피스 전문병원 건립, 전문의료 인력을 늘리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