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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10시께 최순영 부대표, 권영길 대표, 천영세 부대표 등 민주노동당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14일 오전 10시께 최순영 부대표, 권영길 대표, 천영세 부대표 등 민주노동당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권박효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14일 오전 11시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운영시스템을 재구축하자"며 여야 각당에 당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권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진보와 보수가 협력경쟁하는 상생의 정치를 펴야 한다"고 호소하고 서민경제 파탄, 이라크 파병 등 국가 현안의 적극적인 해결을 강조했다.

또한 권 대표는 한나라당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지난 탄핵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정쟁정치의 재발방지를 다짐해야 한다"며 "헌재의 소수의견 비공개를 근거로 다시 정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3월부터 꾸준히 탄핵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취해왔다. 총선 다음날인 4월 16일에는 대통령 탄핵과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기 위한 3당 대표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권영길 대표, 천영세 부대표, 최순영 부대표 등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당직자들은 브리핑룸에 설치된 텔레비전을 통해 헌재 심판내용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그러나 탄핵 사태의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닌 민주노동당은 전반적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차분한 분위기다.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평소대로 일상적인 업무를 진행하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헌재 선고를 기다렸다.

다음은 민주노동당 기자회견문

이제 진정한 상생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늘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민주노동당은 헌재의 판결이 고뇌에 찬 판결이라고 판단하며, 이 판결을 당연한 결과로서 존중합니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기각을 시작으로 이제 진정한 상생의 정치가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바입니다.

상생의 정치는, 첫째, 경제살리기의 정치가 돼야 합니다. 정쟁의 정치를 중단하고 파탄난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둘째, 대내외적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는 정치가 돼야 합니다. 이라크 파병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 핵을 둘러싼 한반도 문제 등 산적한 국가적 현안에 대한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정치의 기반을 다져가야 합니다.

국민여러분,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국민 앞에 많은 고통을 안겨줬던 한나라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탄핵기각 판결에 대해 국민 앞에 진솔한 사과를 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나라당은 정략적인 탄핵을 추진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백배사죄하고, 이러한 정쟁정치의 재발방지를 다짐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또 다시 이러한 정략적인 정치를 펼친다면 그때는 정말로 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아가 헌재가 소수의견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나 한나라당이 헌재의 소수의견 비공개를 근거로 또 다시 정쟁을 일으키려 해서는 안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해두는 바입니다.

이번 탄핵기각 판결로 노대통령은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됩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역시 이번 탄핵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국민 앞에 엄숙히 사과하고 통합의 정치를 이뤄나가야 합니다. 대통령의 사과는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실질적 사과가 돼야 하며 이는 앞으로 구체적 국정운영에서의 혁신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국민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 복귀는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새로운 취임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구축해야 합니다. 보수담합의 국정운영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가 서로 협력, 경쟁하는 국정운영을 해야 진정한 상생의 정치가 시작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은 조속한 시일 내에 노무현 대통령과 각 당 대표가 함께 하는 대표회동을 제안하며, 이 회동을 통해 16대 국회의 유산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7대 국회를 시작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과거의 유산을 털어버리고 진정한 상생의 정치를 시작할 것을 거듭 요구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제 자신의 정략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벌이는 정쟁정치의 역사는 끝나야 합니다. 이러한 정쟁정치를 끝내고 정책정치를 시작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5월 14일
민 주 노 동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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