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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독일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잘 간직한 도시는 아니다. 남부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소도시들에 비해 2차대전 때의 심각한 폭격으로 새로 지은 건물들이 많은 편이다. 또한 독일 통일 이전에 베를린은 동독에 떠 있는 작은 섬에 불과해 관광객들이 그리 즐겨 찾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통일 이후 수도가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기며 수백년간 독일 민족의 수도였던 베를린은 '역사의 도시'로서 그 위용을 되찾기 시작했다.
우선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박물관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일요일에는 무료 입장이 가능한 곳도 많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40년 분단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이니 만큼 동·서베를린으로의 왕래를 통제하던 검문소인 '체크 포인트'를 비롯해 냉전 시기를 잘 보여주는 장소도 관광객들의 인기 품목이다.
베를린은 매년 수십만명을 끌어 모으는 러브 퍼레이드나 동성애자 퍼레이드를 비롯해 수많은 문화 행사들이 열리는 '문화의 도시'이다. 일년 내내 곳곳에 붙은 전시회나 콘서트 포스트를 보면 베를린의 역동성과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베를린 영화제나 베를린 마라톤 대회가 열릴 때도 많은 관광객들이 '문화의 도시' 베를린을 방문해서 축제를 즐긴다. 베를린 필이 만들어내는 클래식 선율과 쉴새없이 열리는 록 콘서트의 강렬한 전자음은 베를린을 낭만과 열정으로 버무려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또한 베를린은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대학 도시'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와 헤겔 등이 머무른 전통의 베를린 훔볼트 대학과 분단 이후 만들어진 베를린 자유대학을 비롯해 크고 작은 많은 기술대학과 예술대학이 포진하고 있어 젊음이 꿈틀대는 도시다. 가방 하나 단촐히 둘러매고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베를린의 낯익은 일상에 속한다.
그리고 베를린은 외국인 비율이 20%에 달하는 곳이다. 워낙 외국인이 흔해서 그런지 다른 도시들에서 간혹 느낄 수 있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신기한 듯한' 눈길은 베를린에서 상상하기 힘들다. 베를린은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뒤섞여 함께 살아가는 '세계인의 도시'인 것이다.
그밖에 아름다운 호수와 공원들이 곳곳에 자리잡은 '자연의 도시'가 베를린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호수들은 그냥 지나치기 힘든 매력을 발산하며 관광객들의 시선을 끈다. 베를린 한가운데에 있는 동물원과 주변의 숲도 자연과 더불어 숨쉬는 베를린의 면모를 잘 느끼게 한다.
이런 여러 매력에 힘입어 베를린은 독일 관광지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베를린을 다녀간 관광객은 1130만명을 넘어 710만과 540만으로 각각 2, 3위를 기록한 뮌헨과 함부르크를 한참 앞선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비행기 테러로 인한 미국 관광객들의 유럽 여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감소한 관광객 수는 이미 회복되었다. 올 1, 2월에 베를린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작년보다 14%나 증가해 역대 최고의 연간 기록 수립이 기대되고 있다.
이제 베를린의 위상은 유럽 통합과 더불어 독일을 넘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명실공히 '유럽의 수도'로 자리 매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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