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간단하다. 작년 초,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신행정수도 이전의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후보지로 거론되던 지역에는 우후죽순 격으로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들어섰고, 투기자금이 몰려와 당시 평당 4~5만에 거래되던 토지를 1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수 대째 이 지역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등질 수 없었기에 '설마'하는 심정으로 문전옥답을 지켜왔다. 하지만 장기면이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자 지역 주민들은 "제대로 보상을 받는다 해도, 이 돈으로 집 한 채도 구할 수 없다"며 생계를 걱정하게 된 것이다.
이전지가 확정되면 2300만 평 규모의 토지가 국가에 수용되는데, 보상의 기준이 2004년 1월의 공시지가이기 때문에, 일부 투자자는 물론 지역 주민들도 최근에 폭등한 땅값보다 턱없이 모자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승용차로 20~30분 거리인 장기면과 오송면 주민들은 서로 상대방의 지역에 신행정수도가 유치되길 바라는 눈치다. 장기면의 면적이 약 746만 평으로, 이전지로 확정될 경우 인근 배후 도시인 연기, 공주, 청원 일대의 프리미엄이 오히려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장기면 일대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장기보다는 오송의 입지조건이 더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기면사무소의 한 공무원은 "공주시 차원에서는 우리 지역으로 결정될 경우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겠지만, 지역주민들이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논 한두 마지기가 전부인 주민들이 이 땅을 버리고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며 주민들의 현실을 말해 주었다.
또한 "국가적인 중대 사안을 일개 면사무소 직원이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수 대째 살아온 농사일밖에 모르는 주민들의 앞날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장기면에서 40년째 이발소를 경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초에는 장기면 일대의 도로에 외부에서 온 차량들 때문에 차를 댈 장소가 없었다. 그 때 땅을 판 사람들은 인근의 논산이나 청양에서 농지를 구입해 이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팔지 않은 사람들은 걱정이 크다"라고 말했다.
공주시청 관계자들은 "행정수도가 어디로 결정되느냐에 상관없이 국가적 사업이 잘 진행되길 바랄 뿐, 이전지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시 차원에서 이렇다할 입장을 표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여러 가지 준비사항이 있지만, 충남·북도 차원에서 "행정수도 유치 경쟁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여 개별 시·도는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생계 걱정에 대해 "입지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모든 지역의 주민들이 같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시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에 따르면 6월 중순에 전국 16개 시·도로부터 추천을 받은 각 분야 전문가들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6월 하순에 격리된 장소에서 10일 이내의 기간 동안 합숙하면서 후보지 평가 작업을 실시하여 금년 7월에 후보지 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며 공개 후에는 공청회를 통하여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한다.
추진위원회는 하반기 중 평가결과와 국민여론을 토대로 최종입지안을 마련한 후 대통령 승인을 받아 연말까지 예정지역을 지정·고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