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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신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지요."
천문신장님이 눈짓을 보내자 손 위에 앉아있던 새가 날개를 치며 푸드득 날아올랐습니다.
부인님은 조그마한 종지를 꺼내시더니 두 손으로 받들어 높이 드셨습니다. 천문신장님 손에 있던 새가 높이 날아오르자 여러 방향에서 다른 새들이 그 새를 향해서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부인님이 쳐들고 있는 종지 위에서 만나 푸드득 거리며 마치 싸우기라도 하듯이 서로 몸을 부딪치며 날개짓을 해댔습니다. 그리고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다시 날아오르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한꺼번에 부인님의 종지 위로 모였습니다. 그리고는 그 중 한마리가 종지 위에 금빛나는 꼬리를 얹었습니다. 그 꼬리를 타고 금가루들이 흘러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새 한마리 한마리가 금가루를 쏟을 때마다 천문신장님은 말했습니다.
"별들의 지혜를 모으노라."
두번째 새가 금가루를 뿌리자 말했습니다.
"별들의 힘을 모으노라."
세번째 새가 금가루를 뿌리자 말했습니다.
"별들의 아름다움을 모으노라."
그리고 다른 새가 금가루를 뿌리자 말했습니다.
"별들의 유구함을 모으노라."
지리천문신장님의 집에 모여있는 별들의 좋고 아름다운 것들은 전부 모으고 모아 부인님의 종지 안에 담았습니다. 부인님이 그 종지를 가만히 내리자 종지는 하얀 보자기가 되어 부인님 손에서 파악 펼쳐졌습니다. 부인님이 그 손을 놓았지만, 그 보자기는 마치 하늘에 떠있는 것처럼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보자기에 손을 넣어 부인님은 오물조물 반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떡을 먹는 바리, 아름답고 지혜롭게 하옵소서."
이렇게 주문을 외우자 금가루들이 밀가루인양 한데 뭉치더니 강한 빛을 한번 발한 후 불그스름한 떡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인님은 다시 반죽을 시작했습니다.
"이 떡을 먹는 바리, 강하고 용감하게 하옵소서."
그러자 두번째 떡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떡을 먹는 바리, 착하고 순수하게 하옵소서."
세번째 떡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보자기에 있던 그대로 접어서 바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을 사람 앞에서 직접 떡을 만들어 준 적이 처음이로구나. 보통은 선녀들에게 필요할 때마다 주었는데. 넌 정말 특별한 아이야. 저 하늘에서 특히 아름답고 빛나는 별가루만 모은 거라 어디 가서든 효험을 금방 볼거야. 필요할 때마다 한 개씩만 먹어야 한다."
바리는 두 손을 모아 떡을 받았습니다. 금방 쪄낸 떡인양 정말 따끈했습니다. 새들과 기린들이 바리 머리 위로 몰려들었습니다. 바리가 손을 뻗어 새들을 만져보려 했지만, 저 아래 산들과 별들이 그랬던 것처럼 새들은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았습니다. 천문신장님께서 말한 것처럼 아무리 가까워도 가깝지만은 않은 거리가 있는 모양입니다.
천문신장님이 다가가 손을 뻗자 새 한마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분의 손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천문신장님이 말했습니다.
"바리와 백호와 정성을 기념하여 자그마한 선물을 하나 준비했단다. "
새 한 마리가 부리에 무언가 물고는 금가루를 뿌리면서 바리 눈 앞으로 날아왔습니다. 바리가 손을 뻗자 손바닥 위에 그것을 떨어뜨렸습니다. 나침반이었습니다.
"네가 가고자 하는 곳, 어디에나 데려가 주는 나침반이란다. 손바닥에 올리고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하면 금방 데려다 줄 거다."
바리는 그 나침반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말했습니다.
"삼신할머니의 버드나무 가지를 찾으러 가야해요. 어디로 가면 되는데요?"
천문신장님이 말했습니다.
"애석하게도 나는 잘 모르겠구나."
가만히 있던 백호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삼신할머니께서 지리산 자락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요."
"지리산이라…지리산…"
천문신장님께서 고민하고 계시는 동안 부인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험한 지리산에 가서 어떻게 호랑이들의 소굴을 찾습니까?"
"지리산이 원래 험한 지역이라 호랑이들은 물론이고 별의 별 잡귀들이 그곳에 머물러 소란을 피웠어. 지금까지 그런 잡귀들이 놀던 곳에 호랑이들이 집을 지었을 리는 없다. 그런 잡귀들과 같은 장소에 소굴을 만드는 것은 호랑이다운 일이 아니고 말이야."
바리가 백호를 쳐다보며 천문신장님께 물었습니다.
"그럼, 어디에 지어야 가장 호랑이다운 일일까요?"
백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일단 지리산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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