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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을 때가 많다. 어른인 아빠는 (이틀 동안) 20시간 일하고 28시간 쉬는데 어린이인 나는 27시간 30분 공부하고, 20시간 30분을 쉰다. 왜 어른보다 어린이가 자유시간이 적은지 이해할 수 없다. 그만 다니고 싶다.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

지난 2002년 말 자살한 초등학교 5학년생이 남긴 일기의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 아동들이 자신의 권리를 잃어버린 채 교육에 대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국가인권위, 전국에 5개 인권교육연구학교 지정

아동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고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아동들이 자신의 삶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알아 가는 인권교육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3월 교육 현장에 맞는 ‘어린이 인권 의식 함양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인권교육 연구학교 운영 계획을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협조를 얻어 부산 대평초등, 성남 오리초등, 천안 쌍용초등, 경남 의령초등, 인천 송도초등 등 전국의 5개 초등학교를 인권교육 연구학교로 지정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참여형 교육방식을 통해 각 학교 실정에 맞는 맞춤형 인권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인권교육을 위한 기반 조성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이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교육주체를 중심으로 인권교육의 기초적인 체계와 틀을 잡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다.

인권교육을 위한 여건 마련은 인권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공사라고 할 수 있다.

경남 의령초등학교는 인권이 존중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사조직부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의령초교는 교사조직에서 전체 22명의 교사 중 남교사 6명, 여교사 16명으로 성별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직교사 및 학년담임 배정 등 교무 업무의 배정에 있어서 이전의 업무 분장 방법을 개혁하고 무엇보다 교사 본인의 희망 및 업무 효율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성별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남 오리초등학교는 학교 곳곳에 인권 관련 환경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중앙현관에는 세계인권선언문을, 2~3층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4층에는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5층에는 생명권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만들어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학교 공동체의 인권의식 강화를 위해 교사 및 학부모 인권 연수도 계획하고 있다. 교사 연수는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을 위한 인권 이론연수를 비롯해 인권 선진학교 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 연수도 5월 중에 2시간 가량을 할애해 ‘인권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인권교육의 합리적 방안 등을 강의한다는 계획이다.

실천에 중점 둔 프로그램 진행

학교 내 인권교육을 위한 여건 마련이 기반을 다지는 공사라면 인권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의 편성 및 운영은 본격적인 시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 대평초등학교는 도덕, 사회과를 중심으로 인권 관련 요소를 뽑아내 인권 체험활동 중심의 교수·학습안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년별 시기별로 연구 수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교사와 학생이 토론이나 역할극, 시청각교재에 의한 사례발표 등 활동 중심의 수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7차 교육과정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능력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재량활동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는 어린이들이 인권관련 체험학습을 하거나 경험을 했을 때 그것을 ‘대평어린이 실천기록장’ 등에 작성토록 하며 일부는 홈페이지에 공개함으로써 이를 학습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천안 쌍용초등학교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인권의식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년별로 수준에 맞게끔 인권생활표어 짓기, 모의 인권사법부 운영, 인권생활 포스터 그리기 등 다양한 실천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인권의식의 자기평가를 위한 ‘인권지수제’를 운영해 스스로 인권의식을 되돌아보며 점검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

인천 송도초등학교의 경우 ‘인권 체험의 날’ ‘인권사랑 동아리’ ‘어린이 권리 수호대’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는 아동들이 참여를 통해 자신의 권리에 대한 직접 혹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특히 정보화사회에 맞게 사이버 인권 교육도 활성화하는 학교도 있다. 대평초등학교는 인권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홈페이지에 <어린이 인권학교> 코너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아동들이 인권에 대해 쉽게 관심을 갖고 찾아볼 수 있도록 ‘인권이란’ ‘인권만화’ ‘참인권 친구’ ‘함께 토론해요’ ‘어린이 인권자료실’ ‘우리 이렇게 실천했어요’ 등의 인권 이야기들이 재미있고 알차게 실릴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몇몇 학교에서는 인권이 학교에 머물지 않고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송도초등학교는 송도화합 마당에서 ‘인권 캠프’, ‘불평등 달리기’ 등의 행사를 통해 타인의 인권을 몸소 실천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이 기간동안에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인권홍보지 배부’ ‘인권 실천 카드 활용’ 등 지역에서도 인권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2005년까지 운영될 인권교육 연구학교와 관련하여 1년에 각 학교별로 8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연구가 끝나면 연구학교 운영사례집을 발간하여 배포하고 연구학교에서 운영된 우수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인권교육 자료를 구축, 일선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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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인권>의 주요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하고, 우리 사회 주요 인권현안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 등을 네티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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