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기준 수송분담률이 36.5%에 달하는 대구 버스의 파업 사태는 지역의 큰 문제입니다. 때문에 <영남일보>와 <매일신문>은 파업이 시작된 5월 25일부터 5월 31일까지 매일 1면 탑 기사로 보도하는 등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그리고 두 신문사 모두 심층분석을 기획하는 등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외형적 노력의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내용상 두 신문의 보도는 내용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매일신문>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시민불편론'을 1면 톱 기사로 보도했습니다.
5월 25일 <대구 시내버스 파업 ‘교통대란’>
5월 27일 <시민들 “인내 시험하나”>
5월 31일 <버스파업 일주일 '시민 분노 폭발 촛불집회' 손배청구 나선다>
물론 이번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언론은 문제의 핵심을 부각시키는 것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시민들의 불만을 부각시키는 보도는 우선은 속시원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사태 해결을 미봉책으로 끝낼 위험이 많습니다. 시의 지원금 인상으로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그간의 버스 문제 해결 방식이 이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매일신문>의 보도와는 달리 <영남일보>는 단 한 차례도 ‘시민불편론’을 1면 톱 기사로 뽑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연례행사’ 버스파업 해결책없나(상) 업체의 난립 “구조조정이 우선이다”>와 같은 기사를 1면 톱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 불편 내용은 사회면에서 집중 보도했습니다.
‘준공영제’ 에 대한 <매일>, <영남>의 시각 차
이번 사태의 핵심 사안인 ‘준공영제’에 대해 <매일신문>은 5월 25일자 <도입엔 공감대 - 예산ㆍ시기 이견>이란 기사에서 마치 적자 노선에 대한 시의 지원금 마련이 가장 주요한 문제인양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준공영제’란 단순히 적자인 버스 회사에 지원금만을 지급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오는 7월 1일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는 서울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선체계 ▲운영체계 ▲요금체계 개편 그리고 서비스 평가 및 근로자 처우개선 등 대중교통체계의 전반적 변화와 맞물려 있는 제도입니다. 때문에 서울에서도 7년이란 준비 기간을 거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버스업체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지금 대구버스업체들은 올해 시의 지원금 196억원을 지급 받고도 연간 37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교통카드 활성화로 현재 65% 수준인 버스요금 현금 사용을 10%미만으로 낮춰 업체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매일신문>은 예산 확보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할 뿐 업체의 경영 투명성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영남일보>는 ‘준공영제’와 관련, 5월 27일과 28일 <‘연례행사’ 버스파업 해결책 없나 (상ㆍ중)>이란 기획 기사에서 앞서 언급한 교통카드 활성화를 통한 버스업체의 투명성 확보는 물론이고, 6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영세한 지역의 버스업계 상황을 중점 보도함으로써 인수 합병을 통한 영세성 탈피 등 업체들의 자구 노력의 중요성 또한 부각시켰습니다.
더 나아가 ‘서울에서 하니깐 우리도 한다’는 식의 준공영제 도입에 있어, 영국과 홍콩의 실패한 사례를 들어 문제점을 제기하며 서울과 달리 재정 자립도가 낮은 대구에 맞는 버스운영체계를 강구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공동배차제와 노선입찰제 그리고 준공영제와 공영제 등 독자들에게 조금은 낯선 용어들에 대해서도 각기 장점과 단점을 도표화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싶게 보도했습니다.
버스 파업이 9일만에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기껏 길어봐야 하루를 넘기지 않았던 예전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지역신문의 보도 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