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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책표지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책표지 ⓒ 도서출판 길
이 책은 2002년 월드컵 때 우리 사회의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온통 붉은 물결을 이루며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이유에 대해 선생님 나름대로의 견해를 담고 있으며, 아울러서 우리 사회가 정말 희망을 안고 밝은 앞날을 엮어 나가려면 그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이 혁명의 열매가 제대로 맺으려면 그 폭발성이 단지 축구 경기 응원에서만 자발성과 창의성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우리 온 겨레가 일상의 나날에서 정말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서 이런 힘이 터져 나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이번의 이 폭발성의 근원을 분명하게 알아내야 한다. 내가 이제부터 말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22쪽)

이오덕 선생님은 붉은 악마의 폭발성에 대한 밑뿌리를 어디에서부터 발견하고 있는가. 선생님은 그것을 우리 사회가 참으로 견디기 힘들고 고치기 어려운 억압의 구조, 억누르고서 꼼짝 못하게 하고 있는 몹쓸 틀로 보았다.

..지난날에 대면 요즘은 민주사회가 되었다고 해서 아주 크게 달라졌다고 하고, 사실 언뜻 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겉모양만 보지 않고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사회 속속 가는 곳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뿌리박은 심성의 바탕마다 어찌할 수 없는 억압의 장치가 꽉 자리잡고 있다.(34쪽)

그 억압의 장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별다른 집단에만 있는가. 이상한 틀 속에만 도사리고 있는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정부와 일터와 학교와 심지어는 가정 속에서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자기 표현은 글쓰기에서 겹겹이, 꼭 세 겹으로 그 길이 꽉 둘려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한테, 가정에서는 부모들한테, 사회에서는 국가기관에 철벽같이 겹겹이 막혀 있다.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말고는 세계 그 어느 나라도 이런 나라가 없다. (109쪽)

..아이들을 방안에 가두어 놓고 입신출세를 위한 점수 쟁탈 경쟁을 채찍으로 하게 하여 사람을 모조리 경제동물로 만들기에 미쳐 있는 어른들이야말로 그 이름이 교육자든 행정관리든 정치인이든 학자든 부모든 모조리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122쪽)


그런 닫힌 틀 속에서 우리의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자라 왔기에, 이오덕 선생님은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그 월드컵 때를 맞춰 열광하며 폭발했던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오덕 선생님이 그 월드컵의 기운 속에서 발견했던 희망은 무엇이었는가. 월드컵의 붉은 악마들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던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제껏 억압받아 왔던 틀 속에서 폭발했던 젊은이들의 '참된 자유'였다고 말한다.

..이 놀라운 행동, 놀라운 힘은 어떻게 해서 나왔는가? 그것은 다만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숨막히는 교실에서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되고 아름다운 것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재능도, 온갖 어려운 일을 이겨내는 힘도 죄다 스스로 즐겨하는데서 생겨날 수 있다는 이 사실, 이 진리를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서 배워야 한다. 이번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붉은 악마 응원단은 우리 모든 어른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였고,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큰 가르침을 주었다.(337쪽)

우리 사회의 앞날에 희망이 있다면 오직 그것은 하나밖에 없다. 몸이 굳을 대로 굳어버린 억압의 틀 속에서 그 틀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세대들에겐 희망이 없다. 진정한 희망은 흐리지 않는 심성을 가졌거나 오염이 되어도 좀 덜 된 지금 막 자라나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약육강식'의 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입신출세를 목표로 하는 살인교육에 모두 미쳐 있게 할 것인가. 아이들을 방안에 가두어 놓고 입신출세를 위한 점수 쟁탈 경쟁에 여전히 채찍을 가하게 할 것인가.

그리하여 어린이들을 모조리 경제동물로 만들기에 온통 빠져들게 할 것인가. 그 일에 집안의 어른들뿐만 아니라 이름 있는 교육자도 행정관리도 정치인도 장관도 대통령도 온통 몰두하게 만들 것인가.

이는 온통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을 병들게 하는 짓거리밖에 안 된다. 잘못된 교육은 아이들의 생명을 짓밟아 시들어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교육은 결국 온 국민을 병들게 하고, 나라의 앞길에 걸림돌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다시금 살려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스스로 살아나게 할 수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교육을 그만두는 것이다. 죽이는 교육을 하지 말고, 살리는 교육을 하면 된다. 교육을 바로 잡지 않고서는 어떤 정치도 제대로 될 수 없고, 경제 발전이라는 것도 다 헛된 것밖에 될 수 없고, 도리어 아이들을 잡는 일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다 병들게 하거나 죽게 하고, 살아 있어 어른이 되어도 모두가 사람답게 살 줄을 모른다면, 부자 나라가 된다 한들 그런 나라가 지옥 같은 나라가 아니고 다른 무엇이겠는가. 설령 그렇게 해서 우리가 통일을 이뤄냈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병들고 어른들이 흉악한 동물처럼 살아간다면 삼천리 강산이 통일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선생님은 그래서 이 땅에 살아 남아 있는 우리들에게 책임을 당부하며, 마지막으로 그런 당부의 말씀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가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끌려가고만 있었던 아이들 잡는 노예교육·살인교육의 길을 거부하고, 크게 방향을 바꾸어 아이들 살리는 참교육의 길을 찾아가자면 생명을 억눌러 가두지 말고 풀어 놓아주는 것, 오직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103쪽)

..이제 우리가 정말로 외세에서 풀어 놓이게 되고, 우리 아이들이 모두 펄펄 살아나게 되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아이들을 사람답게 자라나도록 하는 일, 이것이 우리 겨레가 스스로 해방되는 길이다. (p.339)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 이오덕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씀

이오덕 지음, 길(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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