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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뉴스 모니터링을 하다가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민법상 성인을 만 19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나와 주변의 친구들 그리고 앞서의 많은 청소년들이 외쳐왔던 선거권 하향요구가 민법이 하향조정 되었듯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는 언론들의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선거권은 19세였다.
99년경 만 19세 선거권이 제기돼 지금의 논의로 이어지게 됐지만 이전까지 선거권 연령 하향 논의는 주로 만 18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분명 법무부에서도 민법을 개정할 때 일본이나 타이완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이 만 18세 이하로 설정되어있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 19세로 설정한 것은 사회적 파장이 클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선거권을 낮추기 위한 모임 중 하나인 '낮추자'의 박준표씨는 18세와 19세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한국에서의 '만 19세 선거권'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폭력성을 생각한다. 만 18세와 만 19세 논란의 중심에는 '고등학생'이라는 중요 지점이 존재한다. '만 19세 V.S. 만 18세' 투표권 논란은 '고등학생/대학생'으로 계층을 나누고, 그에 따라 '성숙'과 '미성숙'의 이름을 붙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로 청소년과 대학생 혹은 사회초년생들을 구분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인데 이는 또한 청소년은 미성숙하다, 라는 전제가 깔린 만 19세 하향 주장을 비판하는 말이기도 하다. 박준표씨의 말에는 이런 뼈가 있다.
실제로 청소년은 미성숙한 것일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색안경을 끼고 보면 그 색으로 보이듯 미성숙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보기에 미성숙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미숙하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생각 없는 청소년들'을 양산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선거권 연령이 종전의 21세에서 18세로 낮아진 것은 1971년이고 이 상황은 월남전이 한창이던 때였는데, 이는 당시 반전운동 등 청소년 저항운동을 투표를 통해 평화적으로 정치권에 수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60년대에 만 20세로 확정된 이후 40여년이 넘게 그대로 고착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30여년 전의 미국 청소년들과 지적 수준이나 민주의식 등이 그리 차이나지 않음에도 선거권을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4·19나 5·18 등의 민주화 투쟁에서 대학생들에 가려지긴 했지만 실제 그 주축은 중·고등학생들이었다. 물론 그 투쟁들이 과격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선거권 연령은 정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최윤진 중앙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는 '청소년 권리 제한 논리의 부당성에 관한 고찰'이란 글에서 '권리제한과 허용의 시점을 18세로 잡느냐, 20세로 잡느냐 등에 관한 분할점 설정 지점의 결정은 결정권자의 주관적 판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고 결국 편파적이고 자의적(arbitrary) 결정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만 18세든 만 19세든 결정권자인 국회의원들의 '자의적이고 편파적으로 결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공약과는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고 이는 지금의 정치적 냉소를 더욱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 세 당이 만 18세로 선거권을 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선거가 끝나고 곧바로 만 19세로 상향조정하였고 이로 인해 큰 실망을 안겨줬다.
만 20세를 고수했던 한나라당도 사실은 2001년과 2003년에 만 18세로 내리자는 주장을 했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계속해서 만 18세를 주장해왔으니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북한도 선거권을 만 16세로 정하고 있고 유럽 여러 국가에서도 만 18세도 모자라서 만 16세 선거권 운동이 일어난 지 3~4년이 넘었다. 특히 독일은 대선이 있던 2002년 안나 뤼어만이라는 청소년 국회의원이 선출되기도 했다.
정치권의 이전 행보와 세계적 추세 그리고 청소년들의 요구를 보았을 때 답은 분명 나와있다. 정치권에서 계속 논의가 되어왔듯 만 18세로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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