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농업 박사'로 불리는 정선섭(57·아산시 인주면 문방리)씨가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지난달 27일 UN지정 세계 쌀의 해를 맞아 서울 양재동 소재 aT(농업무역)센터에서 열린 ‘2004 세계 쌀의 해 맞이 기념식’에서 쌀농업 재배법 개선을 통한 지속농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같은 영예를 안은 것.
“이런 영예를 안게 돼 기쁘다. 하지만 또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 같다.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힘닿는 데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농업기술을 전파, 우리나라의 농업 발전을 이루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정씨는 강조한다.
농민에게도 농사짓는 성과에 따라 학위를 수여한다면 벌써 박사 학위를 취득했을 정씨. 30여년간 쌓은 농사 경험과 수많은 실패 속에 얻은 성과는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농민은 땅을 살리는 의사’라는 철학을 갖고 있는 정씨는 건강을 생각하는 농사를 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씨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부 장관 및 아산시장 표창 등 다수의 수상 경력도 갖고 있다.
지난 1948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정씨는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이지만 타고난 부지런함과 몸에 밴 연구자세로 환경농업을 선도적으로 실천해오고 있다.
특히 땅과 환경을 오염시키는 비료와 농약을 절대 쓸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 74년부터 환경농업을 시작해 91년에는 아산시 최초로 오리 농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97년부터는 반무경운·쌀겨농법을 개발, 2만여평의 면적에서 친환경쌀을 생산하고 있다.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그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 힘들었다. 당시(80년대)에는 환경농업을 가르치는 곳이 없어 나 혼자 스스로 연구하고 체험해야 했다. 지금은 이런 성과를 얻게 돼 보람을 느낀다.”
정씨가 개발한 반무경운 작업은 쟁기를 사용하지 않고 논 표면만 얇게 살짝 갈아주는 것으로, 토양과 볏짚이 섞이는 과정에서 분해 강도를 높여 작물이 영양분을 흡수하기 좋은 토양조건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논 표면에 쌀겨를 뿌려 잡풀을 죽이는 쌀겨농법도 함께 개발했다. 쌀겨농법의 장점은 토양과 미질이 월등히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냥 뿌리면 되는 것이 아니고 뿌리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농법이다. 환경농업에 관심을 갖고 정씨에게 쌀겨를 뿌리는 요령과 방법을 배우러 오는 농업 관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현재 정씨는 품질 좋고, 안전한 쌀 생산을 위해 조직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농업단체인 ‘전국 한살림생산자회’에서 수도작분과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 전국 최고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는 ‘아산맑은쌀’의 품질 및 안전성 향상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씨는 “앞으로도 토양과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친환경농업의 지속적 발전과 아산맑은쌀의 명품화에 작은 힘이나마 계속 보태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