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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할머니의 버드나무를 되찾으러 지리산에 다녀온 그날은 바리에게 너무 피곤한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삼신할머니의 집에서 하루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할머니의 방은 시골의 외갓집에서 본 것처럼 포근하고 편안했습니다.
촛불 하나 없었지만 밝게 빛나던 할머니의 방은 바리가 자려고 드러눕자 마치 누가 불을 끈것처럼 금방 어두워졌습니다.
할머니도 잠시 바리 옆에 누웠지만, 주무실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바리가 할머니를 보며 말했습니다.
“삼신할머니는 꼭 우리 외할머니 같으세요.”
삼신할머니가 입에 미소를 머금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바리 할머니라면 정말 좋으신 분이었을게다.”
“할머니는 지금 천국에 계시겠죠? 저 위에 일월궁전이라는데 가면 거기서 뵐 수 있을까요?”
삼신할머니는 그냥 말 없이 바리의 이마를 어루만져주시기만 했습니다. 바리는 바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다음 날 바리가 잠에 깨어 눈을 뜨려던 바리는 삼신할머니 방안에 누군가 앉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졸린 눈을 부비고 나서 다시 한번 쳐다보니 옷색깔이 눈에 많이 익는 것이었습니다. 향기도 어디에선가 맡아본 것 같았습니다.
바리가 눈을 뜨는 것을 보더니 그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던 사람은 바리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나즈막하게 콧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엄마?”
놀란 바리가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습니다.
바리는 잠시 말을 잃고 앉아있었습니다.
엄마가 아니라 지난 번 도봉산에서 보았던 진달래 선녀가 바리 머리맡에 앉아있었습니다.
“진달래 언니!”
“그래, 바리야, 잘 있었니?”
바리는 얼른 일어나 진달래 언니를 꼭 껴안았습니다.
그렇게 잠시 가만히 있던 바리는 곧 얼굴을 들고 참새처럼 조잘대기 시작했습니다.
“언니, 언니, 저 측간신한테도 갔었구요, 언니 친구들도 만났구요, 삼신할머니 버드나무 가지 찾으러 호랑이동굴에도 갔었구요…”
바리는 이것저것 할 말이 참 많았습니다.
진달래 언니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습니다.
“그래, 알아, 다 알고 있어, 너무 잘 했다.”
삼신할머니가 어디서부터인지 아침상을 들고 오시면서 말했습니다.
“어서 아침을 먹고, 내 기를 부지런히 받아서 또 다른 가신님께 가야지.”
“우와!!”
삼신할머니의 밥상에는 한번도 보지못한 음식들 뿐이었습니다.
고기 같기도 하고 나물 같기도 하고 그 향기와 색깔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맛있게 먹고 있는 바리를 가만히 쳐다보며 진달래 언니가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바리야. 오늘은 서천꽃밭에 간다.”
“서천꽃밭이요? 산오뚝이들이 살오름꽃이랑 뼈오름꽃이랑 훔쳐가지고 왔다는 그 꽃밭이요?”
진달래 선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왜요? 거기 가신님이 한분 사세요?”
“이제 보름 뒤면 음력 12월 29일이 될거야, 그때가 되면 조왕신께서 하늘나라에 올라가는데, 네가 조왕신을 만나 그 여의주를 전해드리고 같이 하늘나라에 올라가게 되거든.”
“우와!”
하늘나라에 간다니, 너무 신이 났습니다.
“ 조왕신을 만나기 전에 꼭 해야할 일이 있단다. 서천꽃밭에 가서 화완포를 얻어와야돼”
“화완포요?”
“조왕신님을 만날 때 꼭 가지고 가야하는 것인데, 마침 오늘 서천꽃밭에서 그것을 만들어. 나랑 같이 가자.”
바리는 백호를 삼신할머니 댁에 두고는 진달래 선녀의 날개옷을 입고 솜사탕 같은 구름 위를 날아서 어딘가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은 커다란 산맥들이 줄지어 서있는 곳이었습니다.
산들이 어찌나 높은지 꼭대기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 산 사이로 무언가 가파른 절벽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진달래 선녀와 바리는 그 절벽 아래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그 절벽은 쇠로 만든 담벼락 같았습니다.
하늘 끝까지 닿은 듯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달래 언니가 그 담벼락을 손가락으로 통통통 살며시 두들기자 아래에서 하얀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그 연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바리는 그 안에서 갑자기 작은 얼굴이 반짝 눈을 뜨고 나타나자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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