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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바리는 도깨비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기와집 안에도 맑은 천정으로부터 햇빛이 내내 들어와 마치 식물원에 들어와있는 것처럼 환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으로도 시냇물이 흘러들어오고 시냇물 옆으로는 키큰 풀들이 높이 자라서 지붕에까지 닿아있었습니다.
그 풀은 줄기가 없이 커다랗고 길죽한 잎사귀처럼 생겼는데, 그렇게 줄기도 없는 잎사귀에 장미와 비슷한 꽃이 달려있었습니다. 그런 꽃은 처음 보았습니다.
도깨비 한명이 수레를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선녀들이 어디선가에서 호리병을 들고 몰려나왔습니다. 도깨비가 수레로 가져온 숨오름꽃 하나의 꽃잎을 꺾자 그 안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앞에 있는 선녀가 재빨리 꺾인 꽃잎을 향해서 호리병을 기울였습니다. 목소리는 그 호리병을 따라서 쏘옥 들어가버렸습니다.
옆에 있는 다른 도깨비의 꽃에서는 알록달록한 나비들이 나왔습니다. 선녀가 미처 호리병을 기울이지 못했는지, 너울너울 날아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벽에 부딪힌 나비들은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날개 옷을 입고 날아간 선녀의 호리병 속으로 쏘옥 들어가버렸습니다.
어떤 꽃에서는 신발 같이 생긴 것이 갑자기 튀어나와 여기저기 뛰어다녔습니다. 도깨비는 그것을 뒤쫓아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그만 연못으로 빠져버렸습니다. 그 신발은 시냇물을 건너지 못하고 다시 선녀의 호리병으로 들어갔습니다.
“저 것들은 다 아이들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태어날지 말해주는 것이란다. 저 신발처럼 생긴 영혼을 가진 아이는 아미 훌륭한 육상선수가 될게야.”
그곳을 지나 좀 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도깨비들과 선녀와 그리고 꽃들에서 튀어나온 깜짝 놀랄만한 것들이 한데 어울려 온통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어떤 것들은 공처럼 굴러다니고 있었고, 어떤 것은 도깨비 몸을 휘어잡고 그 몸에 글씨를 쓰기도 하고, 해파리 같이 긴꼬리를 가지고 돌아다니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사람 같은 몸을 가지고 우아하게 걸어다니기도 했습니다.
몸집이 아무리 커도 선녀들의 호리병만 다가오면 그 안으로 쏘옥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선녀들은 그 호리병을 가지고 날개옷을 입고 부지런히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것을 본 바리가 말했습니다.
“아유, 삼신할머니가 아주 바쁘시겠다. 저 많은 영혼들은 전부 다 한꺼번에 점지하시려면….”
“그렇지?? 아마 삼신할머니는 몸이 천개라도 모자르겠다, 그렇지?”
할머니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씀하셨습니다. 도깨비들과 꽃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는 곳을 조금 벗어났습니다.
그 기와집 안을 졸졸 흐르고 있던 시냇물이 세 갈래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시냇물 바로 맞은 편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몹시 부는 그런 눈보라가 아니라, 산타 클로스가 살고 있는 동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함박눈이 소록소록 예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와.”
갑자기 눈을 본 바리의 입에서는 탄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냇물에는 돌다리가 나있었습니다. 바리와 할머니는 그 돌다리를 건너 눈이 내리는 건너편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얀 눈송이들 사이로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진달래 선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눈 사이로는 얼음으로 만든 것 같은 오두막이 하나 서있었습니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아이스크림처럼, 오두막의 벽은 눈송이들이 모여 얼어붙었는지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진달래 선녀가 오두막 문을 열자마자 안개처럼 하얀 연기가 솨악 몰려들었습니다. 그 차가운 바람에 바리는 기침이 나왔습니다. 오두막 안에 들어서자마자 본 것은 아주 커다란 벌레들이었습니다. 그 벌레들은 마루처럼 생긴 선반 위에서 조물조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렁이 같은 다른 애벌레처럼 징그러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순수한 영혼을 만들어 내는 이곳에는 아무리 못 생긴 것이라도 혐오스러울 것 같지 않습니다.
“할머니, 얘들은 뭔데 여기서 자라고 있어요?”
할머니는 바리에게 대답했습니다 .
“빙잠이라고 하는 거야. 저 누에들은 이렇게 항상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어야 실을 내뿜는 것들이거든. 저 누에들이 만드는 실로 오늘 너에게 줄 화완포를 만들거란다. “
진달래 언니가 거들었습니다.
“네가 조왕신에게 갈 때 입을 옷이야. 조왕신님의 집은 온통 불로 지어져 있기 때문에 저 옷을 입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거든.”
바리의 팔뚝 만한 그 누에들은,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비늘에 둘러싸여있어서 마치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머리에는 작은 뿔까지 달려있는 그 누에들은 바리를 보자 뽕잎을 먹지 않고 빤하게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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