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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고안해낸 '발명품'중 가장 위대한 시스템은 무엇일까. 저자는 서슴지 않고 기업(The Company)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기업의 족적을 추적한 자료와 명쾌한 논리가 돋보인다. 고대 아시리아 상인조직에서 실리콘밸리의 회사들까지 5천년을 이어온 '적응 유전자'를 중심으로 성장과 소멸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한편 기업진화를 최초로 밝혀내고 미래를 전망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미국 최고의 출판명문 랜덤 하우스(Random House)가 21세기 새 방향을 모색하는 크로노스 총서(2차분)로 발간한 책이라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기업의 으뜸 목적은 '돈 버는 것'이다. 기업이 이윤추구를 통해 집단과 개인에게 이익을 안겨주고 동시에 공공의 선(善)을 수행해야 존립할 수 있다는 말은 '상식'인 듯 보이지만 이를 통사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 기업의 최고 덕목의 하나로 '균형'을 언급하면서 이윤추구와 공공의 선을 좌우의 날개에 비유하고 있다. 기업은 라틴어 콤파니아(compagnia)에서 유래한 말로 '같이(cum)'와 '나누다(panis)'의 합성어라고 한다. 이것은 기독교 문명의 핵심을 이루는 사상으로 "빵을 나눈다"는 공동체 정신과 맥이 닿아 있음은 물론이다.

저자는 미래 기업형태를 3가지로 요약하면서 어느 시스템이 장수할 것인지는 명쾌한 전망을 유보하고 있다. 참고로 3가지 전망을 살펴보면, 첫째 케이스는 반세계화 그룹이 성토하는 "소수의 초거대 기업이 세계를 조용히 '인수'해 가는 경우"고, 둘째 케이스는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공장이나 창고 등 어떤 종류의 유형자산도 갖지 않는 회사"의 본격 등장이다.

셋째 유형은 둘째 유형에서 확장 변형된 모델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기업일지라도 현대경영체제에서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잠식당하는 케이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 번째 유형의 부정적인 전망은 일본 대기업들의 계열사 보호를 위한 네트워크를 꼽고, 긍정적인 방향은 시장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에 주목하라고 권고한다.

저자는 이상 3가지 유형에 결론은 내리지 않았지만, 두 번째 시스템으로 진화할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미국의 특이한 컴퓨터 회사 한 곳을 주목한다. 적용하는 공식은 역시 ‘비용’을 필수개념으로 꼽고 있다. 즉 기업의 존재이유는 “관리비용이 거래비용보다 적게 드는 경우”에 가능하다는 논리다.

참고로 미래모델로 꼽은 모노레일 컴퓨터(Monorail Corporation)의 특이한 관리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회사는 생산, 조립시설이나 창고도 없이 애틀란타의 어느 빌딩 한 층에 세 들어 있다. 판매하는 컴퓨터는 프리랜서가 디자인해서 전문 컴퓨터 회사가 만든다.

고객이 컴퓨터를 사기 위해 택배회사 페덱스(FedEx)와 연계된 수신자 부담 전화로 주문하면 컴퓨터를 조립하는 전문 업체에 통보한다. 주문자에게 물품을 발송한 후 페덱스는 모노레일의 거래은행인 선 트러스트 뱅크로 물품 송장을 보내면 끝이다. 모노레일 사의 전문가들은 계약과 홍보를 담당하는 15명의 수평조직이 전부다. 이들은 사무실에 앉아 여러 종류의 계약서를 챙기고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일을 맡고 있다. 고도 지식산업 사회의 산물인 셈이다.

기업의 역사

존 미클스웨이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유경찬 옮김, 을유문화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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