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판결을 요약하자면 ‘비록 공무원의 정치중립의무 및 헌법준수의 의무에 위반되지만 대통령 탄핵이 가능할 만큼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탄핵소추 기각의 판결을 들은 시민들 대부분은 “당연한 결과다”라는 말과 함께, “이제는 노 대통령이 소신대로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계속해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대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각계, 각층의 헌재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가 줄이었다. 한나라당의 소장파와 영남 중진 세력간에, 박근혜 대표의 기자회견문 중 “대통령의 사과 요구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헌재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며 사과의 의사를 밝혔다.
3월 12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63일간 ‘대통령 없는 나라’에서 살아온 국민들은 5월 14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의 기각판결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는 듯 했다. 제 자리로 돌아온 것은 대통령 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다.
탄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촛불집회와 4·15 총선을 통해 표출되었다. ‘이제 더 이상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치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권은 ‘상생’이라는 말 한 마디로 그동안의 모든 잘못과 앞으로의 계획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상생’의 참 의미가 ‘좋은 것이 좋은 것’, ‘적당한 것이 최선’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 국민이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우선되지 않고, 적당한 선에 머무르는 상생은 분명히 퇴보일 것이다.
국민들은 쓸 데 없는 싸움을 원하지 않는 것이지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경쟁에 대해서는 대환영이다. 오히려 국민들은 이런 경쟁의 모습들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국정치사에 있어서 ‘5월’은 정치발전상 퇴보와 진보를 초래했던 역사적 사건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5.16, 5.17, 5.18 등과 함께, 5월 14일의 대법원의 판결은 한국정치사상에 또 다른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두 달여 간의 탄핵에 대한 공방과 오늘의 판결을 보며, 나카소네 전 수상의 ‘정치인은 역사의 법정에 선 피고’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국민은 ‘역사의 법정에 선 배심원’ 아니겠는가? 이제 공은 노무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넘어간 상황이다.
대통령을 탄핵시켰던 것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국회였지만, 다시 제 자리로 돌린 것은 국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더 많은 지지와 감시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역사적 진보’라는 말이 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크고 작은 후퇴와 전진의 사건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역사는 진보한다는 것이다.
이번 탄핵정국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