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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밭 근처 작은 물가에서 잡아 온 올챙이 3마리는 결국 모두 죽었다. 그들이 사는 곳이 플라스틱이어서 별다른 먹이 없이 플랑크톤만 먹고 살기엔 너무도 열악한 조건이 아니었나 싶다.

마침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계곡으로 나가 올챙이를 잡는 체험학습을 했다. 딸아이는 무려 18마리의 올챙이를 잡아 왔다. 이 올챙이는 전에 잡아온 올챙이와 달리 몸집이 작고 색깔이 검었다. 18마리를 작은 세숫대야에 넣고 키우기 시작했다.

물을 갈아주다가 두마리가 쓸려 내려간 것 외에는 큰 사고가 없었다. 올챙이들은 별 다른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으며 잘도 헤엄쳐 다녔다. 움직임이 제법 경쾌했다. 지난 번 올챙이들을 거울 삼아 이번에는 먹이도 꼬박꼬박 주었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멸치가루를 두손가락으로 집어 주었고 나도 가끔씩 과자 가루를 넣어 주곤 했다.

▲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들이 수면에 있는 빵가루를 먹고 있다.
ⓒ 엄선주
올챙이들은 검었던 몸 색깔이 옅어지면서 교과서에 나오는 성장 수순을 잘도 밟아갔다. 뒷다리가 나오더니 앞다리가 나온 올챙이도 몇몇 보였다. 이제 점점 개구리의 형상을 닮아가는 올챙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 식구들의 작은 낙이 되었다.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싶으면 올챙이를 보고 있었다.

뒷다리가 나오고 부터는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했다. 딸아이의 말을 빌자면 "아침에 밥(멸치 가루)을 주면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특히 앞다리까지 나온 개구리의 꼬리가 조금씩 짧아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개구리의 꼬리는 앞다리가 나온 후에도 삼사일 그대로 있다가 하루만에 갑자기 짧아졌다. 자고 일어나면 영화의 제목처럼 '꼬리가 줄었어요!'가 됐다. 꼬리 끝 부분이 까맣게 타들어가듯이 없어지는 게 정말 신기했다. 도대체 이들의 꼬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 꼬리가 거의 없어진 개구리. 자세히 보면 꼬리가 1~2mm 정도 까맣게 남아있다.
ⓒ 엄선주
드디어 꼬리 길이가 2mm도 남지 않은, '개구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개구리다운 올챙이(?)가 출현했다. 아무래도 그들의 주거 공간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작은 어항을 샀다. 그리고 굵은 모래를 채우고 개구리가 되면 뭍(?)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한쪽으로 높여 깔았다. 아이들과 대야에 있는 올챙이들을 한마리씩 손바닥으로 건져 올렸는데 이 재미도 꽤 쏠쏠했다.

꼬리를 꽁무니에 까맣게 달고 다니는 올챙이는 이제 더 이상 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높은 모래 위로 몸의 절반 이상을 내놓고 있었다. 고개를 위로 꼿꼿이 쳐들고 윤기 흐르는 피부를 뽐내듯 앉아 있는 모습이 제법 늠름하고 의젓해 보인다. 마치 올챙이들을 향해 이제 난 더 이상 너희들과 격이 달라, 라고 말하는 듯하다.

식구들은 하나같이 '이 개구리는 내가 키웠어'라는 듯이 뿌듯함을 가득 머금은 채 서로에게 자랑한다. "이리 와서 이 개구리 좀 봐. 너무 의젓하지. 정말 멋져"라고. 생명의 소중함, 키우는 기쁨을 선사한 개구리에게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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