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의 지난 11일 <조선일보> 노조 강연으로 촉발된 안티조선운동과 진보진영의 뜨거운 논쟁이 토론회 자리로 옮겨졌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24일 저녁7시 개최한 이날 토론회 발제자는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그는 지난 17일 노 총장 강연을 둘러싼 범개혁진보진영의 논란을 지켜보며 "조선일보 '덫' 안에서 싸우지 말고 이번 사건을 언론개혁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와 토론의 계기로 삼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렇게 해서 모인 이날 토론회에는 김종철 민주노동당 대변인을 비롯해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 김정근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강정미 '국민의 힘' 사무국장 등이 참석해 노 총장의 조선일보 노조 강연과 안티조선운동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방청석에는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까메오 출연' 특유의 화법으로 안티조선운동에 대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의 입장을 묻기도 했다.
"안티조선운동 여전히 유효한가"
발제에 나선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조선일보를 어떻게 바라보고, 조선일보 반대운동과 진보진영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최 총장은 조선일보를 "수구담론을 재생산해내 기득권세력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이데올로기 생산집단"으로 규정했다. 또 "조선일보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일제시대, 유신정권, 신군부에 부역해 물적 토대를 구축한 원죄와 정-경-관-언의 '수구' 카르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 총장은 "이러한 조선일보의 문제점에 대해 범개혁진보진영이 그동안 어떠한 태도를 취해왔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는 때가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 총장은 "조선일보 반대운동을 제안했던 민언련 등 언론운동 진영이 일을 잘못한 것 같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했다.
이어 최 총장은 조선일보반대운동과 관련 범개혁진보진영에 대해 ▲조선일보의 문제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가 ▲범개혁진보진영은 '조선일보'로부터 자유로운가 ▲여전히 조선일보 활용론은 유효한가 ▲조선일보 사주와 경영진, 편집국 간부와 노조, 일반 기자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조선일보 취재·기고·인터뷰 거부전술은 유효한가 ▲왜 유독 조선일보인가 등 6가지 문제를 제기하며 발제를 마무리지었다.
김종철 민노당 대변인 "안티조선이라고 해서 다 모이자는 식 안돼"
토론자로 참석한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은 진보정치세력이 '안티조선' 운동에 대해 '덧셈의 자세'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손 위원은 24일 <오마이뉴스> 기고 칼럼에서도 밝혔듯 "안티조선운동에 대한 진보세력 일각의 무시와 경멸보다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견을 전제로 안티조선운동에 대한 입장을 밝힌 김종철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안티조선운동은 궁극적으로 언론에 대한 자본·사주·독과점시장의 영향력을 배제시키는 언론구조개혁 운동이 돼야 한다"며 그 핵심으로 편집권 독립과 소유지분 제한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언론이라는 기업의 공적 성격에 대해 현재 안티조선운동 내에서 어떠한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며 "'안티조선'이라고 해서 모두 다 모이자는 식의 주장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선일보 반대' 한 목소리 속 접점 찾기 난관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조선일보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노회찬 총장의 조선일보 노조 강연이 부적절했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김정근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안티조선운동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민노총 차원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마련중에 있다"고 소개했다.
강정미 '국민의 힘' 사무국장과 영화배우 명계남씨는 '국민의 힘'을 바라보는 진보진영내 시각, 특히 민주노동당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을 토로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민주노동당으로 대변되는 진보세력의 배타적 우월감을 지적하면서 노회찬 총장의 발언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사회로 3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한결같으면서도 각각의 주장에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