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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세대(?)가 좀 달랐습니다. 새내기 부부와 취학 전의 아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저희들 딴에 좀 자랐다 싶었는지 동물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조류관에서 아이들의 눈빛이 변했습니다. 홍학, 고니, 두루미를 보면서 아이들은 무수히 많은 질문했으며, 저는 그 질문에 대답하기 바빴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작새 우리 앞에서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니 하얀 인도공작이 날개를 활짝 펴고 있었습니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서 저도 셔터를 눌렀습니다. 휘황찬란한 날개는 아니지만 흰 공작이 희디흰 날개를 마음껏 펼쳐서 자랑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흰 공작이 날개를 펼친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옆에는 우리가 익히 보아온 인도 공작이 자신의 고고함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흰 공작보다 날개도 길고 몸집도 컸지만 화려한 날개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고고하게 제 집에서 이리저리 거닐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날개를 펴 주길 기다렸지만 녀석은 아예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도 녀석의 날개를 보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날개를 펴지 않은 녀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아이들이 공작의 날개를 기억하면서 동물원에 다시 가자고 졸라댈 날이 또 올까요. 아이들도 저희들의 날개가 아직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이 아이들이 자라서 맘껏 날개를 펼치고 자신의 재능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