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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에 참석한 실방 시펠 <르몽드> 편집국장(오른쪽)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에 참석한 실방 시펠 <르몽드> 편집국장(오른쪽)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이봉렬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57차 세계신문협회(WAN) 총회 개막 이튿날인 지난 5월 31일, 전세계 기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주제로 <오마이뉴스>의 혁명을 소개한 오연호 대표의 주제 발표에 따른 반향은 그 다음날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월드컵 열정 <오마이뉴스>에서 재확인"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실방 시펠 편집국장의 반응은 각별했다. 오연호 대표의 발표를 관심있게 지켜 봤다는 시펠 편집국장은 한국을 월드컵의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다.

경기 내용을 넘어서 월드컵을 개최하고 또 그것을 국민 축제처럼 즐기는 한국인들의 열정은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2002년 월드컵의 열정을 <오마이뉴스>에서 다시 한번 발견했다고 시펠은 말했다.

오 대표의 발표를 듣기 위해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영문 팸플릿을 읽었다는 시펠은 솔직히 '이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라고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며 기대했다고 밝혔다.

오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발표를 듣고 또 슬라이드 위로 펼쳐지는 자료 화면들을 지켜보면서 시펠은 <오마이뉴스>가 실현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이 모든 언론 사주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 아니겠는가 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펠은 조심스러운 우려를 숨기지는 않았다.
"독자가 직접 신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벗어난 것이다."

시펠은 원칙은 소중한 것이며 하나의 정보만을 가진 시민이 완성된 정보를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단한 사실 확인 과정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비록 혁명적인 <오마이뉴스>라 하더라도 정보에 대해 의혹을 갖게 될 것이라며 신뢰도를 지적한 것이다. 유럽에서 '기자'는 투철한 프로 의식이 뒷받침되는 '직업'이라는 불문율이 이어져 오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기능, 모방이 아닌 연구와 개발이 바람직"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펠은 <오마이뉴스>가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임은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현대 사회에서 기존의 미디어가 담당하지 못한 부분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담당했다는 사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 정보를 '형편없는 것'으로만 치부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라크 전쟁이 2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의 언론은 지금까지 거짓을 말해 왔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추악한 미군의 만행이 밝혀지자 미 언론은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펠은 바로 이것이 인터넷 언론의 대표적인 순기능 사례라고 격찬했다. 또한 유럽에서 부단히 제기되어 온 인터넷 매체에 대한 불신을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뉴테크놀로지가 독자의 방식을 바꾼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기존의 종이 신문들이 이에 위협을 느끼고 너나 할 것 없이 <오마이뉴스>를 모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르몽드>가 일궈 온 오랜 전통이 있는 만큼 <르몽드>의 방식을 일순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오마이뉴스>의 긍정적인 기능을 배우고 개발한다면 플러스 알파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시펠의 지적이었다.

"한국의 친일 문제, 언론이 나서지 않으면 유감"

시펠은 현재 한국에서 일고 있는 언론 재편 현상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를 언급한 시펠은 "어쩌면 각 언론사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고 동시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진단한 뒤, "모든 언론사가 똑같은 말만 한다면 싫증나지 않겠는가. 그것은 독재 국가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곧 진지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 다른 목소리도 '사실'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으며 불순한 의도를 위한 조작이어서는 곤란하다. 나는 언론이 제4의 권력이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언론은 반드시 '사실', 모든 사실만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어서 시펠은 '언론이 권력과 경제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바로 언론이 지켜야 할 단 한 가지의 원칙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르몽드>의 전신은 <르땅>(Le Temps)이다. <르땅>은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 비시(Vichy) 괴뢰 정부에 철저히 협력한 신문이었다. 파리가 해방되고 독일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르땅>은 폐간 조치됐다. 이어서 나타난 것이 바로 <르몽드>였다. <르몽드>는 본격적인 '꼴라보(Collabo·대독협력자)' 청산을 통해서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시펠은 <르몽드>의 그런 사례가 언론 스스로 자기 반성을 게을리 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예라고 지적했다.

"한국에도 프랑스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바로 친일파 문제인데, 이 문제를 어두운 역사 속에 가둬 둘 일이 아니라 언론이 밖으로 끄집어내 심판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일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하루 50만 부를 발행, 절반은 정기 구독을 통해, 나머지 절반은 신문 가판대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프랑스 최대 규모의 중앙지로 (부정기 독자를 포함) 2백만의 애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 유럽 2위, 스위스도 관심 가진 <오마이뉴스>

에릭 외슬리 <르땅>(Le Temps) 편집국장
에릭 외슬리 <르땅>(Le Temps) 편집국장 ⓒ 이봉렬
한편, 스위스의 불어권 일간지 <르땅>(Le Temps)의 에릭 외슬리 편집국장도 <오마이뉴스>의 실험에 애정을 보였다. <르땅>은 7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불어권 독자를 대상으로 하루 6만부씩 발행하는, 제네바의 무시할 수 없는 신문이다.

외슬리는 <오마이뉴스>가 시민을 기자로 인정하고 적극적인 시민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 호감을 나타냈다. 그는 오늘날, 신문은 복잡해지고 기자들조차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고 보았다. 나날이 복잡해지는 뉴스를 시민들로 하여금 직접 기록하게 만들고 더 넓은 폭의 시민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오마이뉴스>의 아이디어와 철학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슬리는 "<오마이뉴스>의 획기적인 방법이 해외로 수출됐을 때 한국과 같은 성공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 근거로 첫째, 참여자가 적고 둘째, 유럽의 시민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셋째,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의 역사가 길다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 사회 변혁의 도구가 반드시 언론일 필요는 없다는 점 들을 지적했다. 테크놀로지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라는 말이다. 때문에 "<오마이뉴스>의 모델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이라고 외슬리는 말했다.

"대중의 참여 욕구가 분출된 것은 그 동안 언론이 자신의 권력을 보존하는 데에만 급급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 경향이 한국에서는 인터넷이 직업기자들의 역할에 일침을 가하는 듯한 인상이다. 그리고 그 주체는 시민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어서 외슬리는 "자신의 주장을 열성적으로 피력하는, 표적이 있는 독자들이 흥미롭다"고 말한 뒤, "그러한 독자는 신문사 측에서도 환영할 일"이라고 보았다. 참고로 스위스는 유럽에서 핀란드 다음으로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국가이다.


AFP 피에르 페르난데즈 통신파견대표 "<오마이뉴스>는 멋진 실험"

피에르 페르난데즈 AFP 통신 파견 대표
피에르 페르난데즈 AFP 통신 파견 대표 ⓒ 이봉렬
마련된 31개의 부스 중에서 단연 AFP 통신의 부스가 눈에 띄었다. 세계신문협회 회원들에게 그날 그날의 속보와 사진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부스에서 피에르 페르난데즈 AFP 통신파견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페르난데즈는 한마디로 <오마이뉴스>를 '멋진 실험'에 비유했다. 하지만 그는 "전문성이 없는 시민이 정보 전달에 참여하는 방식"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굳이 감추려 하지는 않았다. 페르난데즈는 분명 모두가 정보를 줄 수는 있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지 않겠냐고 운을 뗐다. 그는 "정보는 소중한 것이며 그것은 전문성이 바탕이 되는 프로의 직업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FP 통신의 경우, 총 80여 국적의 기자들이 165개 국가에 상주하고 있어 세계 각국의 현장에 즉시 출동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라크 전쟁 현장을 취재할 때도 연합군 쪽과 이라크 국민 쪽의 입장에서 동시에 정보를 확인, 양쪽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르난데즈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정보 전달에 참여하도록 만든 <오마이뉴스>의 '쾌거'가 결코 평가절하되어서도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 실례로, "지난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같은 엄청난 사건의 중심에서 탄핵 반대 여론을 이끌어낸 <오마이뉴스>의 역할이 컸음"을 지적했다. 그 사건은 "미디어가 민주주의의 역할을 수행해 낸 모범적인 본보기"였다는 것이다.

한편, 페르난데즈 역시 한국의 보수 신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신문이 자신의 색깔을 갖는 것은 가능하지만 선택은 독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자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신문을 고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지만 "언론이 오보를 하거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다면 독자 스스로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에 의한 우민화가 통하는 시대는 이미 오랜 전에 파산 선고를 받았음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그는 "오는 2005년 서울에서 열릴 WAN 총회에서는 <오마이뉴스>가 어떤 자리에서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는 바람을 밝혔다.

"자카르타에서 오마이뉴스 혁명을 실현하고 싶다"
<비즈니스 인도네시아>의 아흐마드 자우하르 편집국장

외슬리 편집국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누군가가 기자에게 자발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회의장 로비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경제 일간지 <비즈니스 인도네시아>의 아흐마드 자우하르 편집국장이 바로 그 주인공.

"조금 전에도 한 케냐 기자와 <오마이뉴스>에 대해 토론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오마이뉴스>와 같은 일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자우하르의 반응은 거의 충격에 가까웠다. 시민기자가 양질의 뉴스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과 '놀라움'이라는 단어를 연발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는 3만3천여 명의 시민 기자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무척 궁금하다'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같은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은 인터넷 수준이 높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2억3천만 인도네시아의 인구 중에서 인터넷 보급률은 5%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 오연호 대표를 직접 만나 인터넷 시설과 전략에 대해 대화하고 싶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시도해 보고 싶다."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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