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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대검 신임 수뇌부들과 점심식사를  한 송광수 검찰총장과 이정수 대검차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걸어서 돌아오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대검 신임 수뇌부들과 점심식사를 한 송광수 검찰총장과 이정수 대검차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걸어서 돌아오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기사 대체 : 3일 오후 5시43분]

"공적인 성격을 띠는 기업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국민이 바라고 있는 부정부패에 대한 부단한 척결, 민생분야에 대한 수사 등과 함께 공기업 비리 수사를 해나갈 것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의 말이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사실상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검찰의 칼끝이 이제 공기업 비리로 향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송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적자금 관리부실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많은 비리 저지르고 있다"

송 검찰총장은 3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힌 뒤 재벌기업들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도 "대기업 비리 관련 수사자료들이 있다"며 "새 중앙수사부팀이 호흡 가다듬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 총장은 특히 "(변칙적 세습, 부당내부거래,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등) 대기업 비리에 대해서는 엄벌하겠다는 지난 달 21일 발표내용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총장은 검찰이 역점을 두고 수사할 분야로는 공기업 비리, 부정부패 척결 및 민생분야 수사 등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그는 "(대)기업에 대한 일제수사는 안한다"고 못박았다.

1시간여동안 이어진 이날 간담회에서 송 총장은 중수부장 인사가 향후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다. 검찰 전체 수사 방향을 중수부장이나 서울지검장이 설정하지 않는다. 한 두사람에 의해 큰 밑그림이 달라지나. 일부 보도에서는 앞으로 수사보다 제도개선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하는데 수사제도와 관행, 근본제도 문제는 수사를 하다보면 발견되는 것이다. 잘못된 제도로 부조리가 생긴다고 생각되면 법무부 통해 정부의 제도개선을 도와주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우리 수사 관행에 문제점이 생기면 고치고 그래서 검찰에 제도관행개선위원회를 만들려고 한다. 수사받던 몇 분이 돌아가셨는데 왜 죽어야 했는가 처음부터 조사했다. 물론 검찰수사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큰 일을 하셔야 될 분들이 수사과정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관행에 문제가 없는 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조폭 잡듯이 수사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송 총장은 이어 그간 수사 관행 등에 대한 일부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검찰내부에서와 선배들이 대선자금 수사과정을 중계방송하듯이 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많았다. 한 고검장은 나에게 '총장님이 왜 TV에 그렇게 자주 나오십니까'라며 뭐라고 하더라.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와 사건이 잘못 보도되는 것은 지적을 해야 된다. 언론과 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조폭잡듯이 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무더기 무죄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지휘를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는 쉬지않고 한다.

작년에 왜 대검이 설쳤느냐. 그러려고 그런게 아니다. 나라종금 사건의 경우 국민적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수사팀도 재수사 의견을 냈다. 또 대북송금 과정에서 첩보가 많이 들어와 했고, 서울지검 SK수사에서 중요한 첩보가 들어와 대선자금을 수사하게됐다. 금년에도 수사할 소재, 첩보 있으면 간단없이 한다.

그러나 기획사정이라는 것은 검찰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자료가 있으면 수시로 하고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수사도 중요하다."


"공안부서 인사 손해 없다"

20여명 정도가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송 총장은 지난 1일자 검사장급 고위간부들에 대한 인사와 관련해 "우리가 보기에 일부 보도는 사실과 매우 다른 점이 있어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며 "공안부 출신 검사들이 이번 인사에서 손해를 봤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송 총장은 "홍경식 공안부장(사시 18회)이 의정부지검장으로 간 것을 두고 좌천성이라고 하지만 재경지검장에 사시 15회, 16회가 나갔는데 좌천됐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박만 서울지검 1차장이 송두율 교수 사건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됐다면 서영제 서울지검장은 어떻게 고검장으로 승진했겠느냐"며 "김영삼 대통령 이후 공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 검찰의 기본 임무는 국가의 기본을 지키고 법질서를 수호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중수부장 인사에 대해서도 "내가 경남출신이고, 안대희 전임 중수부장도 경남출신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능력과 함께 이 부분도 고려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수부 1개과 축소안 냈다"

중수부 축소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수부 3개과 중 1개과를 없애는 안을 법무부에 냈다"며 "그러나 국가적인 사건을 다루는 데는 중수부가 여전히 그 기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 수사관행에 대한 개선을 위해 '수사제도 관행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상황을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7일 예정돼 있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와 관련해서는 "사시 23회와 24회가 전문부장의 주력이 될 것"이라며 전문부장 인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사시 23회부터는 반드시 고검을 거치도록 돼있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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