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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이려고 했습니다. 바리의 눈에 눈물이 자주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가는 곳마다 호랑이들이 하는 일 때문에 여의주에 기를 모으기가 아주 힘이 들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측은하게 여긴 삼신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는 한번 들어서 대충 알고 있다. 그 놈들이 내 버드나무 가지를 가져다가 서천꽃밭의 꽃들로 호랑이들의 몸을 빚고 있다는구나. 그 호랑이들이 어디 사는지는 모르지만 그 호랑이 몸을 만드는 곳이 지리산 자락에 있단다."
바리는 백호를 불안하게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우리가…가도 안 되는거지?"
측간신 집에서 느끼던 불안감과는 달랐습니다. 그 버드나무 가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지리산에 가서 그 호랑이들과 싸워서 이겨야하는 것입니다. 바리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바리의 속마음을 읽고 있었던 것처럼 백호는 바리에게 말했습니다.
"백두산 산신님이 해주신 이야기 기억나니?"
바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우리가 해낼 것이라고 믿고 있어. 우리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어."
"하지만 어떻게 해. 난 그 호랑이들을 이길 힘도 없고…. 난 그냥 그 호랑이 눈동자만 보았을 뿐이라구. 난 그냥 그 호랑이들을 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단 말이야."
바리는 엉엉 울고만 싶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땅에 주저앉았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커다란 통나무가 가슴을 내리누르듯이 뭔가 모를 큼지막한 것이 마음 속에서 바리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삼신할머니가 바리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습니다.
"쓰잘데기 없는 믿음이란 없단다. 진정한 믿음이란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믿음이지. 그 믿음이 이루어지기 위해 주변에 많은 도움이 필요하단다. 네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분명히 있을 거다."
백호가 말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호랑이들과 맞닥뜨려 싸우는 수 밖에 없구나. 그 호랑이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천주떡을 먹어야 되는데…."
"천주떡?"
울음이 터져나올듯한 눈동자에 억지로 힘들주어 되묻는 바리에게 삼신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놀라운 힘을 주는 하느님의 떡이지. 그 떡을 먹으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단다. "
백호가 말을 이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열심히 노력하면, 자기도 모르게 힘이 솟잖아. 그건 사람들의 노력이 하늘에 이를 때 선녀들이 하느님의 천주떡을 가지고 내려와 사람들에게 먹여주기 때문이야."
바리가 물었습니다.
"그럼, 그런 노력을 언제 해서 선녀들한테서 그 천주떡을 얻어먹어… 시간도 없고…."
백호가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천문신장님이 사는 곳이 여기서 가깝나요?"
"네 걸음으로 저 산 두개만 넘으면 금방 도달할 거다."
그 말을 듣고 바리가 물었습니다.
"천문신장님이 누구야?"
"세상의 동서남북을 주관하는 분이야. 신장님의 부인이 천주떡을 직접 만드신단다. 원래대로라면 바리가 노력해서 그 노력이 하늘에 닿기만을 기다려야하겠지만 우리는 지금 다른 세상에 와있으니까 천문신장님 댁에 가서 직접 떡을 얻어올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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